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꼴찌 성적 합친 격”…치매 신약 ‘엉터리 평균 분석’에 학계 공분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6. 4. 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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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학 학술지 코크란 메타분석
대한치매학회 “말도 안되는 결과” 반박
“기전 다른 약물 평균내면 효과 왜곡”
실사용 데이터로 재평가 필요성 부각
픽사베이
최근 항아밀로이드 계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외 치매 전문가들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메타분석 과정에서 과거 실패한 약제의 부정적 결과와 최신 치료제의 임상 성과를 단순 합산해 이질적인 근거를 평균값으로 희석하는 ‘평균의 함정’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실패 약물까지 포함한 평균치보다 현재 승인된 치료제를 중심으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된 실사용 데이터(RWD)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8일 의학 학술지 코크란(CDSR)에 따르면 이탈리아·스위스·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를 포함한 17건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약 2만명 규모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이들 약제가 뇌 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생물학적 효과는 확인됐지만 인지기능 개선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최소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결론이 무리한 통합 분석에 따른 방법론적 한계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학계에 따르면 기전과 임상 성과가 각기 다른 7종의 약물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별 치료제의 변별력이 희석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효과가 입증된 최신 치료제의 성과가 과거 실패 사례와 뒤섞이면서 전체적인 수치가 과소평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오성일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미 실패한 치료제까지 분석에 포함한 데다 약물별 표적과 기전, 환자 선별 방식이 제각각인 연구들을 산술적으로 합친 결론은 지난 수십 년 간 이뤄진 항아밀로이드 치료의 발전 과정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항아밀로이드 치료는 단순히 효과 유무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어느 환자에게 어떤 조건으로 투여하고 모니터링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하는 정밀의료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의식은 국제 학계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코크란 논문 발표 당일 영국 치매연구소(UK DRI) 등 글로벌 연구기관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서로 다른 항체를 단순 통합한 메타분석은 최신 허가 치료제의 효과를 왜곡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다”며 해석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픽사베이
전문가들은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실제 효능을 판단할 핵심 지표로 RWD를 꼽는다. 엄격하게 통제된 임상시험과 달리, RWD는 고령이나 동반 질환 등 다양한 변수를 가진 실제 환자군과 진료 환경을 반영해 약의 실질적인 효과와 안전성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대한치매학회가 주도하는 전국 단위 레지스트리 ‘JOY-ALZ’에 따르면 전국 42개 의료기관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등록된 775명의 분석 대상자 중 85.2%인 660명이 레카네맙 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항아밀로이드 치료가 이미 연구실을 떠나 실제 병원 진료 체계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도 고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가장 큰 우려로 지적됐던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발생률은 14.8%로, 이는 3상 임상시험(CLARITY-AD) 아시아인 하위군 분석 결과와 유사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부종(ARIA-E) 4.1%, 출혈(ARIA-H) 13.2%였으며 실제 증상을 동반한 유증상 ARIA는 0.6%에 불과했다. 주입 관련 반응 역시 초기 투여 시기에 집중됐을 뿐 대부분 경증에 그쳐 의료진의 모니터링 하에 충분히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음이 입증됐다.

오 정책이사는 “실제 현장에서는 ARIA가 발생하더라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정기적인 MRI(자기공명영상) 모니터링과 임상 판단을 통해 투여 중단, 지연, 재개를 결정하며 관리한다”며 “발생 빈도만을 떼어내 과장하면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은 분명히 설명하되 관리 가능성과 치료 이득을 함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료 현장에서 안전 관리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배경에는 엄격한 모니터링 체계가 있다. 국내 의료진은 환자별 위험도에 따라 레카네맙 투여 후 MRI 검사 횟수를 식품의약품안전처 기본 권고(4회)보다 늘려 실시하는 등 ARIA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고강도 관리 시스템은 실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이 통제된 임상시험 대상자보다 훨씬 복합적인 상태라는 점을 고려한 선제적 조치다. 국내 RWD에 따르면 레카네맙 투여군의 46.7%은 경도인지장애, 44.5%는 경증 알츠하이머 단계였으며 특히 고혈압·당뇨 등 동반 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가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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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D를 통해 치료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움직임은 국제적으로도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레지스트리 ‘ALZ-NET’에는 올해 4월 기준 4731명이 등록됐고 128개 기관에서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중 레카네맙은 1729건으로 전체 투여 사례의 약 3분의 2를 차지해 실제 진료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로 나타났다.

오 정책이사는 “일부 전문가들이 단편적인 분석 결과만을 근거로 항아밀로이드 치료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그 한계를 단정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며 “이는 객관적인 학술 비평이라기보다 진료 현장의 복잡한 맥락과 누적된 임상 경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섣부른 일반화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학술적 찬반을 넘어 환자의 의사결정과 현장 진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치매처럼 가족의 기대와 불안이 큰 영역일수록 연구 결과에 대한 해석은 더 정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정책이사는 “항아밀로이드 치료는 지금도 환자와 보호자에게 효과와 한계,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1시간 이상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데 이번처럼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해석이 더해지면 현장에서는 치료에 대한 무너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추가 설명과 설득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실제 임상 경험과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치료를 시작한 환자와 보호자에게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고 그 뒷감당을 일선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학술적 발언에 있어 더욱 무거운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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