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왜 다시 베트남인가···데이터센터부터 원전까지 ‘새 먹거리’ 사냥

길해성 기자 2026. 4. 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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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축 ‘인프라→데이터·에너지’ 이동···수익성 중심 재편
신도시 넘어 데이터센터·원전으로···고부가 사업 확대
외교·금융 결합 모델 부상···리스크 관리가 관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베트남 시장 공략에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와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치면서 안정적인 대체 시장을 찾는 움직임이 강해진 영향이다.

과거 베트남 사업이 신도시·도로·건축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데이터센터, 스마트시티, 원자력발전소, 전력망, 고속철도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베트남이 단순 해외 수주처를 넘어 K-건설의 미래 인프라 시험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국내 침체·중동 리스크에 베트남 다시 부상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GS건설, 동부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베트남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LH도 박닌성에서 한국형 신도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 순방을 계기로 원전, 교통, 에너지, 스마트시티 등 주요 분야 협력 논의가 이어지면서 시장 기대도 커지고 있다.

베트남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국내 주택시장 침체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PF 부담으로 주택사업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중동 정세 불안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은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대체 시장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베트남은 완전한 대체 시장은 아니지만 수주 공백을 보완할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실제 수주 흐름도 베트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트남 수주액은 3억3410만달러로 미국(5억4781만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중동(3억1623만달러)을 앞섰다. 1966년 이후 누적 수주액도 500억달러를 넘어 아시아 최대 수준이다.

기존 사업 경험과 네트워크가 축적된 시장이라는 점에서 신규 시장 대비 진입 장벽 낮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 대우·GS, 데이터센터로 사업 축 이동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데이터센터다. AI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데이터센터가 건설사의 핵심 먹거리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는 단순 건축을 넘어 전력 수급, 고도화된 냉각 시스템, 기계·전기·배관설비(MEP) 기술 등이 결합된 고난도 인프라다. 일반 주택이나 물류센터보다 진입장벽이 높고 운영 단계까지 연결되면 장기 수익형 자산으로 키울 수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3일 베트남 IT·인프라 개발업체 사이공텔과 '베트남 데이터센터 사업 공동참여를 위한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향후 베트남 내 데이터센터 설계·조달·시공(EPC)과 공동 투자사업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자사의 투자·시공 역량과 사이공텔의 현지 개발 경험을 결합해 베트남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스타레이크시티 내 'B3CC1 복합개발사업' 전경. / 사진=대우건설

또한 대우건설은 베트남을 해외 개발사업의 핵심 전략 시장으로 보고 있다. 대표 사례가 하노이 스타레이크 시티다. 2006년부터 서호구 서쪽 일대를 개발하며 토지 개발, 투자, 분양, 시공을 아우르는 디벨로퍼형 사업을 수행해왔다. 한국형 신도시 수출 사례로도 꼽힌다.

지난 22일에는 스타레이크 시티 내 'B3CC1 복합개발사업' 준공식을 통해 사업 성과를 확인했다. 이날 준공식에는 이날 준공식에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을 비롯해 쭝 비엣 중 하노이 부시장, 응우옌 꿕 히앱 베트남건설협회 회장 양국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대우건설의 베트남 전략은 신도시에 머물지 않는다. 홍옌성 끼엔장과 동나이성 년짝 등에서 도시개발을 이어가면서 사업 범위를 넓고 있다. 향후에는 데이터센터, 원전, 고속철도 등으로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이 도시화 단계를 넘어 디지털 전환 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존 개발사업과 신사업을 결합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GS건설도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난 22일 베트남 하노이 FPT 코퍼레이션 본사에서 데이터센터 개발 및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FPT 코퍼레이션은 베트남 최대 민간 IT 기업이자 용량 기준 베트남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 민간 1위 기업이다.

GS건설은 FPT와 함께 베트남 주요 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AI와 클라우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기술과 모듈형 구축 방식을 적용한 고효율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도 교통, 에너지, 공공 안전 등 도시 전반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2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허윤홍 GS건설 대표(앞줄 왼쪽)과 FPT 코퍼레이션 응우옌 반 코아 CEO(앞줄 오른쪽) 등 관계자들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사진=GS건설

금융 구조도 함께 마련했다. GS건설은 23일 베트남 최대 국영상업은행 BIDV와 포괄적 금융 서비스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자회사 VGSE가 추진하는 개발 및 스마트시티 사업 전반에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금융, 보증, 현금 관리 등 금융 솔루션은 물론 입주자 대상 주택금융 프로그램도 포함된다.

이는 개발·시공·금융을 하나로 묶는 통합 모델로 단순 시공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스마트시티를 장기 수익형 사업으로 키우려는 전략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가 추진 중인 AI·클린에너지 중심 체질 개선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 동부·LH·롯데까지…도로·신도시 개발도 확대

베트남 공략은 대형 건설사만의 흐름이 아니다. 동부건설도 도로 인프라 사업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호찌민~동나이를 연결하는 '떤반~년짝 도로 2공구'를 준공하며 현지 시공 경험을 확보했다.

이어 베트남 건설부 발주 '미안~까오랑 도로 사업'도 수주했다. 해당 사업은 총연장 26.6km, 왕복 4차로와 18개 교량을 포함한 프로젝트다. 공사비는 약 2166억원으로 EDCF 자금과 베트남 정부 재원이 투입된다. 공사 기간은 약 36개월이다. 동부건설은 하노이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발주처 네트워크와 인허가 대응력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는 LH가 움직이고 있다. LH는 '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노이에서 약 18km 떨어진 박닌성 일대에 약 800만㎡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1지구 면적만 230만㎡에 이른다. 한국형 스마트시티 기술과 친환경 설계 등을 적용해 'K-신도시'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해당 사업은 2023년 6월 맺은 'K-신도시 1호 수출 사업'의 하나로 꼽힌다. 최근에는 사업 추진을 위한 민관협의체 기본 협약도 체결됐다. LH를 포함한 공공 6개 기관과 민간 8개 기관 등 총 14개 기관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가 구축됐다. 현재 LH는 현지 인허가 절차인 투자정책승인(IPA)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투자자 입찰에 대비해 컨소시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대형 건설사도 우선협상 대상자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도 베트남에서 사업 기반을 갖고 있다. 롯데건설은 베트남에 3개 해외법인을 두고 호찌민 '투티엠 에코 스마트시티', 하노이 스타레이크 프로젝트, SND 호텔 인테리어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그룹 차원의 베트남 투자 기조와 맞물려 향후 첨단 도시 개발 분야에서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 원전·전력망·고속철도까지 열린다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은 도시개발과 데이터센터에 그치지 않는다. 전력, 원전, 고속철도 등 대형 국가 인프라 사업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은 2030년까지 발전설비 1182억달러, 송배전망 181억달러 등 총 1363억달러를 전력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다. 태양광은 16.6GW에서 73.4GW로, 풍력은 5GW에서 38GW로 확대하는 등 재생에너지 투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하노이 총리실에서 레 민 흥 총리와 면담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원전과 철도도 핵심 변수다. 한국전력과 베트남 산업에너지공사(PVN)는 닌투언2 원전 협력 MOU를 체결하고 공급망 구축과 수익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고속철도는 약 100조원 규모 북남 노선이 추진되며, 현대로템이 4910억원 규모 메트로 차량 공급 계약을 따내며 진입 기반을 확보했다. 대형 인프라 수요가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의 참여 기회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 관건은 MOU 이후 실제 사업화

다만 기대감이 곧바로 수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체결된 MOU 상당수는 사업화의 출발점에 가깝다. 데이터센터는 부지 확보, 전력 인입, 냉각·통신 인프라, 장기 임차인 확보가 모두 필요하며, 하이퍼스케일의 경우 40MW 이상 전력 확보가 관건이다. 스마트시티 역시 기술 도입보다 운영 모델이 핵심으로, 지방정부 협력과 데이터 표준, 금융 구조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원전과 고속철도는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 간 협력과 재원 조달, 기술 기준 협의, 현지 여론 등 변수가 많아 단기간 수주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지화도 과제다. 인허가와 토지 확보 절차가 복잡한 만큼 현지 파트너와 금융 협력, 제도 대응이 중요하다. 대우건설, GS건설, 동부건설의 현지 기반 구축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성장성이 크고 한국 기업에 우호적인 시장이지만 사업 속도가 항상 빠른 것은 아니다"며 "MOU 이후 실제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전력, 금융, 인허가, 현지 파트너십을 얼마나 구체화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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