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효과?… 불황에 더 잘 나가는 니치향수

경기 불황기마다 화장품이 잘 팔린다는 일명 ‘립스틱 효과’가 향수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니치향수가 ‘스몰 럭셔리’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니치향수란 대중 브랜드가 아닌 소규모 하우스에서 제작하는 향수로, 희소성과 개성을 강조한 제품군을 뜻한다. 대량 생산 대신 원료와 향의 차별성을 앞세우며 ‘남들과 다른 향’을 찾는 수요를 겨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향수는 단순 소비재가 아닌 일종의 자기표현 수단이기 때문에 니치향수를 통해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MZ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엑스 니힐로는 이달 부산 해운대 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그 동안 수도권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수요가 높아지자 지방으로 확장에 나선 것이다. 엑스 니힐로는 2020년 국내 론칭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지난해에는 대표 제품 ‘블루 탈리스만 오드 퍼퓸’이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매출이 전년 대비 131% 대폭 성장했다.
백화점 업계 전반에서도 향수 매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향수 매출은 롯데백화점 15%, 신세계백화점 21.2%, 현대백화점 20% 이상 증가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향수 카테고리 매출이 전체 뷰티 매출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국내 입점을 원하는 해외 니치 향수 브랜드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월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 퍼퓸은 오프라인 접점 확대를 위해 성수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약 340㎡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브랜드 경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프랑스 향수 브랜드 셀바티코 역시 최근 성수동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 입점하며 국내 유통 채널 확대에 나섰다.
니치향수의 성장 배경에는 소비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자동차나 명품 등 고가 지출은 줄이는 대신,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카테고리에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향수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 경험과 감성 소비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가성비 사치재’로 평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니치 향수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전체 향수 시장에서 니치 향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팬데믹 이전 약 5% 수준에서 최근 20% 안팎까지 확대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향수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 경험과 취향과 동시에 본인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사치품"이라며 "경기 불황기일수록 ‘작은 사치’를 찾는 소비가 늘면서 니치향수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redsu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