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에서 ‘허수아비’까지… 웰메이드 명가로 자리 굳힌 KT스튜디오지니
올해 상반기 ‘아너’·‘클라이맥스’·‘허수아비’ 연이어 흥행 성공

KT스튜디오지니가 웰메이드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신병'(2022~) 시리즈 장기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착한 여자 부세미'(2025)로 구축한 성공 공식이 올 상반기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 '클라이맥스', '허수아비'가 잇달아 성과를 내며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28일 방송가에 따르면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1회 전국 가구 기준 2.9%, 2회 4.1%(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회 만에 시청률 4%대를 돌파한 것은 ENA 역대 월화드라마 1위이자 ENA 역대 드라마 2위의 시청률을 가진 '착한 여자 부세미'(2025) 이후 처음이다. '착한 여자 부세미'는 2회 시청률 4.0%, 최고 시청률 7.1%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를 맺으며 벌어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로, 박해수, 이희준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다.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벌어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역대 ENA 오리지널 드라마 첫 방송 시청률 기준 6위를 기록했고, 티빙 전체(드라마·영화·예능 포함) 톱10에서도 23일 기준 1위를 차지했다.

'허수아비'에 앞서 방영된 '아너: 그녀들의 법정'과 '클라이맥스' 역시 각각 시청률과 화제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과를 동시에 잡으며 흥행 궤도에 올랐다. '아너'는 공개 첫 주부터 쿠팡플레이 1위를 기록하며 최종화 시청률 수도권 4.9%라는 자체 최고 성적과 함께 종영했고, '클라이맥스'는 디즈니+ 공개 이후 8일 연속 국내 1위를 유지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법정 미스터리, 정치 스릴러, 범죄 수사물이라는 각기 다른 장르물로 연달아 흥행을 이어간 것은 국내 드라마 스튜디오를 통틀어도 보기 드문 일이다.
이 같은 흥행은 지난 2021년 1월 출범 이후 축적된 기획 역량에서 비롯됐다. KT스튜디오지니는 KT그룹이 미디어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설립한 조직으로, 스튜디오드래곤이나 SLL 등 국내 주요 콘텐츠 스튜디오보다 뒤늦게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였다. 이미 양강 구도가 굳어진 상황에서,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부담도 적지 않았다. 설립 첫해 매출은 118억원에 그쳤고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KT스튜디오지니는 물량 공세 대신 '선별과 집중'을 택했다. 거대 자본을 투입한 초대형 프로젝트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장르적 완성도와 이야기 자체의 힘에 집중하는 스토리 중심 기획을 앞세웠다.

이 전략이 처음으로 빛을 발한 작품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의 성장을 그린 법정 드라마로, 1회 시청률 0.95%로 시작한 이 작품은 매회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종회 17.5%라는 ENA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에서도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 4주 연속 1위에 오르면 글로벌 흥행까지 달성했다.
'우영우' 흥행에 힘입어 KT스튜디오지니는 출범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0배 급증한 1000억원대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매출 5403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 작품을 계기로 KT스튜디오지니는 존재감을 키웠고, ENA 역시 드라마 채널로서 기반을 다지게 됐다.
이후에도 장르물을 중심으로 한 흥행 행진은 이어졌다. 뒷마당의 수상한 흔적을 계기로 두 여성의 삶이 얽히는 심리 스릴러 '마당이 있는 집', 아들의 범죄를 둘러싼 부성애와 권력 갈등을 그린 범죄 드라마 '유어 아너'가 주목을 받았다. 범죄 스릴러와 로맨스를 오가는 복합 장르물 '착한 여자 부세미'는 ENA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밀리터리 장르의 '신병' 시리즈는 주문형비디오(VOD) 조회수 500만회를 돌파하며 TV 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신병'은 지난해 구글 올해의 검색어 드라마·시리즈 부문 7위에도 이름을 올리며 지식재산(IP)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흥행 공식의 또 다른 축은 '플랫폼 최적화 유통'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자체 채널에 한정하지 않고, 작품 성격에 맞춰 플랫폼을 선택하는 전략을 택했다. '아너'는 여성 변호사들의 법정 서사를 다룬 범죄 드라마로 쿠팡플레이와 협업했고, 권력 구조를 다룬 정치·범죄극 '클라이맥스'는 디즈니+ 에서 공개됐다. 예비역 특공대 출신 인물들이 동네를 지키기 위해 뭉치는 이야기 'UDT: 우리 동네 특공대'는 쿠팡플레이에서 시청량이 420% 증가하며 4주 연속 인기작 1위를 기록했고, 음식과 인간관계를 결합한 드라마 '당신의 맛'은 넷플릭스 공개 직후 글로벌 23개국 1위를 달성했다.
KT스튜디오지니의 경쟁력은 선별적 투자와 작품성에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압도적인 자본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텐트폴을 지향하고, SLL이 멀티 레이블 체제로 장르 전문성을 넓히는 것과 달리, KT스튜디오지니는 기획 완성도를 앞세운 '웰메이드 전략'으로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김채희 전 KT 미디어부문장은 올해 초 "지니TV 오리지널의 성과는 막대한 자본을 투입한 대작 경쟁이 아닌, 웰메이드 전략과 콘텐츠 유통 다변화의 효과를 입증한 사례"라고 언급했다. 편수 경쟁보다 작품성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규모가 아닌 기획력으로 승부해 온 전략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KT스튜디오지니는 올해 상반기 '아너', '클라이맥스', '허수아비'에 이어 하반기 '신병4'로 흥행 공식을 이어갈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단순히 편수를 채우는 제작이 아닌 시장 가치가 입증된 '웰메이드'에 집중해 빅3 스튜디오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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