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의 본질을 묻는 발달장애 학생 평가
발달장애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육당국을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폐성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장애 특성과 학습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중간·기말고사 지필평가와 수행평가에 응시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시험을 치르지 못하면 '미인정 결시'로 처리되는 현실은 의무교육 과정에서조차 정당한 편의를 제공받지 못한 사례라며, 국가와 경기도교육청, 서울·인천시교육청 등을 상대로 차별구제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단체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발달장애 학생을 고려한 평가 지침 마련, 평가 조정 방안, 대안 과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평가기준 자체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시험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발달장애 학생을 고려한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행 법령은 '개별화교육계획'을 통해 학생별 목표와 평가계획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평가 조정이 거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발달장애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수준과 무관한 시험에 응시해야 하고, 이는 교육권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와도 충돌한다. 교육이 학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교육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장애인교육법'에 따라 모든 특수교육대상 학생에게 개별화교육계획을 수립하고, 시험 대신 포트폴리오·프로젝트 기반 평가를 통해 성취를 인정한다. 유럽은 형성평가를 중심으로 학습 과정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제공하며, 조기발견과 맞춤형 평가를 제도화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발달장애 학생을 일반 평가 체계에서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동등한 학습 성취 기회를 보장한다. 한국도 대안적 평가 기준을 마련해, 시험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소송 이전에 교육당국이 먼저 고민했어야 할 문제다. 교육은 모든 학생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교육당국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제도의 빈틈을 메우고, 모든 학생이 존중받는 교육 환경 마련을 서둘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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