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갔다 오니 여기저기 가려워"... 긁지 말고 냉찜질하세요
가려움 3일 이상 계속되면 병원 진료
눈 충혈되고 눈곱 자주 끼는 결막염도
꽃가루·먼지 피하고 귀가해 손 씻어야

공무원 김모(39)씨는 이달 초 가족들과 세종시 인근 벚꽃 길을 거닐며 봄나들이를 즐겼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뒤부터 온몸이 따끔거리기 시작하더니, 양팔과 목덜미를 따라 붉은 발진이 올라왔다. 긁을수록 가려움이 심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눈까지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인공눈물로 이틀을 버티던 김씨는 결국 병원을 찾았고, 알레르기성 피부염과 결막염 진단을 받았다. 그는 “꽃구경 한번 잘못 갔다가 큰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모공 막으면 피부 염증
꽃 피는 봄이 찾아오면 원인 모를 가려움증과 발진, 눈의 이물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는다. 따뜻한 봄바람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는 꽃가루와 미세먼지, 강한 자외선, 큰 일교차가 몸의 면역 시스템을 복합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봄철 알레르기 질환 증상을 방치할 경우 만성화하거나,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봄철 피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범은 크게 세 가지다. 미세한 꽃가루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거나 피부에 닿으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미세먼지는 피부 표면에 쌓이면서 모공을 막아 염증 반응을 만든다. 자외선의 급격한 증가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철 약한 일조량에 익숙해진 피부가 봄철 강한 자외선에 무방비로 노출되면 일광 피부염이나 광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김상석 강동성심병원 피부과 교수는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코나 호흡기에만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피부 증상으로 먼저 나타나는 환자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이 시기 가장 흔한 피부 알레르기 질환은 두드러기와 접촉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이다. 접촉 피부염은 외부 물질이 닿아 발생하는 습진으로, 가려움과 붉은 반점, 진물, 물집 등을 동반한다. 피부가 갑자기 부풀어 오르며 심한 가려움을 동반하는 두드러기는 6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으로 분류된다.
피부 알레르기가 생겼을 때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긁기’다. 가렵다고 긁으면 손상된 피부 사이로 세균이 침투해 2차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긁을수록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분비가 증가해 가려움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비만세포는 히스타민을 저장하고 있다가 자극을 받으면 분비하는 면역세포로, 뚱뚱해 보여 붙은 이름일 뿐 지방 세포와는 거리가 멀다.
가려움증이 심할 때는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으로 5~10분간 냉찜질을 해 피부 온도를 낮추면 일시적인 가려움 완화에 도움이 된다.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 자극을 차단하는 보호막인 피부 장벽이 강해지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 침투를 막고 증상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일반의약품 연고를 임의로 장기간 사용하거나, 스테로이드 성분 연고를 전문의 처방 없이 오래 쓰면 피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광범위하게 퍼진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 수분 쉽게 빠져나가 염증 악화
봄철에는 다른 피부질환도 악화하기 쉽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강모(43)씨는 매년 봄만 되면 팔꿈치가 신경 쓰인다. 동전만 한 붉은 반점 위로 은박지를 구겨놓은 것 같은 하얀 각질이 겹겹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강씨는 “건조해서 그런 줄 알고 보습제를 발라도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강씨가 앓고 있는 ‘건선’은 봄철 환자가 유독 많은 질환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매년 3~5월 사이 건선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평균 12만여 명에 달한다. 건선은 면역 이상 때문에 각질형성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정기헌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환절기에는 피부 장벽 기능이 떨어져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고, 이 때문에 건선 병변이 건조해지면서 염증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보기 싫다고 각질을 억지로 떼내거나 때를 심하게 밀면, 자극을 받은 부위에 새로운 건선 병변이 생기는 ‘쾨브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경증 환자는 국소 스테로이드제와 피부 세포의 과도한 증식을 억제하는 성분이 담긴 연고, 보습 관리가 치료의 기본이다. 다만 중등도 이상 건선에서는 국소 치료만으론 한계가 있어 광선치료나 생물학제제 주사 같은 전신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광선치료는 특정 파장의 자외선을 피부에 쬐어 염증과 과도한 피부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피부 못지않게 봄철 환경 변화에 민감한 곳이 눈이다. 봄에 흔히 발생하는 질환은 미세먼지와 꽃가루가 주원인인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다. 눈이 붉어지거나 끈끈한 분비물(눈곱)이 끼는 것이 대표 증상이다. 증상이 있는데도 콘택트렌즈를 계속 착용하면 회복이 늦어지고 각막염을 비롯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항히스타민제나 알레르기 억제 점안액을 사용하고, 가려움과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점안액을 단기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인공눈물로 눈 표면의 자극 물질을 씻어내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송종석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봄철에는 꽃가루와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고, 외출 후 손을 씻는 등 위생 관리가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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