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웨 ‘서브2’ 뒤 따라붙은 신발 논란…기록 혁명인가, 기술 도핑인가

김세훈 기자 2026. 4. 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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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스티안 사웨(오른쪽)와 티지스트 아세파가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녀 엘리트 부문에서 각각 우승한 뒤 아디다스의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웨는 1시간59분30초, 아세파는 2시간15분41초로 각각 남녀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류 최초 공식 마라톤 ‘서브2(2시간 이내 완주)’ 기록이 나오자 가장 먼저 따라붙은 질문은 약물이 아니라 신발이었다.

사바스티안 사웨(31·케냐)는 지난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부에서 42.195㎞를 1시간59분30초에 완주하며 우승했다. 고(故) 켈빈 키프텀이 2023년 미국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운 세계기록(2시간00분35초)을 1분5초나 앞당긴 역사적인 기록이었다.

충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위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도 1시간59분41초를 기록하며 같은 대회에서 두 번째 ‘서브2’를 달성했다. 여자부에서는 티지스트 아세파가 2시간15분41초로 자신의 종전 세계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아디다스의 최신 초경량 레이싱화를 신고 뛰었다. 사웨가 착용한 모델은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시리즈다. 마라톤 기록 경쟁의 최전선에 있는 이른바 ‘슈퍼 슈즈’다.

‘슈퍼 슈즈’ 분석 그래픽. BBC

신발의 가장 큰 특징은 극단적인 경량화다. 한 짝 무게가 약 97g 수준으로 일반 러닝화(200~250g)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무게를 줄이면 장거리 후반 피로 누적을 줄일 수 있고, 발을 들어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 소비도 감소한다. 여기에 핵심 기술은 밑창 내부에 들어간 카본 플레이트와 고반발 폼이다. 카본 플레이트는 착지 순간 발생하는 에너지를 앞으로 밀어내는 추진력으로 바꿔주고, 고반발 폼은 충격 흡수와 에너지 반환 효율을 극대화한다. 쉽게 말하면 같은 힘으로 더 멀리, 더 빠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밑창 구조도 독특하다. 앞꿈치 쪽 곡선 설계를 강화해 지면을 밀어내는 롤링 동작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보폭 유지와 리듬 유지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마라톤 후반부처럼 근육 피로가 쌓일 때 이 차이가 기록으로 연결될 수 있다. 사격은 500달러(약 73만원) 정도다. 내구성보다 기록 경신에 초점을 맞춘 ‘레이스 전용화’라는 점도 특징이다.

마라톤 기록 혁명의 시작은 2016년 나이키의 카본화 등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탄소섬유판이 들어간 신발은 지면 반발력을 높이고 에너지 손실을 줄여 달리기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후 아디다스, 아식스, 푸마 등 주요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기록 단축 속도는 가속화됐다.

과거 마라톤 세계기록은 초 단위로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10년은 분 단위로 기록이 무너지고 있다. 장비 혁신이 경기력의 일부가 됐다는 의미다.

비판론도 존재한다. 카본 플레이트가 스프링처럼 작용해 선수의 순수한 능력을 넘어서는 보조 효과를 제공한다는 지적이다. ‘기술 도핑’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이유다. 이에 세계육상연맹은 2020년 규정을 개정했다. 밑창 두께를 40㎜ 이하로 제한하고 카본 플레이트도 1장만 허용하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현재 사용되는 슈퍼 슈즈들은 모두 이 규정 안에서 개발된다. 사웨는 “내가 신고 뛴 신발은 매우 가볍고 편안하며 앞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있다”면서도 “규정 안에서 승인된 장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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