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미사일 잡는 300만원짜리 드론… 우크라가 바꾼 '가성비 전쟁'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요격 미사일 품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시스템의 일부와 패트리엇이 반출된 것으로 알려지며 국민적 불안이 커진 바 있고, 미국에 패트리엇을 주문한 세계 각국에는 미사일 납품이 5년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미국의 통보서가 날아들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요격 미사일 품귀 현상은 전투기에 탑재되는 ‘암람’이나 ‘사이드와인더’, ‘MICA’ 같은 공대공 미사일은 물론, 사드와 패트리엇, 천궁-II와 같은 지대공 미사일에 이르기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이란 전쟁이 마치 블랙홀처럼 요격 미사일 재고를 빨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으로 전세계 요격 미사일 품귀 현상
2월 2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이란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을 향해 발사한 탄도·순항미사일과 드론은 총 8,695발에 달한다. 각국은 이를 막기 위해 가용 자산을 총동원했다. 최근 미국 CNN은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를 인용,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패트리엇 재고의 61.37%, 사드 재고의 52~80%를 소진해 향후 4~5년간 대규모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보도까지 냈다. 물론 해당 주장은 패트리엇 미사일의 세부 분류(GEM-T, ERINT, MSE)를 구분하지 않고, 매년 공개되는 미 국방부 예산요청서에 적시된 연도별 미사일 구매 수량을 종합한 전체 재고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오보다. 기사는 최근 해당 요격 미사일의 생산 설비가 대폭 확충돼 이번에 이란 전쟁에서 쓴 요격탄은 내년 하반기면 다 채워진다는 사실도 외면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동 국가들이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막기 위해 엄청난 양의 요격 미사일을 쓴 것 자체는 사실이고, 미국이 증산하는 요격 미사일 물량 대부분은 미군에 우선 공급될 것이기 때문에, 각국은 당분간 심각한 요격 미사일 부족을 겪어야 할 판이다.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 위협은 날로 증가하는데, 그렇다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그저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것일까?
러시아의 자폭 드론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요격 드론 '스팅'
요즘 우크라이나의 *‘스팅’ 요격 드론이 화제다. 스팅은 러시아가 매일 수백 대씩 날려대는 장거리 자폭 드론을 막기 위해 개발한 저가형 요격 무기다. 러시아가 날리는 자폭 드론은 이란의 ‘샤히드’ 드론에서 파생된 모델들인데, 기본형 1대는 2만 달러로 만들 수 있고, 최대 2,500㎞까지 날아간다.
스팅(Sting)
우크라이나 대통령여단 자원봉사자 그룹이 중심이 되어 개발한 드론 요격용 드론. FPV(First Person View) 드론 기술을 응용해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와 무선 컨트롤러로 사용자가 직접 조종하거나, 인공지능 기능을 추가해 지정된 공역에서 드론이 스스로 수색·요격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대당 2,100달러로 하루 1,000대 이상 생산 가능하다.

우크라이나는 이걸 잡으려고 1발에 100만 달러가 넘는 미국산 ‘암람’, 55만 달러짜리 ‘사이드와인더’를 썼지만, 매일 날아오는 자폭 드론의 숫자가 적게는 100여 대, 많게는 800여 대까지 늘어나자 최대한 싸게 적의 자폭 드론을 잡을 수 있는 무기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스팅을 만들어냈다.
스팅은 정말 단순하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전동모터와 배터리, 카메라, 안테나, 제어장치 등을 넣고, 3D 프린터로 찍어낸 동체와 날개를 붙여서 만든 이 드론은 1대에 2,100달러다. 방공 레이더가 적 드론 접근을 포착하면, 운용병이 스팅을 손으로 들고 나가 공터에서 발진시킨 뒤, 고글을 쓰고 컨트롤러로 스팅을 직접 조종해 목표물에 명중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유형의 드론은 시속 100~200㎞ 안팎의 속도로 비행하는 장거리 자폭 드론은 물론, 헬기도 잡을 수 있어 최근 드론 방어·저고도 방공무기로 주가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저가형 방공무기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센서 성능이 떨어지고 요격체 자체의 최고속도도 시속 300~400㎞에 불과한 이런 저가형 요격무기들은 전투기나 순항미사일 같은 천음속 비행체나 마하 4~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의 탄도미사일은 잡을 수 없는 저가형 방공무기
요격하고자 하는 대상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요격용 장비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초고속 공중 표적에 대응할 수 있는 레이더와 미사일을 만드는데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초고속 비행체를 탐지·추적하려면 높은 성능의 레이더가 필요하다. 레이더는 표적에 전자기파를 쏴서 표적에 맞고 돌아온 반사파를 수신해 표적의 유무를 확인하는 장치다. 레이더는 전자기파를 쏜 뒤 표적에 맞고 돌아오기까지의 시간을 계산해 표적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반사파의 강도를 계산해 표적의 방향을 측정하며, 반사파의 주파수 변화를 계산해 표적의 속도를 측정한다.

이 세 가지 측정·계산 작업을 아주 짧은 시간에 반복해 이동하는 표적과 접촉을 유지하는 것을 추적(tracking)이라고 하는데, 표적에 요격 미사일을 조준하고 유도하려면 이 추적이 정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레이더 추적의 정밀도를 높이려면 레이더 출력을 높이고, 표적 반사파와 이외의 물체에서 반사된 잡신호를 정확하게 구분하고, 앞서 언급한 측정·계산 주기를 더 짧게 만들고 컴퓨터의 연산 속도를 높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장거리 자폭 드론은 1초에 36~50m를 날고, 이보다 빠른 F-16 전투기는 1초에 230m 이상을 움직인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이란이 대량으로 날리는 ‘파테-110’ 탄도미사일은 1초에 1,700m, ‘졸파가르’ 미사일은 2,500m를 이동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쯤 되면 1초에 8,500m를 움직인다. 즉, 측정·계산 주기가 느리고 연산 능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레이더는 이런 초고속 표적을 추적할 수 없다. 그래서 탄도미사일 대응 시스템은 레이더부터 비싸다. 서방 국가들이 많이 쓰이는 대공레이더인 ‘지라페’는 한 세트에 300만 달러 정도지만, 패트리엇용 AN/MPQ-65 레이더는 세트당 1,500만 달러가 넘고, 사드용 AN/TPY-2 레이더는 5억 달러가 넘는다.

고성능 레이더·방향 제어 장치 등 장착한 요격 미사일은 1발에 수백억원
고성능 레이더와 연동, 높은 수준의 기동성을 발휘해 초고속 표적을 상대해야 하는 요격 미사일도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요격 미사일은 지상 레이더만큼은 아니지만 우수한 성능의 레이더와 적외선 탐색기가 들어가고, 극초음속의 속도로 비행하며 급기동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추진·방향 제어 장치에도 값비싼 부품이 들어간다. SM-3는 최신형 블록 IIA 기준으로 미사일 값만 2,800만 달러(약 411억 원)다. 제조사가 24시간 생산라인을 돌려도 1년에 단 24발만 생산 가능할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무기다. 사드는 1발에 1,500만 달러(약 220억 원)이며 연간 96발만 생산되고 있고, 그나마 좀 싸다는 패트리엇 PAC-3 MSE는 1발에 600만 달러(약 89억 원)에 연간 600발 정도 생산된다. 최근 가성비 좋다고 호평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천궁-II도 1발에 15억 원이 넘는다.
문제는 탄도미사일을 이러한 고가의 요격 미사일로 잡는 것은 ‘가성비’가 심각하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탄도미사일은 로켓에 관성항법·위성항법장치, 제어장치와 탄두를 붙이면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무기이고, 가격도 싸다. 탄도미사일은 움직이는 표적을 맞힌다거나 회피 기동 능력을 추가한다거나 하는 과도한 성능을 추가하지 않는 한, 요격 미사일보다 훨씬 더 싸게, 많이 조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이란의 파테-110 미사일은 1발에 10만 달러(약 1억5,000만원) 정도이고,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에서 최고급으로 쳐주는 미국의 ATACMS나 우리나라의 현무-2A는 100만~150만 달러 정도다. 러시아의 최신형 이스칸데르-M은 1발에 200만 달러 정도다. 탄도미사일 요격 작전에서는 격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표적 1개당 2~4발의 요격 미사일을 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200만 달러짜리 이스칸데르 하나를 잡기 위해 600만 달러짜리 패트리엇 MSE 4발을 쏘는 것은 낭비라 여겨 표적 하나당 요격 미사일 1발만 사용하도록 교전 수칙을 바꾸기도 했다.
값비싼 요격미사일 대신 탄도미사일 막을 방법 연구하는 세계 각국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매일 수백 대씩 날아드는 ‘샤히드’ 자폭 드론을 막기 위해 ‘스팅’ 요격 드론을 개발한 우크라이나는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쓰지 않고도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나 ‘킨잘’ 같은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에 대응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이들은 적 탄도미사일에 직접 요격탄을 쏴 물리적으로 격추하는 ‘하드킬(Hard kill)’ 대신, 적 탄도미사일을 무력화시켜 적이 의도한 파괴 효과를 얻지 못하도록 만드는 ‘소프트킬(Soft kill)’ 솔루션을 만들어냈다.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59발 중 58발을 막아낸 ‘리마(Lima)’ 시스템이 그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리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재밍(Jamming)’과 ‘스푸핑(Spoofing)’, 사이버 공격으로 표적을 무력화한다고만 소개했다. 그리고 4월 초,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한 영상에서는 러시아의 킨잘 미사일이 폭발하지 않고 수직으로 낙하해 공터에 추락하는 모습이 리마 시스템의 전자전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그렇다면 리마는 어떻게 적 탄도미사일을 무력화하는 것일까?
이스칸데르나 킨잘에 들어가는 유도장치의 핵심은 글로나스 위성항법장치다. 글로나스는 미국의 GPS(위치항법시스템)에 대항하기 위해 러시아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GPS와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항법위성이 쏜 신호를 수신해 삼변측량 방식으로 위치를 계산한다. 재밍은 항법위성이 쏘는 ‘진짜 신호’보다 강한 출력의 ‘가짜 신호’를 쏴서 미사일 유도장치에 내장된 수신기가 진짜 신호를 수신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교란술이다. 재밍에 노출된 미사일은 방향을 잃고 헤매다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추락한다.
전파 교란과 사이버 공격으로 미사일·드론 무력화
스푸핑은 재밍보다 더 정교한 교란술이다. 위성 신호와 거의 똑같은 가짜 신호를 쏴서 수신기가 자신의 위치를 오인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스푸핑을 정교하게 구사하면 위성 항법을 쓰는 적 미사일이나 드론을 돌려보낼 수도 있는데,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이 스푸핑을 이용해 러시아의 샤히드 드론을 러시아나 벨라루스 방향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 여기에 미사일 자체를 해킹함으로써 미사일의 제어장치 통제권을 빼앗아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도록 하거나, 전자식 신관을 비활성화시켜 탄두가 폭발하지 않도록 만들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리마 시스템은 재밍을 통해 러시아 미사일이 방향을 잃게 만들고, 스푸핑을 써서 미사일을 개활지나 호수 등 엉뚱한 좌표로 유도한 뒤 추락시킨다. 세계 최초의 실용화 소프트킬 방공 시스템인 셈이다.
값비싼 요격 미사일을 쓰지 않고 적 탄도미사일에 대응하는 무기는 우크라이나의 리마 시스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각국은 최대한 저렴하게 공중 표적을 격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 중이다. 한때 *레이저 무기가 주목받았지만, 레이저는 가시거리 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비가 오거나 안개가 낀 환경에서는 유효사거리가 급격히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레이저 무기
높은 출력과 밀도의 레이저를 쏴서 목표에 열에너지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파괴 효과를 달성하는 광학무기. 돋보기와 같은 볼록렌즈로 태양열을 한 점에 모아 높은 열에너지로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파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 초에서 수십 초 이상 레이저를 쏴야 한다. 고출력·고밀도 레이저를 발생시키기 위한 설비가 비싸고, 기상에 따른 사거리 저하 문제도 커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또 파괴 효과를 얻기까지 적게는 수 초에서 길게는 수십 초를 쏘고 있어야 하는 점 때문에 미사일 방어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많아 요즘은 그 인기가 많이 식었다. 레이저의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HPM(High-Power Microwave) 무기다.
전자레인지에 쓰는 마이크로파로 미사일 공격 막는 시스템 개발
우리는 식은 치킨을 데우기 위해 전자레인지에 넣기 전, 치킨의 알루미늄 호일 포장재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호일을 그대로 넣었다가는 전자레인지 작동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내부에서 스파크가 튀고 불이 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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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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