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다] ① 구미산단 ‘반등’시작됐나…수출 200억 달러 회복·생산 47조 돌파


장기간 침체의 터널을 지나온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최근 뚜렷한 반등 신호를 보이며 재도약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생산과 수출은 전성기 수준에 근접했고, 대규모 투자 유치와 산업구조 재편까지 맞물리면서 단순 회복을 넘어 '구조적 반등'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가동률과 고용 등 체감지표는 여전히 제한적인 회복세를 보이며, 반등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구미산단 상황을 '위기'보다 '전환기'로 진단한다. 전통 제조업 의존 구조에서 첨단 산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조정이라는 것이다.
반등을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의 실제 생산기지 유치, 중소기업의 기술 고도화, 인력 확보, 그리고 대기업 투자와의 연계 강화가 필수적이다.
결국 구미국가산단의 미래는 '얼마나 빠르게 산업 구조 전환을 완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축적된 제조 기반 위에 반도체·AI·친환경 에너지 산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구미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산업지도의 중심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보는 5회에 걸쳐 위기를 기회로 바꿔가고 있는 구미시와 구미국가산단을 집중 조명한다.
◆지표는 확실한 회복
구미산단의 반등은 무엇보다 생산과 수출에서 확인된다. 2022년 약 40조 원 수준이던 생산액은 최근 47조 원 수준까지 회복하며 전성기 재진입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월별 생산 역시 4조 원 안팎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흐름이다. 수출도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2년 187억 달러에서 최근 200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월 수출 역시 2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IT 경기 회복과 함께 무선통신기기, 전자부품, 기계류 수출이 동반 상승한 결과다.
◆반등론의 근거
△대규모 투자
구미산단 반등론의 핵심 근거는 '투자'다. 최근 구미에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16조 원 이상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 이는 단순한 생산 회복을 넘어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방산 분야에서는 미사일·레이더 등 첨단 무기체계 기업들이 집적되며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고, 반도체 분야 역시 소재·부품 중심의 공급망이 강화되는 추세다. 과거 '휴대폰 도시'로 불렸던 구미가 이제는 '첨단 복합 산업도시'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구조 다변화
구조 변화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기전자 산업 비중은 과거 60%를 넘던 수준에서 최근 50% 중반대로 낮아진 반면, 기계·장비 산업 비중은 25% 수준까지 확대됐다. 이는 특정 산업 의존도가 낮아지고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방산, 반도체, AI 산업이 더해지면서 구미산단은 점차 다층적 산업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다.
△입지·인프라 경쟁력
최근 수도권 중심의 산업 집중에 대한 한계가 드러나면서 구미의 입지 경쟁력도 재조명되고 있다. 구미는 풍부한 전력 인프라와 안정적인 공업용수, 대규모 산업단지 부지, 축적된 제조 기술을 동시에 갖춘 전국 몇 안 되는 산업 거점이다. 특히 전력과 용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비교할 때 구미는 '즉시 생산 가능한 산업기지'라는 강점을 갖는다.
△그러나 체감경기는 아직
이 같은 반등 흐름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신중하다. 가동률은 2022년 약 70%에서 최근 66% 수준으로 오히려 하락했으며 특히 중소기업은 50%대에 머무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고용 역시 8만 명 수준에서 큰 변화가 없다. 생산과 수출이 늘었음에도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중심 회복과 자동화 확산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단순 회복 아닌 턴어라운드 초입
전문가들은 현재 구미산단을 '완전한 회복'이 아닌 턴어라운드(구조적 반등)의 초입 단계로 평가한다. 과거 '휴대폰 산업 의존→대기업 철수→생산 감소'라는 하락 요인이 지배적이었다면 현재는 '첨단산업 투자 유입→수출 증가→산업 다변화' 라는 상승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미산단의 미래는 이제 명확한 변수에 달려 있다. 반도체, AI, 방산 등 신규 산업이 실제로 생산과 고용, 수출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만약 이들 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구미는 단순 회복을 넘어 국가 핵심 첨단 제조 거점으로 재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투자 성과가 지연될 경우 현재의 반등은 일시적 '반짝 회복'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갈림길에 선 구미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지금 분명히 살아나고 있다. 생산과 수출은 회복됐고, 투자와 산업구조 변화도 시작됐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질적 반등'의 신호다. 다만 가동률과 고용이라는 숙제를 풀지 못한다면 반등의 온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박병훈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본부장 인터뷰
구미국가산업단지가 반도체와 방위산업, 그리고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대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산업 수요 둔화라는 단기적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재도약의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북본부를 이끄는 박병훈 본부장은 "지금이야말로 구미산단이 과거의 영광을 넘어 미래 산업 거점으로 도약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구미국가산단의 가장 큰 강점으로 '축적된 산업 기반과 입지'를 꼽았다.
그는 "1969년 1단지 조성을 시작으로 현재 5단지까지 확장된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총 1천91만평 규모를 갖춘 내륙 최대 산업단지"라며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상징이자 반도체와 방산 등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생산기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판을 바꿀 변수'로 지목했다. 신공항과의 인접성은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수출 중심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대구·경북 통합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구미는 단순한 제조도시를 넘어 남부권 핵심 산업·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추게 됐다는 평가다.
현재 상황에 대해 그는 "위기이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이차전지와 디스플레이 일부 분야는 일시적인 수요 정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AI 산업 확산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 K-방산의 전략적 가치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AI 전환(AX)이 가속화되면서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흐름은 구미 산업 구조 재편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방위산업 역시 수출 확대와 기술 경쟁력 입증을 통해 지역 경제 회복의 또 다른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이 흐름을 일시적 반등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며 "반도체와 방산의 성과를 AI와 접목해 산업 전반을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미산단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는 '교통망 확충과 정주 환경 개선'을 제시했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 같은 앵커시설을 유치하려면 결국 사람이 와야 합니다. 인재가 머무를 수 있는 도시가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신공항과 연계된 철도·도로망 구축은 물론, 교육·문화·주거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인프라가 기업을 부르고, 정주 여건이 인재를 부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구미가 다시 선택받는 도시가 된다"고 강조했다.
산단공의 역할에 대해 박 본부장은 '산단 혁신의 연결자'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는 단순한 관리기관을 넘어 산업 전환을 이끄는 플랫폼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현재 AI 전환(AX) 지원, 탄소중립 산업단지 조성, 구조고도화 사업, 문화선도산단 사업 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그는 "입주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노후 산업 환경을 개선하고 문화·휴식 공간을 확충해 청년들이 찾는 산업단지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입주기업의 애로를 즉각 해결해 기업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기본 역할"이라며 현장 중심의 기업 지원도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박 본부장은 구미산단의 미래를 이렇게 정리했다.
"구미는 이미 충분한 산업 DNA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항, AI, 방산, 그리고 사람 중심의 도시 환경이 더해지면 완전히 새로운 산업 지도가 그려질 것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조건은 이미 갖춰졌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과 속도다. 구미국가산단이 다시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승남 기자 intel88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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