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정서·위생 불신에도…훠궈·마라탕·밀크티 소비 왜 늘었나

김나연 기자 2026. 4. 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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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이벤트’ 앞세운 C푸드 공세…강남·명동 핵심 상권 빠르게 잠식
반중·위생 리스크 속 중국 외식 브랜드 확산…골목상권 재편 변수로
하이디라오 명동점. ⓒ김나연 기자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반중(反中) 정서가 여전히 강한 한국 사회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훠궈·마라탕·밀크티 등 이른바 'C푸드' 소비는 오히려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장 수 증가와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 패턴 변화가 외식시장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외식 브랜드들은 국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출점과 함께 매장 고급화, 체험형 서비스 전략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저렴하고 위생이 안 좋은' 이미지였던 중식 프랜차이즈도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며 프리미엄 외식 시장까지 파고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는 '경험형 외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생일 축하 이벤트, 수타 퍼포먼스, 대기 고객을 위한 간식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 요소를 결합해 외식을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었다. 이러한 전략이 SNS 확산과 맞물려 젊은 소비층의 방문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하이디라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17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0억원대를 돌파하며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마라탕 프랜차이즈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표 브랜드인 탕화쿵푸는 2018년 40여개 수준이던 매장이 최근 500개를 훌쩍 넘겼다. 마라탕은 배달 플랫폼 데이터에서도 10대 인기 메뉴 1위를 기록하는 등 젊은 세대 사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밀크티를 앞세운 중국 음료 브랜드의 확장도 눈에 띈다. 중국 밀크티 브랜드 차지(패왕차희)는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고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용산 아이파크몰과 신촌 등 주요 상권에도 동시에 매장을 출점하며 초반부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금일 강남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한국 시장 공략 전략을 공개한다.

2017년 설립된 차지는 전통 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셉트를 앞세운 브랜드다. 전 세계 매장 수는 7000개를 넘어섰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밀크티 브랜드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국내에서는 '장원영 밀크티'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 차(茶)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2022년 '미쉐'를 시작으로 '차백도', '헤이티', '아운티제니' 등이 잇따라 국내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커피 중심이던 국내 카페 시장에 차(茶) 기반 음료 문화를 확산시키며 기존 프랜차이즈와의 경쟁 구도를 새롭게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20년대 초반 열풍을 일으킨 중국발 디저트 탕후루에 이어 최근에는 버터떡이 새로운 유행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유행한 버터떡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카페 앞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C푸드 확산 흐름은 국내 소비자 인식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70% 이상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으며, 특히 2030세대에서 반중 정서가 더 강하게 나타난다. 과거 '알몸김치', '오줌맥주' 등 식품 위생 논란이 반복되며 형성된 불신이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에도 위생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국내 주요 마라탕 프랜차이즈 20곳에서 판매된 일부 마라탕과 땅콩소스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대장균 등이 검출됐다. 특히 땅콩소스처럼 별도 가열 없이 제공되는 식품에서 균이 다수 확인되면서 조리 환경뿐 아니라 보관·위생 관리 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몇 년간 마라탕·양꼬치 등 배달 음식점을 집중 점검해 다수 업소를 적발했으며, 조리·보관·재가열 과정 전반에서 위생 취약 요인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여러 재료를 한 용기에 넣어 조리하고, 소스를 별도로 제공하는 구조상 작은 관리 소홀도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위생 우려와는 별개로 MZ세대 사이 중국 음식에 대한 소비는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젊은 층의 개인적 감정과 실제 소비 행태를 분리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정치·외교적 감정과 실제 소비 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으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맛과 가격, 경험, 트렌드 적합성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SNS를 통한 빠른 정보 확산과 '경험을 공유하려는 욕구' 역시 이러한 소비 패턴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계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더본코리아는 향신료 강도를 낮춘 '한국식 마라탕'을 준비하는 등 현지화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기존 외식업체들도 메뉴 다변화와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다.

다만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지속될 경우 단순한 메뉴 경쟁을 넘어 구조적인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중국 외식 브랜드의 확산이 골목상권과 자영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력과 자본, 운영 시스템을 갖춘 중국 외식 브랜드가 가맹사업까지 확대한다면 골목상권과 중소 외식업체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나연 기자 yeonpil@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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