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전자’ 찍고 한참 고전했는데…“36만원 간다” 보고서에도 불안한 사람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2026. 4.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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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10만전자’를 넘어 ‘30만전자’ 고지를 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수요 폭발과 반도체 업황 반등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짧은 기간에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거의 경우처럼 급등 뒤 긴 조정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충격이 증시를 강타한 2020년 3월, 삼성전자 주가는 4만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 시기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대거 매수에 나섰다. 부동산 규제와 초저금리 환경 속에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졌고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삼성전자는 이들의 대표 종목이었다.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를 등에 업고 삼성전자는 불과 10개월 만에 9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증권가는 일제히 목표가를 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은 2021년 1월 12일 “역사적 밸류에이션 상단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며 목표가 12만원을 제시했다. ‘10만전자’, 나아가 ‘12만전자’까지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2021년 1월 11일 장중 9만6800원을 찍은 뒤 주가는 맥없이 꺾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긴축 전환, 외국인 매도, 메모리 업황 둔화가 연쇄 악재로 작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96층에 사람 있어요”라는 말이 유행했다. 9만6000원에 산 투자자들이 고점에 물렸다는 자조적 표현이었다. “삼성전자에 다시는 속지 않겠다”는 글이 각종 주식 게시판을 채웠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에서 장기 표류했다.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메모리 가격 급락이 겹쳤다. 한때 코스피의 25% 안팎을 차지하던 시가총액 비중도 쪼그라들었다. 이에 ‘존버(존재로 버팀)’라는 단어가 삼성전자 투자자들의 암호처럼 쓰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2023년 말 7만8000원에서 2024년 말 5만3200원으로 연간 31.7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7.7%)의 네 배에 이르는 낙폭이었고, 시가총액은 151조원 증발했다.

모건스탠리는 2024년 9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온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을 불러왔다. 이 보고서로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4년 11월 14일에는 주가가 4년5개월 만의 최저치인 4만9900원까지 밀렸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그해 한 해 동안 10조5197억원을 순매도한 결과였다.

반전은 2025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AI 수요 급증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실적 개선,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발표, 반도체 수장 교체 등이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났다.

2025년 10월 주가는 4년9개월 만에 9만원을 터치했고, 같은 달 27일에는 10만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지난 27일 기준 종가는 22만4500원으로, 저점 대비 8개월 만에 주가가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증권가는 이제 ‘30만전자’를 넘어 그 이상을 논하고 있다. KB증권은 분기 영업이익이 올해 4분기 107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목표가 36만원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631조원으로 대폭 높였다. 이는 국내외 증권사 전망치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불과 2년 전 ‘겨울이 온다’며 주가 급락을 촉발했던 곳이 가장 강한 낙관론자로 돌아선 셈이다.

차이는 실적에 있다. 2021년 랠리는 기대가 실적을 앞질렀지만, 이번은 실제 이익이 먼저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분기 영업이익은 57조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중국 화타이증권이 한국 개별 상장사를 대상으로는 처음으로 커버리지를 시작하며 목표가 35만6000원을 제시한 것도 글로벌 주목도가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우려도 남아있다. BNK투자증권은 “하반기로 갈수록 추론 AI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하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HBM4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짚었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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