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시훈이라는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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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1위라는 성적표 뒤에는 단역으로 시작해 불과 2년 만에 주연으로 우뚝 선 신예 백시훈이 있다. 인도 라 카르틱 감독의 확신을 끌어낸 그는 서툰 '콩글리시'와 뜨거운 눈빛만으로 언어의 장벽을 허물며 '준재'라는 인물을 스크린에 새겨 넣었다. 어떤 색과 섞여도 기어이 자신만의 빛을 만들어내는, 무한한 확장을 꿈꾸는 '흰색' 같은 배우. 백시훈의 세계는 이제 막 찬란한 서막을 올렸다.

데뷔 초반에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세계 1위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요즘 실감하는 변화가 있나요?
여전히 얼떨떨합니다. 데뷔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 이런 성과를 거두니 기쁘면서도 믿기지 않아요. 얼마 전 델리 국제영화제 초청으로 인도에 다녀왔는데, 행사장과 공항에서 많은 분이 알아보고 반겨주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실감했어요. 제가 정말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느끼는 중입니다.
라 카르틱 감독과 네 번의 화상 미팅 끝에 캐스팅되었다고 들었어요.
본인이 낙점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미팅 당시 대본 리딩을 할 때마다 감독님은 "조금 더 에너지를 보여 달라"는 피드백을 주셨어요. 다음 미팅까지 그 부분을 완벽히 반영하려 치열하게 준비했고, 그런 태도를 좋게 봐주신 것 같어요. 무엇보다 감독님이 그리신 '준재'라는 캐릭터의 이미지와 나의 색깔이 잘 맞아떨어진 덕분이에요.
남다른 열정 덕분에 인도 현지 촬영까지 일정이 늘어났다는 후문이 있어요. 감독님의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 한 방'이 있나요?
촬영 유무와 상관없이 감독님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눴어요. 서로의 문화적 배경을 완벽히 알지 못했기에, "한국에서는 이 대사나 행동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식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했죠. 완성도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들이 감독님에게 진심으로 닿았던 것 같아요.
캐릭터의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준비한 '콩글리시' 루틴이 있었나요?
희한하게 대본으로 영어를 접하면 발음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반면 평소 무심코 영어를 쓸 때는 자연스러운 '콩글리시'가 섞여 나왔어요. 그래서 일상에서 내가 말하는 모습을 수시로 영상에 담았습니다. 연습하다 발음이 너무 유창해진다 싶으면 그 영상을 다시 돌려보며, 준재다운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말투를 되찾으려 노력했어요.
인도 스태프들과 작업 중에 발생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인도 스태프들은 주로 양고기나 닭고기를 즐겨 현장에서도 인도식과 한국식을 병행했어요. 하루는 인도 요리를 먹다 재료를 물었는데, 동료가 진지하게 "개구리 요리"라고 답해 깜짝 놀랐죠. 나중에 장난인 걸 알고 다 같이 크게 웃었답니다. 감독님이 현장의 즉흥적인 영감을 반영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과정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인도 현지에서 직접 느낀 K-컬처의 열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정말 뜨거웠어요. 현지 팀의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거든요. 이민호 선배님의 <푸른 바다의 전설>이나 변우석 선배님의 <선재 업고 튀어>를 챙겨 보는 팬들이 많았어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먼저 다가와 친절을 베풀어주시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선배님들이 닦아놓으신 공감대 덕분에 현지 동료들과도 훨씬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어요.
프리양카 아룰 모한 배우와 말이 통하지 않아도 '통한다'고 느낀 짜릿한 순간이 있었나요?
번역본 없이는 의미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타밀어 대사가 많았어요. 특히 즉흥적인 신에서는 대사를 미리 숙지하지 못한 채 연기해야 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언어의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상대의 눈빛과 호흡, 대사의 톤만으로도 정서가 온전히 전달되는 것을 경험했거든요. '마음으로 통한다는 게 무엇인지 매 순간 느낀 촬영이었습니다.
배우를 꿈꾸게 된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초등학생 시절, 퇴근하신 아버지와 일주일에 다섯 번은 나란히 앉아 영화 채널을 보던 시간이 시작이었습니다. <엑스맨>, <쥬만지>, <소림축구> 같은 영화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는데, 그 세계가 너무나 경이로웠어요. '화면 속 배우들처럼 되고 싶다, 저 세계에 나도 있고 싶다'는 순수한 동경이 배우라는 꿈을 꾸게 만든 첫 기억입니다.
평소 쉬는 날의 루틴과 배우 백시훈을 정의하는 세 가지 키워드를 꼽는다면요?
주로 고전영화를 탐구해요. 작년부터는 누벨바그 시대의 작품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거장들의 영감을 찾아가는 과정이 내겐 큰 공부이자 즐거움이에요. 나를 정의하는 키워드는 '호기심, 변화, 시작'이다. 끊임없이 갈구하는 호기심, 그 안에서의 성장,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또 다른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다짐을 담았습니다.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색깔을 가진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요?
<다시, 서울에서>는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 고마운 등대 같은 작품이고, 앞으로 '흰색'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흰색은 어떤 색과 섞여도 어색함 없이 어우러져 새로운 빛을 만들어내요. 어떤 작품, 어떤 역할에서도 동료들과 유연하게 섞이며 매번 새로운 감동을 만들어내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CREDIT INFO
Contrubutig Editor 김선아
Photography 오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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