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밖 4·3 교육] ② 4줄짜리 교과서와 홍보비 16만 원

제주방송 신동원 2026. 4.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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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속 4·3 '요약본' 수준... 일부 "폭도" 설명까지
교육청 예산 '초라'... 4·3 전국화 '헛구호' 전락 우려

[제주 4·3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등으로 이제 어엿한 '대한민국의 역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를 벗어난 4·3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며 '전국화'라는 슬로건을 무색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3회에 걸쳐 제주 밖 '육지 교실'에선 어떻게 4·3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사 내용 보강= 4월30일 오후 5시30분]

본문에 제주 4·3 관련 내용이 4줄 들어간 해냄에듀 한국사 교과서. 별도 탐구자료가 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공산폭동' 굴레 벗었지만...분량도, 내용도 아쉬움

교과서 속 4·3은 어떤 모습일까.

과거 '공산 폭동'으로 묘사되던 때와 비교하면 최근 교과서는 양적, 질적 부분에서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4·3이 70주년을 맞을 즈음인 2019 개정 교육과정 이후 '국가폭력에 의한 희생'이라는 관점이 강화됐습니다. 그러나 일부 교과서는 여전히 '요약본' 수준에 머무는 실정입니다.

해냄에듀 교과서는 본문 내용을 기준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2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다룬 반면, 4·3은 본문 기준 단 4줄로 요약했습니다. 동아출판은 6월 항쟁에 3페이지를 할애했지만 4·3은 7줄을 기술하는데 그쳤습니다. 국가교육 과정에서 4·3이 독립된 항목이 아닌 정부 수립 과정의 일어난 한 가지 사건으로 묶인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다만, 두 교과서는 본문 외에 지면을 활용해 특집 코너 등을 구성, 4·3에 관해 기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의 '교육과정 대강화(간소화)' 기조도 4·3 교육의 설자리를 좁게 만듭니다. 이는 전체 역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루되 심화 세부 내용은 교사의 자율적 선택에 맡긴다는 교육 방향성으로, 해방과 분단, 정부 수립 등 전환기적 복잡성을 가진 4·3이 교사들의 선택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경기도에서 10년 넘게 역사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A 교사는 "본문에 별도 탐구 자료까지 다 가르친다 해도 4·3 수업은 잘 해봐야 보통 연간 30분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며 "30분 만에 4·3의 복잡한 성격을 이해시키고 학생들이 건강한 판단을 내리게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A 교사는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등을 토대로 자체 제작한 자료를 활용해 매년 별도로 2시간의 수업을 편성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10·19 여순 사건 사진 설명 중

'이념적 편향성 논란'도 일각에서 여전히 제기됩니다. 미래엔 교과서는 4·3과 여순사건을 묶어 13줄로 서술하고 있는데, 여순사건 사진 설명에 "폭도"라는 표현을 명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앞서 각종 논란으로 결국 검정 취소 수순을 밟은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는 "반란군"이란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는 "일부 교과서가 '좌익세력의 폭동'이라는 식의 표현을 전면에 내세워 혐오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제주와 다른 육지의 교육 환경도 넘어야 할 장벽입니다. 제주도 내 모든 학교는 '제주 4·3 교육 활성화 조례'에 따라 매해 2시간 특별 시수를 배정하고 있지만, 이러한 법적 근거가 없는 육지 교실에서 4·3 교육은 교사 개인의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도내 읍면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농어촌 유학 사업으로 온 일부 육지부 학생 가족 중에는 아이가 어리다며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있다"며 "제주도는 4·3 교육 주간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육지부는 교사 재량에 맡기다 보니 이런 상황에서 더 대응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4·3 전국화' 과제 무색, 초라한 예산... "타 지역 공유 위한 프로그램 필요"

제주 교육 당국은 육지와의 4·3 교육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제주도도교육청은 4·3의 전국화·세계화를 4·3 교육의 4대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적어도 예산은 이를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으로 보입니다.

올해 도교육청의 4·3 관련 본예산은 3억 9,154만 원으로, 전년도(6억 5,788만 원)보다 40%나 줄었습니다. 전체 본예산의 0.02% 수준입니다. 삭감된 예산 대부분은 '청소년 4·3 국제화 사업'과 '영어 스피치 대회' 등 전국화와 직결된 사업들이었습니다. 그나마 최근 추경안을 통해 1억 원이 추가 확보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전국에 4·3 교육자료를 보낼 홍보 지원 예산은 단 16만 원이었습니다. 재작년 80만 원과 비교해도 크게 줄어든 규모로, 전국 단위 우편비용을 감당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입니다.

반면, 광주 5·18의 경우 '5·18 꾸러미'로 불리는 고품질 교구를 전국에 보급하며 수업 체감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주에선 지난해 전교조가 관련 전국 보급 사업을 교육청 정책 협의 과정에서 제안했으나, 도교육청 측이 난색을 표해 사실상 불발됐습니다.

도교육청 차원의 4·3 교수·학습 자료 개발도 2023년 말 발간된 초등 3~4학년용 장학자료를 끝으로 멈춘 상태입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도 자료 개발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며 "차후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 개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교육청의 '4·3 평화·인권교육 운영계획'에 담긴 현장의 목소리는 절실합니다. 교사가 적은 교육 개선 건의 사항 맨 윗줄에는 "타 지역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고, 학생들 역시 '우리가 직접 4·3을 조사해 타 지역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건의 사항을 남겼습니다.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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