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축복' 질문에... 교황 "성 문제보다 정의·평등이 더 중요"
성소수자 지원 가톨릭 단체 환영 입장

교황 레오 14세가 성 윤리 문제보다 평화, 불평등 등 사회 문제를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동성결혼 축복 제도화 등 성 윤리를 둘러싼 논쟁이 전쟁이나 독재, 기근 등 더 시급한 문제를 가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최근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온 레오 14세가 일부 발언을 통해 엄격한 성 윤리를 우선시해온 가톨릭교회의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고 짚었다. 레오 14세는 23일 적도기니에서 바티칸으로 향하는 귀국 비행기에서 "교회의 일치와 분열은 성적 문제를 둘러싸고 결정돼서는 안 된다"며 "정의나 평등과 같은 훨씬 더 크고 중요한 문제들이 있으며, 이 문제들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순방 중 레오 14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충돌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이란 전쟁을 겨냥한 반전 메시지를 잇따라 발신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성 윤리 문제를 언급한 해당 발언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레오 14세의 이러한 발언은 독일 뮌헨 대교구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추기경이 동성 커플 축복을 제도화하는 지침을 제안한 데 대한 질문에 답변하면서 나왔다. 지난해 사망한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3년 "(이혼 후 재혼 등) 이례적 관계에 있는 연인이나 동성 연인에 대해 사제가 축복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의 선언을 발표해 특히 아프리카에서 격한 반발을 부른 적 있다.
레오 14세는 오늘날 서구에서 특히 성 도덕 문제에 대한 '문화 전쟁'이 교회 담론을 지나치게 지배하고 있다며 "오늘날 그(축복) 이상으로 나아간다면 이 주제는 화합보다는 분열을 부추길 수 있다"며 다른 윤리적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성결혼 축복을 제도화하기보다는 비공식적 의식에 머물러야 한다는 견해인 셈이다.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들을 지원하는 '뉴 웨이즈 미니스트리'의 프랜시스 데베르나르도 사무총장은 로이터에 "교황이 사회적인 문제가 (성 문제보다) 도덕적으로 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수년 동안 성소수자를 옹호해온 가톨릭 활동가들 역시 같은 말을 해왔다"고 밝혔다. 예수회 신부인 제임스 키넌 보스턴칼리지 신학 교수도 이번 발언을 "동성결혼 축복 문제가 독재와 전쟁이라는 더 시급한 문제를 가려서는 안 된다는 교황의 신중한 판단"이라고 짚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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