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못 받아 재판 못 나갔는데 유죄 확정…대법 “재심 사유”

김은경 기자 2026. 4. 28. 12: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피고인이 공소장과 소환장 등 소송 서류를 받지 못해 재판이 진행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실형이 확정됐다면, 이는 재심 사유에 해당해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사기 방조와 신용카드 사용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최근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50대 일용직 근로자 A씨는 2018~2019년 보이스피싱 조직에 자기 명의의 계좌와 연결된 체크카드를 넘기고 계좌에 들어온 범죄 수익 110만원을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몰래 도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약 176만원을 쓴 혐의도 있었다.

A씨는 1심 두 번째 공판기일까지는 법정에 출석하다가 세 번째 공판부터는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점에 A씨가 1200만원 규모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했다는 새로운 혐의가 발견돼 추가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출석하지 않자, 새로 기소된 사건의 공소장과 소환장을 법원 게시판 등에 올리고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을 했다.

이후 1심 재판부는 A씨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심리를 계속해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형량이 가볍다며 검사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방식으로 공시송달을 한 뒤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재판을 열고 항소를 기각했다. 검사가 2심 판결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형이 확정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A씨는 법원에 상고권 회복을 청구했다. 형사 사건 상고 기한은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지만, 불가피한 사유로 이 기한을 넘겼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다시 상고할 기회를 준다.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여 상고권 회복 결정을 내렸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은 “A씨는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1·2심 공판 절차에 출석하지 못했다”며 “원심 판결에는 재심 규정에서 정한 재심 청구 사유가 있어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된다”고 했다. 이어 “사건을 돌려받은 항소심은 1심 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한 뒤, 공소장 송달 등 절차를 새로 진행해 다시 심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판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