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설치…일본 쪽 압박에 결국 ‘무산’

뉴질랜드 오클랜드시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최종 불허했다고 전해졌다. 일본 정부가 뉴질랜드 쪽에 외교적 압박을 넣은 영향으로 관측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28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시 지역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대해 시가 소유한 부지에 설치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오클랜드시는 지역 시민단체의 ‘평화의 소녀상’ 설치 제안을 일단 승인했으나, 이후 일부에서 ‘평화의 소녀상’ 관련 우려를 제기하자 지난해 9월 설치 허가를 한차례 보류한 뒤, 시민 의견을 근거로 이번에 최종 불허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시에 설치하려던 ‘평화의 소녀상’은 한국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뉴질랜드 지역 시민단체에 기증한 것으로, 오클랜드 바리스포인트 보호구역 내 한인 문화정원에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지난해 ‘평화의 소녀상’ 설치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때, 일본 정부가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오사와 마코토 주뉴질랜드 일본 대사가 ‘일본과 뉴질랜드의 외교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 10일 영국 가디언도 익명을 요구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 말을 따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과 한국 사회 내 분열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며 일본-뉴질랜드 도시들 사이에 교류 단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매체에 따르면, 오사와 대사는 오클랜드 시의회에 제출한 서한에서 “이 문제에 불필요하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일본과 한국의 협력뿐만 아니라 일본-뉴질랜드 관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2015년 뉴질랜드 정부가 한국 문화정원 조성에 필요한 수도·전기 비용을 지원한 만큼 만약 ‘평화의 소녀상’이 이곳에 세워지면 뉴질랜드가 정부 차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지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가디언은 주뉴질랜드 일본대사관이 “일본은 피해 여성들의 경험을 부정하거나 경시할 의도가 전혀 없다”면서도 “이 운동이 일부 한국인들의 주도로 이루어진 ‘반일 운동’의 일환이라고 믿고 있으며, 일본인과 한국인의 화해 대신 다른 나라의 지역 사회에 분열과 갈등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뉴질랜드 현지에서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이끌었던 단체 쪽에선 일본 정부가 피해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노골적으로 숨기려 한다며 반발했다. 가디언은 동상 설치를 추진하는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 원주민 용어) 뉴질랜드 평화의 소녀상 위원회’ 쪽이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어린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을 인정하고 이들의 존엄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구 반대편에서 여성들을 기억하려는 기념물 설치 노력을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침묵시키려 한다”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서울에 처음 세워진 뒤 민간 단체 및 개인들의 활약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독일 베를린 등 국외에도 수십개가 설치됐다. 이때마다 일본 정부와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반대 활동을 집요하게 벌여 왔다. 실제 지난 201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동상을 공공 재산으로 인정하려 하자, 일본 오사카시가 이에 반발해 ‘자매도시’ 관계를 종료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도 일본 정부와 우익 단체 등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 평화의 소녀상’ 철거되는 일이 있었다. 이 소녀상은 독일 베를린 문화공간인 예술·도시학센터(ZK/U)가 사유지인 센터 건물 앞 부지 한쪽을 새 보금자리로 내어줘 재설치된 바 있다.
이번 오클랜드시의 불허 결정 근거가 된 시민 의견 접수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60% 가까이가 반대 의견이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가디언 쪽은 ‘평화의 소녀상’ 건립 제안에 접수된 의견 672건 가운데 개인 51%가 반대했고, 단체 21곳 중 13곳이 반대했다고 밝혔다. 의견을 제출한 이들 가운데 뉴질랜드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36%, 한국인은 34%였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장예지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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