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미만 밥집 찾아요”···한 달 만에 126만명 이용, ‘거지맵’은 왜 인기일까
이용자들이 직접 제보한 데이터로 ‘입소문’ 퍼져

점심값이 1만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외식은 사치’라는 말이 농담처럼 오가던 시기를 지나 실제로 지갑을 압박하는 현실이 됐다. 이 틈을 파고든 서비스가 있다. 이름부터 직설적이다. ‘거지맵’. 웃자고 붙인 이름 같지만, 그 안에는 지금의 소비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거지맵은 저렴한 식당을 지도 위에 모아 보여주는 웹 기반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이 직접 가격과 메뉴를 올리고, 이를 공유한다. 기준은 ‘싸고, 실제로 이용 가능한 곳’으로 명확하다. 1만원 이하 식당이 중심이고, 때에 따라 5000~7000원대 메뉴도 쉽게 발견된다.
거지맵의 특징은 ‘집단 지성’에 있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만든다. 오래된 분식집, 시장 골목의 백반집, 대학가 숨은 식당 등이 지도 위에 찍힌다. 기존 플랫폼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공간들이 다시 호출되는 셈이다. 가격이라는 기준 하나로, 도시의 다른 층위가 드러난다.
확산 속도도 빠르다. 출시 1달여 만에 누적 사용자가 126만명을 넘었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가성비 식당 정보를 찾는 수요가 늘었고, 이런 정보가 한곳에 모이면서 이용자 유입이 이어졌다. 특히 대학가나 직장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는 분위기다.

흥미로운 건 평가 방식이다. 거지맵의 언어는 ‘이 가격이면 충분’, ‘가성비’ 같은 표현이 주를 이룬다. 절대적 만족보다 ‘가격 대비 만족’이 핵심 지표가 된다. 소비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비슷한 움직임은 해외에서도 포착된다. 미국에서는 ‘딜 앱(Deal App)’이 일상화됐다. 대표적으로 ‘Too Good To Go’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을 할인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저렴한 음식을 제공한다. 영국과 유럽에서는 ‘저가 식사 리스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 수요가 서비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가격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정보의 정확도 역시 사용자에 의존한다. 특정 지역에 정보가 몰리는 편향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저렴함’이 강조되면서 위생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거지맵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단순한 맛집 정보가 아니라 달라진 소비 환경 속에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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