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물러난 왓챠, 매각 불발 시 '생존 해법'은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4. 28. 12:00

유력 인수 후보의 이탈로 국내 1세대 OTT 왓챠의 매각 작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콘텐츠 기업 CJ ENM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왓챠의 향방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전략적 투자자 확보가 무산되며, 최악의 경우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CJ ENM 측은 콘텐츠 및 플랫폼 경쟁력, 글로벌 확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지만, 재무적·사업적 부담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 업계에서는 CJ ENM이 콘텐츠 제작 역량과 플랫폼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적임자로 꼽혀왔지만, 회사 측은 결국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콘텐츠 스타트업 키노라이츠도 본입찰에서 발을 뺐다. 남은 인수 후보는 '한산', '노량' 등을 제작한 빅스톤픽쳐스 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CJ ENM이라는 단일 기업의 투자 철회가 아닌, OTT 산업 구조 속에서 왓챠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재 OTT 시장은 가입자 규모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가입자가 늘수록 콘텐츠 투자 여력이 커지고, 이는 다시 이용자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이 구조의 정점에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확장한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가 있다.
반면 왓챠는 스타트업 기반의 제한된 자본으로 동일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대중형 콘텐츠 확보를 통해 넷플릭스와 같은 '종합 OTT'로 도약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 체급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일부 작품이 호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제작 규모와 마케팅 역량에서 글로벌 플랫폼과의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글로벌 유통망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는 비용 회수 구조 자체가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2024년 말 왓챠의 누적 결손금은 2670억원, 자본총계는 -875억원으로 자본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2021년엔 인라이트벤처스, 두나무, 카카오벤처스 등에서 49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를 받았지만, 만기 기한인 2024년 11월까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 투자자 중 한 곳이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왓챠는 지난해 8월부터 법정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설상가상 이 과정에서 왓챠가 가진 본연의 강점은 상대적으로 희석됐다. 왓챠는 영화 평가 서비스에서 출발해 이용자의 별점과 리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추천 알고리즘을 구축해왔다. 이는 단순 시청 이력 중심의 다른 OTT와 달리 선호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자산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넷없왓있'(넷플릭스엔 없고 왓챠엔 있다)이라는 표현이 상징하듯, 왓챠는 한때 영화 마니아층 사이에서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으로 사랑받았다.
그러나 왓챠가 시장 확장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소비자의 선호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큐레이션과 취향 기반 추천을 강화하기보다는 콘텐츠 라이브러리 확대와 대중성 확보에 집중하며 넷플릭스식 성장 모델을 추구한 것. 문제는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할 경우, 자본력에서 밀리는 플레이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왓챠는 더 약한 넷플릭스라는 구조적 한계에 갇히며 경쟁력을 잃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ENM의 이번 인수전 이탈로 이러한 구조적 문제가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왓챠의 향후 전략은 더욱 중요해졌다. 왓챠의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이르면 이번 주로 잡고 있다. 다만 대형 SI(전략적 투자자)의 이탈이라는 변수가 발생한 만큼 일정을 조절할지, 그대로 진행할지도 확실치 않다. 만약 매각이 무산될 경우 왓챠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조직 축소를 넘어, 사업 모델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왓챠가 생존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영화 전문 플랫폼으로의 회귀다. 독립영화, 예술영화, 고전영화 등 대중형 OTT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에 집중해 '취향 기반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왓챠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기, 해당 플랫폼은 다양성과 큐레이션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최근 진행된 오프라인 상영 이벤트가 단기간에 매진되는 등 여전히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이 존재한다는 점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두 번째는 기술 기반 B2B 모델로의 전환이다. 왓챠가 보유한 평점 데이터는 이용자의 선호와 비선호 이유까지 포함된 고도화된 정보로, 콘텐츠 기획과 투자 판단에 활용 가치가 높다. 이를 IPTV, 방송사, 제작사 등에 제공하는 형태로 확장할 경우, 대규모 콘텐츠 투자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는 글로벌 틈새시장 공략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정면 승부가 아닌, 영화 소비문화가 강한 특정 국가의 마니아층을 겨냥하는 전략이다. 취향 기반 추천과 큐레이션 경험을 앞세운다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OTT 시장의 주도권이 글로벌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후발주자가 방향을 전환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간 이어진 이용자 이탈을 되돌리고, 동시에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이중 과제도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인수전 흥행 실패는 하나의 기업 문제를 넘어 한국 OTT 산업 전반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글로벌 플랫폼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하는 전략이 과연 유효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다. 왓챠는 한때 자신만의 색깔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했지만, 그 강점을 유지하지 못한 채 확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의 결과가 냉정하게 드러나고 있다.
왓챠의 향방은 여전히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CJ ENM의 이탈로 드러난 현실 속에서, 왓챠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결말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단지 한 플랫폼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콘텐츠 산업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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