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기업들 'AI 투자 확신' 조바심에 감원 경쟁

김태균 2026. 4. 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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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비용 효율화 알릴 수 있어도 사기 저하 등 부작용도"
업무용 로봇과 AI [자료 화면]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 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의 건전성을 입증하고자 앞다퉈 인력 감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줄여 효율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취지지만, '사람과 AI 연산 칩을 맞바꾼다'는 비판이 일고 내부 사기 저하 등의 부작용이 만만찮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플랫폼(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메타는 직원 8천여명을 줄이기로 했고 MS는 창사 후 처음으로 미국 내 인력의 약 7%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키로 했다. MS는 명퇴 희망자가 목표치에 미달하면 추가 감원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라클과 소셜미디어 '스냅챗' 운영사인 스냅도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유명 핀테크 업체인 블록은 올해 2월 전체 구성원의 약 40%인 4천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력 감축 데이터 웹사이트인 레이오프피와이아이(layoffs.fyi)에 따르면 테크 기업들이 지난 1분기에 발표한 감원 계획 규모는 8만1천747명으로, 작년 동기(2만9천845명)의 2.7배에 달했다.

메타 AI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대규모 감축은 경쟁적 AI 투자로 기업 재무 상태가 나빠진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내 조직이 AI 전환에 효율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블록의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는 감원과 관련한 성명에서 "우리는 (재정적) 위기에 빠져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조처는 비용 효율화 등 관점에서 많은 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있지만 리스크가 만만찮다. 구성원의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특히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 사이에선 이직 준비에만 몰두하는 '엑시트 인센티브'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WSJ는 AI가 직무를 대거 자동화할 수 있는 지금에도 인간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짚었다.

각 기업에 맞는 현실적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고객을 만나는 등의 업무에 인간 고유의 역량이 필수인 데다, AI가 제대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검증·관리하는 일은 결국 인간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데이터 센터 하드웨어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무리한 감원이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늘릴 위험도 있다.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대중의 공포를 자극해 AI 규제 강화나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등의 정치적 '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테크 기업들이 이번 감원을 통해 AI 투자 의지가 탄탄하고 적은 수의 직원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수 있게 됐지만, AI 과잉 투자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기업으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돼 불확실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구글 운영사인 알파벳, 메타, 아마존, MS 등 4개사의 올해 예상 자본지출(CAPEX)은 총 6천740억달러(993조원)로, 2년 전의 두 배를 넘는다. 지난주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 예상치를 기존의 200억달러(약 29조5천억원)에서 250억달러(36조8천억원) 이상으로 높여 주가가 3.56% 빠지기도 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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