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겨우 다섯 살…열 살이 됐을 때를 대비하라” [논설실 Pick]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6. 4. 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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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 리부팅 포럼
‘외우는 공부의 종말’을 화두로 격론
AI 직격탄 맞는 2030세대로
교육 예산 재배분 시급하다
제8회 대한민국 리부팅포럼이 24일 ‘AI시대의 교육개혁’을 주제로 매경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됐다. 사진 오른쪽부터 손현덕 매일경제 주필, 이중희 쿠첸 대표이사,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석창규 웹케시 회장,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 이광형 KAIST 총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 김선걸 매일경제 논설실장. [이승환기자]
제8회 대한민국 리부팅 포럼이 24일 오전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포럼은 김현철 연세대 인구와인재연구원장이 ‘AI 시대의 교육개혁’을 주제로 강연했다. 김 원장은 “한국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학업 성취도가 높지만, OECD 청소년 행복지수에서는 22개국 중 꼴찌”라고 진단하며, AI로 인해 ‘외우는 공부’가 종말을 맞고 있다고 역설했다. 뇌과학 실험에서 AI를 써서 에세이를 제출한 학생의 83%가 자신이 쓴 내용을 나중에 재현하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강연에 앞서, 그리고 강연 후에 참석자들은 AI가 기업 현장과 사회구조에 이미 가져오고 있는 변화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이날 토론의 핵심 발언을 정리한다.

■ “AI 에이전트가 6천 번 회의해 기획서 완성”

강연에 앞서 참석자들이 자유롭게 나눈 대화에서부터 AI가 이미 기업 현장을 얼마나 깊숙이 바꾸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났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 = 최근 AI 튜터링 사업 관련 기획서를 AI에게 짜보라고 했다. AI 에이전트마다 각각 10여 개의 인격을 부여하고 팀을 구성해서 회의를 시켰더니, 총 6천 몇백 번의 회의 끝에 기획서가 나왔다. AI가 했다는 사실을 지우고 사람들에게 보여줬더니, AI가 썼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의 퀄리티였다. 오히려 너무 치밀해서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 AI가 아무리 좋아도 결론은 결과다. 많이 아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많이 아는 것은 AI가 할 수 있지만, 잘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결국 티칭이냐 코칭이냐의 문제인데, AI가 티칭을 담당하는 시대라면 인간은 코칭에 집중해야 한다.

▶이광형 KAIST 총장 = 석창규 회장이 KAIST에 와서 웹케시의 AI 전환 경험을 강연했다. 교수들이 충격을 받았다. 강연 후 교수들과 대책 회의를 열었다. (대학 현장에서도 변화의 절박함이 이미 시작됐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황철주 회장=석창규 회장이 KAIST에 와서 강연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노하우다. 30년 살아온 액기스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천 가능한 코칭이 된다.

▶김석환 부회장 = 스타벅스에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1인용 자리는 다 공부하는 젊은이들이었다. 그중 한 명은 맥북 화면을 2분할해서 한쪽은 문제, 한쪽은 GPT를 켜놓고 패드까지 쓰고 있었다. 티칭은 이렇게 AI가 파고들기 쉬운데, 초등학생 이하 연령대로 내려가면 코칭이 들어간 티칭이 아니면 효용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연령대를 위한 서비스 설계를 지금 고민 중이다.

■ “고급개발자일수록 AI 능력 높이 평가”

강연이 끝난 뒤 참석자들의 발언은 AI가 초래하는 고용 구조의 변화와 사회적 충격으로 집중됐다.

▶석창규 웹케시 회장 = AI 가 이제 다섯 살인데도 모든 산업에 이렇게 파급효과가 큰데 열 살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리더십도 AI의 영역이 될 수 있다. 리더십에 특화한 AI도 결국 나올 것이다. 고급 개발자에게 물어보면 AI가 자신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그보다 못한 개발자는 AI 능력을 낮게 본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AI가 이미 일반지능에 도달했다. 우리 회사도 AI 덕분에 더 적은 인력으로 기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는데, 남은 인력을 어떤 새로운 사업으로 돌릴 것인지가 지금 숙제다.

▶김석환 부회장 = AI 덕분에 신입 사원을 채용하지 않는 곳이 많다. 그런데 젊은 피가 조직에 들어올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기존 인력 일부는 오프라인이나 다른 업무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이중희 쿠첸 대표이사 = 군 복무 시절 독도법을 잘하는 동료가 있었다. 부러웠다.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그런 능력을 갖게 됐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우리가 답을 찾아야 한다.

▶손현덕 매일경제 주필 = 인간에게 ‘복기(復棋) 능력’이 꼭 필요할 것 같다. 바둑을 두고 나면 반드시 복기를 한다. 내가 어디서 실수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다. 인간의 복기를 돕는 AI가 나오면 어떨까. 이광형 총장이 강조하는 실패의 가치도 결국 그 복기와 맞닿아 있는 것 아닌가.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 언론의 역할이 바로 그 복기다. 정부와 기업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돌아보게 돕는 것이다. AI가 언론의 메시지를 학습하고, 그것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구조가 된다면 언론의 역할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확장될 수 있다.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 현재 20대 인구는 589만 명이다. 30대는 703만 명이다. 지금 기업들의 신입 채용이 줄어든다는 건 AI로 인해 20대와 30대가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교육 예산 105조 원 중에서 초중등 예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작 고통받는 2030세대를 위한 예산 배정이 시급하다.

대한민국 리부팅 포럼은 매일경제신문 주관으로 매달 1회 개최되는 민간 주도 조찬 포럼이다. 산업계·학계·금융계 전문가들이 한국의 구조적 과제를 진단하고 민간 주도 어젠다를 설정하는 싱크탱크형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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