중국 밀크티 '차지' 상륙…'커피 공화국' 한국 뚫을까
동북아 교두보로 단계적 확장…공간·경험 차별화
중국 시장 포화로 수익성 악화…해외 확장 가속

전 세계 70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CHAGEE)'가 한국에 상륙한다. 차지는 매장에서 직접 우린 찻잎 기반의 프리미엄 밀크티를 선보이며 '커피 공화국'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음료를 파는 것이 아니라 차를 경험하는 공간을 제공해 한국에 프리미엄 차 문화를 뿌리내리겠다는 포부다.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
차지는 28일 서울 강남구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오는 30일 서울에 3개 매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밝혔다 차지는 2017년 중국 윈난성에서 시작한 '신차음(新茶飮)' 브랜드다. 신차음은 2010년대 초반 중국에서 등장한 프리미엄 밀크티다. 기존 분말 기반 밀크티와 달리 매장에서 우린 신선한 차에 과일, 치즈폼 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차지는 2019년 8월 말레이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 전역으로 확장했다. 2024년에는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달 기준 중국과 미국, 동남아 등에서 7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차지는 지난해 4월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29억1000만위안(약 2조78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과 중화권을 제외한 동북아시아 시장 진출은 한국이 처음이다.

차지가 한국을 주목한 이유는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차(茶)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5800억원으로 43% 성장했다. 김좌현 차지코리아 대표는 "한국은 커피 시장이 매우 강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건강한 음료, 프리미엄 음료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 한국의 문화적인 영향력이 크다"며 "차지가 전 세계에서 문화적으로 확장하는 데 있어 한국이 전략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지는 우선 오는 30일 서울 강남, 용산, 신촌에 직영점을 열 예정이다. 서로 다른 상권에 한꺼번에 진출해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강남은 트렌디한 직장인이 모이는 상권이고 용산은 다양한 문화와 계층이 교차하는 상권이며 신촌은 대학가이면서 젊은 소비층이 있는 상권"이라면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차를 마시는 경험
차지의 차별점은 신차음 브랜드답게 매장에서 직접 차를 우리는 방식에 있다. 차지의 대표 메뉴는 매장에서 우린 차에 우유를 섞은 '프레시 밀크티'다. 겹꽃 자스민 향을 더한 '보야 자스민 밀크티', 우롱차에 복숭아 풍미를 더한 '피치 우롱 밀크티', 볶은 우롱차에 오스만투스 꽃향을 더한 '오스만투스 우롱 밀크티' 등 6종을 선보인다.
또 프레시 밀크티 외에도 차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브루드 티', 차에 과일을 더한 '프루트 티', 차를 압착 추출 방식으로 내린 '티 에스프레소' 등 다양한 카테고리도 갖췄다.
김정희 차지코리아 CMO(상무)는 "고품질 원차 찻잎을 매장에서 그날그날 직접 우린 차를 베이스로 사용한다"며 "강한 단맛이나 자극적인 요소보다는 차와 원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밸런스를 중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장에서 차를 마시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차지의 차별점이다. 차지의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의 경우 차를 빠르게 소비하고 떠나는 공간이 아니라 차를 중심으로 머무르며 경험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매장 중앙의 가장 큰 공간에 마련된 '티 바'가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고객은 차를 우리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매장 한쪽에는 차의 향과 원재료를 체험할 수 있는 '티 익스피리언스 존'도 마련됐다.
차지가 제품뿐 아니라 공간과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국 시장 특성 때문이다. 한국은 차보다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훨씬 강한 시장이다. 커피전문점 수는 10만개를 넘지만 차 음료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다. 차지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차 문화 자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특히 공간 디자인에 한국적 요소를 접목한 것도 눈길을 끈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국 건축가와 협업해 설계했다. 한국 작가 제니스 채(Janice Chae)가 참여한 벽화 작업으로 한국적인 스토리텔링 요소도 강화했다. 매장 내 공간 곳곳에 한국 전통 처마와 기와에서 영감을 받은 요소를 담았고 도자기와 차 주전자를 활용한 디테일도 배치했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외에 용산, 신촌의 매장도 한국의 문화를 더해 디자인했다.
김 상무는 "마케팅보다는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존중하는 브랜드 경험을 중심으로 한 매장 확산 전략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영으로 품질 관리
차지가 한국 등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중국 사업 둔화 때문이다. 차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0.4%로 전년(23.3%)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글로벌 인프라 구축 투자와 주식 보상 비용도 영향을 미쳤지만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경쟁 심화다.
중국 신차음 시장은 최근 포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차지를 비롯한 브랜드들이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배달 플랫폼 내 쿠폰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서 차지와 같은 입점 브랜드들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실제로 차지의 중국 내 매장당 월 평균 총 거래액(GMV)은 지난해 4분기 33만7000위안(약 7200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7%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중국 내 기존점 GMV 역시 전년 동기보다 25.5% 줄었다. 반면 해외 GMV는 지난해 4분기 3억72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84.6% 증가했다.

차지는 브랜드가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는 데 중점을 두기 위해 단계적으로 매장을 늘릴 계획이다. 이에 당분간 가맹점 없이 직영점을 앞세워 품질 일관성을 유지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소비자와 더 가깝게 소통하면서 운영 방식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하기 위해 직영점에 집중할 것"이라며 "매장 확장 속도보다 운영 기준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지는 중국 브랜드라는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어디서나 소비자에게 높은 품질 제품과 좋은 경험을 통해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직원 교육과 위생·안전 관리를 엄격히 해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격은 중국 현지보다 1000~2000원 가량 높게 책정됐다. 김 상무는 "각 국가의 운영 구조나 원가 차이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다"며 "한국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프리미엄 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 잔의 좋은 차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차지의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차 한 잔의 힘을 나눠갈 것"이라면서 "한국 소비자의 취향과 기준을 깊이 이해하고 메뉴, 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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