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AI 밀렸는데… '하드웨어 장인' 발탁한 애플의 전략 [視리즈]

이혁기 기자 2026. 4. 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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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애플 새 CEO 낙관론 비관론②
인공지능 부문서 고전하는 애플
예고한 시리 업데이트 2년째 연기
핵심 개발진엔 코딩 재교육 실시
어깨 무거워진 애플의 새 CEO

애플이 인공지능(AI) 핵심 개발진을 코딩 재교육 프로그램인 '부트캠프(Boot camp)'로 내몰았습니다. 애플의 AI 경쟁력이 사실상 바닥에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 때문인지 애플이 팀 쿡을 잇는 새 CEO로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장인'을 발탁한 것 자체가 패착이 아니냐는 날 선 지적도 나옵니다. 1편 낙관론에 이어 2편에서는 애플의 새 수장이 직면할 냉정한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우리는 1편에서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애플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살펴봤습니다. 오늘날의 애플을 만든 건 역대 수장들의 확고한 리더십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혁신적인 제품들을 연이어 출시해 애플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었다면, 그의 후임자인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탁월한 공급망 관리(SCM) 능력을 발휘해 애플의 사업 이윤을 극대화했습니다. 그 결과, 애플은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잡스와 함께 '애플 황금기'의 나머지 절반을 그려낸 쿡 CEO가 이제 수장직을 내려놓습니다. 그의 후임은 애플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진두지휘해 온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입니다. 한편에선 벌써부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그가 가진 '엔지니어 DNA'가 스티브 잡스 시절의 '제품 최우선주의'를 연상하게 만든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애플이 올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21.0%)를 꿰찬 점도 낙관론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 비관론: 고질병 된 AI = 하지만 낙관론의 이면엔 그가 마주할 현실이 결코 녹록지 않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공존합니다. 무엇보다 애플이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애플이 쓴소리를 듣고 있는 건 존 터너스의 전공과는 거리가 다소 먼 소프트웨어 분야입니다. 최근 스마트폰의 핵심 기술로 떠오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애플이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24년 6월, 애플이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면서입니다. 이 기술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PC) 등 여러 운영체제에 탑재되는 개인용 AI 시스템으로, 핵심 기능은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알아서 앱을 조작하고 명령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입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자사의 음성 인식 서비스 '시리(Siri)'에 적용해 음성 명령만으로 AI 에이전트가 실행되게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이폰16 출시를 앞둔 그해 9월까지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유튜브 영상으로 홍보하며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출시 당일 뚜껑을 열어보니, 이 기능은 아이폰16에서 쏙 빠져 있었습니다.

[사진 | 더스쿠프 포토]
당시 애플은 "주요 기능이 만족스러운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선보이겠다"고 해명했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3월 7일 애플이 성명을 통해 "좀 더 완벽한 AI 에이전트 기능을 구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면서 시리 업데이트를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입니다.

야심차게 선보였던 유튜브 홍보 영상마저 조용히 삭제했죠. 이 때문에 애플은 혁신을 기대하고 지갑을 열어젖힌 소비자들에게 '사기극'이라는 매서운 비판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미국에선 애플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죠.

업계에선 이를 두고 애플이 기술적 장벽을 넘지 못해 벌어진 '예고된 참사'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애플이 AI 기술력 한계에 부딪혀 허덕이는 징후는 이미 내부 곳곳에서 감지됐기 때문입니다. 2024년 2월, 10년간 공들인 자율주행 전기차 프로젝트를 폐기하면서까지 2000명의 인력을 AI 부서로 급파한 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애플이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의 15일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수백명에 달하는 시리 개발 인력을 120명으로 크게 줄였습니다. 핵심 시리 개발팀을 60명으로 축소하고, 시리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전담 조직에 60명을 배치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볼 건 애플이 시리 개발부서를 나온 200여명에게 코딩 재교육 프로그램인 '부트캠프(Boot camp)'를 실시했다는 점입니다. 핵심 개발진에게 재교육 명령을 내렸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지만, 애플이 WWDC를 불과 두달 남겨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신기능ㆍ신제품 공개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기초 교육'을 다시 해야 할 만큼 내부 상황이 다급하다는 방증이라서입니다.

미 IT 매체 윈버저(WinBuzzer)는 17일 기사에서 "이번 부트캠프는 시리를 개발하는 팀이 회사 나머지 부서들에 뒤처졌다는 암묵적인 인정이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단 몇 주짜리 교육 프로그램이 수년간 애플의 AI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팀을 얼마나 의미 있게 바꿀 수 있을까. WWDC가 열려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 | 뉴시스]
이렇듯 새로운 애플 수장의 앞길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명가'로서의 애플 입지는 탄탄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AI 분야에선 좀처럼 혁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소비자와의 약속을 어기고 개발 인력을 재교육하는 등 체면을 구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장 두 달 앞으로 다가온 WWDC는 AI 부문에서 고전 중인 애플의 역량을 검증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입니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은 애플은 과연 잃어버린 '혁신의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애플의 새 수장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삼성전자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그 결과가 궁금해집니다. 애플과 삼성의 경쟁판도는 3편에서 비주얼로 다뤄보겠습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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