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동맹국의 배신?”… UAE가 파키스탄에 5조원 상환 요구한 이유
2027년까지 예정된 대출 연장 거부
UAE-사우디 갈등 속 파키스탄 불똥
“이란 협상 중재자 역할에도 불만 가져"
아랍에미리트(UAE)가 경제난에 시달리는 동맹국 파키스탄에 35억 달러(약 5조 원)를 즉시 상환하라고 요구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UAE는 이달 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중재하던 파키스탄에 돌연 35억 달러 규모의 대출금 상환을 요구했다. UAE는 2018년부터 해당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왔으나, 올해 들어 연장을 거부했다.
35억 달러는 4월 초 기준 파키스탄 중앙은행 외환보유액(약 160억 달러)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파키스탄이 2024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7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UAE는 2027년까지 상환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두 나라는 1971년 UAE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UAE 공군 초대 참모총장 5명이 모두 파키스탄인이었고, 파키스탄 국영항공은 에미레이트 항공에 항공기와 교육을 제공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UAE는 파키스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정 지원을 해왔다.
양국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UAE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부터다. 2023년 수단 내전이 발발하자 사우디와 UAE는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했고, 예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UAE산 무기 운송 차량을 폭격하고, UAE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비난하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 같은 UAE와 사우디 간 긴장 속에서 파키스탄은 사우디에 더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9월 양국은 전략적 상호방위조약(SMDA)을 체결했다. 또한 지난 11일에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앞두고, 파키스탄 공군 전력이 사우디 동부 다란의 킹 압둘아지즈 공군기지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파키스탄은 지난해 말부터 최소 20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UAE 대출을 2년 연장하려 했지만, UAE는 올해 1월부터 이를 월 단위로만 연장하며 압박을 가했고 결국 연장 자체를 거부했다. 결국 파키스탄은 사우디로부터 30억 달러의 긴급 금융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겼으며, 사우디는 중앙은행에 예치된 기존 50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예금 만기도 연장하기로 했다.
여기에 파키스탄이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은 점도 UAE를 불쾌하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쟁 이후 걸프 국가 중 UAE가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파키스탄의 중재 행보는 UAE 입장에서 이란에 일정 부분 우호적인 태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현재 UAE는 사안을 매우 흑백논리로 바라보고 있다”며 “중립은 존재하지 않으며, 중재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미 중간 지대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사우디와 UAE 간 균열은 여전히 존재하며, 파키스탄은 그 갈등이 표출되는 하나의 무대”라고 분석했다.
UAE 출신 학자이자 평론가인 압둘칼레크 압둘라도 “아부다비에는 분명한 불만이 존재한다”며 “파키스탄이 중재자 역할을 하려 한 점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불만과 양국 관계의 근본적 재검토는 별개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파키스탄이 UAE 대신 사우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사우디의 지원 규모는 파키스탄 외환보유액의 약 절반 수준에 달해, 자금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프린스턴대 중동 전문가 버나드 하이켈 교수는 “사우디는 파키스탄을 계속 구제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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