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감, 그때의 각···이영하의 ‘20260426 등판일지’

가정이지만, 또 다른 변수가 또 튀어 나왔을 수도 있지만, 지난 26일 잠실 LG-두산전에서 8회 등판한 두산 이영하가 3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는 눈부신 피칭을 하지 못했다면 두산은 올시즌 첫 LG와 시리즈를 스윕패로 시작할 여지가 많았다.
어쩌면 이영하는 2019년 선발투수로 17승4패 평균자책 3.64를 찍은 뒤로 가장 인상적인 공을 던졌다. 8회 마운드에 올라오자마자 슬라이더 2개로 LG 문보경에게 연이어 헛스윙을 끌어내는 힘 있는 피칭이었다.
이영하는 최근 몇 년 사이 공과 함께 늘 의문을 던졌다. 공은 좋은데 구위만큼 결과는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코칭스태프의 주문도 매번 크게 다르지 않았다. “네 공을 믿고 자신있게 던지는 게 답”이라는 얘기였다.
지난 스프링캠프를 보내며 국내 선발 후보로 우선 지목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캠프에서 볼끝이 유난히 좋았다. 김원형 두산 감독도 기대감 속에서 이영하의 오른쪽 어깨를 바라봤다. 그런데 한순간 밸런스가 흔들렸다는 얘기가 들렸다. 미야자키 캠프에서 국내팀과 연습경기 중 ‘사구’가 나오면서 밸런스가 깨졌다는 것이었다.
이후로 오르내림을 보이던 이영하는 지난 26일 잠실 LG전에서 캠프의 그 느낌 그대로 공을 던졌다. 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꼭 그랬다.
사실 이영하는 선발투수로 승승장구하던 2019년보다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올시즌 평균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150.6㎞로 2019시즌의 144.5㎞보다 속구에 힘을 붙였다. 불펜투수와 선발투수가 공 1개에 쏟아낼 수 있는 에너지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평균 구속에서 엄청난 진화를 가져왔다.

그런데도 결과값이 반대로 흘렀다는 건 구위를 온전히 써먹지 못한 것과 다름없었다. 지난 26일 LG전에서는 이영하가 가진 구종 레퍼토리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냈다. 3이닝 40구를 던지며 평균구속이 151㎞로 더 올라간 포심패스트볼을 50% 비율로 던지며 종으로 움직이면서도 각각 구속과 낙폭 차이가 있는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까지 ‘폭포수 3종세트’를 섞어 던졌다.
패스트볼부터 보더라인을 들락거리며 보기 좋은 탄착점이 형성되자 유인구로 따라붙는 변화구에 타자들은 헛스윙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이영하는 경기 뒤 담담한 표정을 보이면서도 자신감이 붙어 보였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스스로 모법답안을 확인했다. “감독님과 투수코치님들께서 ‘네 공을 믿고 공격적으로 던지라’고 조언해주셨다. 실제로 올라갈 때부터 공격적으로 내 공만 던지자고 다짐했는데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2026년 4월26일 잠실 LG전. 이영하는 두고두고 꺼내 볼 등판일지를 남겨놓을 만하다. ‘그날의 감, 그때의 각’을 기억하자고.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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