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항소심도 징역 2년 유지…방청석서 울음 터지기도
금품 요구 적극적이지 않은 점·범죄 전력 없는 점 유리한 정상 참작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권 의원이 계속 구속 수감 상태를 이어가게 되자, 방청석에서는 "안 받았는데 어떻게 받았다고 하느냐"며 항의가 터져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2-1부(백승엽 황승태 김영현 고법판사)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권 의원과 김건희 특별검사팀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이 선고한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원을 그대로 유지했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경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식사 자리에서 1억원이 든 쇼핑백을 정치자금 명목으로 건네받은 혐의를 받았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고, 권 의원과 특검 양측이 모두 항소했다.
권 의원 측은 항소심에서 크게 다섯 갈래의 주장을 폈다. △김건희 특검이 수사 권한이 없는 범죄를 수사·기소했으므로 공소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 △압수수색 영장 기재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증거를 수집해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는 점 △윤영호 등의 피의자신문조서가 탄핵증거로 채택됐지만 사실상 공소사실 입증에 활용됐다는 점 △1억원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점 △1심 형이 너무 무겁다는 점 등이었다.
'수사 범위 일탈' '위법수집증거' 권성동 측 주장 줄줄이 배척
재판부는 이 같은 권 의원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특검의 수사 범위 일탈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요 증거들은 윤씨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과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증거를 공유하고 있고, 윤씨는 김건희씨와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서 필요적 공범 관계"라며 "김건희 특검법이 규정한 관련 범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위법수집증거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인적·객관적 관련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권 의원이 윤씨와 정치자금법 위반죄의 필요적 공범 관계인 만큼 인적 관련성이 인정되고, 객관적 관련성 역시 갖춰졌다는 것이다. 특히 "통일교가 (윤석열 전 대통령 측에 접근해) 통일교 정책을 정부 정책으로 실현할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권 의원에게는 정치자금을, 김건희씨 측에는 전성배씨를 통해 목걸이를 각각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달 시기 또한 대선 전후로 시간 간격이 멀지 않다"고 판시했다. 탄핵증거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서도 "윤씨의 피신조서는 그의 법정진술에 대한 증명력을 다투는 데 사용됐을 뿐, 공소사실의 유죄 인정 증거로 삼은 바 없다"며 기각했다.
핵심 쟁점인 '1억원 수수 여부'를 둘러싼 권 의원의 사실오인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권 의원 측은 "당시 윤석열 후보 지지율 급락으로 본인이 사무총장직에서 사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통일교가 1억원을 줄 만한 실익이나 명분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윤영호씨와 윤정로씨(전 세계일보 부회장)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 등장하는 '본(本)'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국민의힘 의원을 지칭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카톡 대화의 전체 맥락상 '본'은 권 의원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봤다. 카카오톡 대화에서 "만나는 분과는 지속성이 유지되도록 해달라" "어려울 때 만나준 건 깊은 신뢰" 등의 표현이 등장하는 점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대화에 등장하는 '세웁니다'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권성동 의원이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지냈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 급락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선대위를) 세운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함께 등장하는 '용산'에 대해서도 "지리적 의미라기보다는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 임박한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를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윤씨 본인도 법정에서 "(카톡의 본은) 권 의원을 지칭하는 것이 맞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한 "권 의원이 일시적으로 사무총장직과 선대위 총괄지원본부장직에서 물러난 것은 당내 갈등 해소 차원이었을 뿐,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줄지 않았고 통일교 내부에서도 그렇게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권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4월8일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102표 가운데 81표를 얻어 당선됐고, 같은 해 7월에는 이준석 당대표 징계에 따라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겸임했다.

재판부 "1심 선고한 형, 합리적 양형 재량 범위 내에 포함"
한편 권 의원 측은 "통일교가 2025년 9월1일 윤씨의 부인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인 이아무개씨를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통일교 자금 20억원을 횡령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한 만큼, 윤씨가 자신의 횡령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허위 진술을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다수 있고, 윤씨가 향후 발생할 자신의 자금 횡령 문제까지 예상해 윤정로씨와의 카톡 대화 시각이나 권 의원과 주고받은 메시지 시각까지 사전에 조작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형 부당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양측 모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다만 사건의 죄질에 대해서는 무겁게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정치자금은 단순한 정치활동 지원의 의미를 넘어, 특정 종교단체가 향후 국가권력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공된 것"이라며 "정치권력과 종교의 유착관계가 형성될 위험을 야기했고, 정교분리 원칙을 위협하는 구체적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교분리 원칙이라는 헌법 가치의 본질을 침해한 사안인 만큼 일반적인 정치자금 범죄에 비해 죄질이 훨씬 중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한 "권 의원은 5선 국회의원이자 정당 대표를 지낸 정치인으로서 헌법이 규정한 청렴 의무에 따라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했음에도, 통일교로부터 1억원을 수수해 국민의 기대와 국회의원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다만 권 의원이 윤씨에게 적극적으로 금품을 요구하지는 않은 점, 30년간 공직에서 봉사해 온 점,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1심이 선고한 형은 합리적인 양형 재량의 범위 안에 있다"며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는 "안 받았는데 어떻게 받았다고 해"라는 울먹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권 의원과 특검은 선고일부터 7일 이내에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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