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빙수로 먹는 망고 ‘특별한 경험’ 위한 소비… 최대 생산지 인도는 얼음 귀해 빙수 엄두도 못내[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2026. 4. 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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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주영이 만난 ‘세상의 식탁’ - 망고빙수와 바닐라 아이스크림
포시즌스 호텔 서울이 오는 5월 1일부터 선보이는 제주 애플망고빙수. 뉴시스

여름 대표 디저트인 빙수 출시가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특히 기대주는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이다. 10여 년 전, 수만 원이나 하는 빙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빙수가 이 가격이라고?”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호텔들은 경쟁하듯 애플망고빙수를 출시했고, 이제는 어느 호텔이 올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할지 기대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 가격은 매년 상승하지만 수요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빠르게 매진되고, 예약 경쟁까지 벌어진다.

호텔 망고빙수는 더위를 식히는 간식이 아니라 경험과 상징을 소비하는 상품이다. 인증 사진을 남기고, 시즌 한정 메뉴를 경험하는 행위 자체가 가치가 된다. ‘작은 사치’라는 표현이 붙지만, 가격은 가볍지 않고 그 부담감마저 특별한 경험을 위한 비용으로 받아들여진다. 가격이 높을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소비 패턴, 즉 과시적 소비의 전형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120년 전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런이 설명한 그 장면이다.

비슷한 풍경을 뉴욕의 오래된 디저트 카페에서도 마주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은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 식용 금박, 크리스털 그릇에 담겨 수십만 원을 호가하며 기네스북에도 이름을 올렸다. 덕분에 늘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정작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오지 않는다. 고가(高價)의 명성에 이끌린 사람들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아이스크림은 그다음이다. 베블런의 이론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선명해진다.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를 굳이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닐라 향은 인공 향으로 널리 쓰이지만, 디저트 업계에서는 마다가스카르산 천연 바닐라 향을 최고급으로 평가한다. 역설적으로 세계 바닐라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이 나라에서 최고급 바닐라는 쉽게 접하기 어렵다. 품질이 좋을수록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적잖이 마주하게 된다. 가장 많이 나는 곳이 반드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반면 세계 최대 망고 생산지인 인도에서 망고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있다. 프리미엄 품종 위주로 수출을 하지만, 내수시장에서 대부분 소비되는 흔한 계절과일이다. 한국의 망고빙수 열풍을 떠올리며 더 다양한 방식의 소비를 기대했지만, 현지의 소비는 단순했다. 대부분 껍질을 벗긴 망고에 소금이나 향신료를 뿌려서 먹는다. 현지 지인에게 더운 나라인 만큼 한국처럼 빙수로 팔면 훨씬 인기가 많고 고부가가치 상품이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여기서는 망고보다 얼음이 더 비싸.”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수질 관리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얼음은 사치재였다.

결국 희소성은 재료가 아니라 상황이 만든다. 한국은 망고 자체가 비싸고, 인도에서는 망고보다 얼음이 더 귀하다. 뉴욕에서는 최고급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가 비싼 아이스크림의 명분이 되지만, 정작 산지에서 고급 바닐라는 대부분 해외로 수출된다.

희소성은 사치재를 만들고, 사람들은 그 희소성에 기꺼이 값을 지불한다. 베블런이 말했듯이, 그들이 소비하는 것은 맛이 아니라 ‘차이’다. 그래서 여행의 식탁은 늘 예상 밖이다. 어떤 곳에서는 과일이 흔하고, 어떤 곳에서는 얼음이 귀하며, 또 어떤 곳에서는 향신료 하나로 프리미엄 제품이 된다. 우리가 먹는 것은 망고나 바닐라가 아니라, 그 재료가 놓인 자리다. 세상의 식탁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그 ‘엇갈린 희소성’에 있다. 올해는 사 먹는 대신, 나만의 망고빙수를 만들어 봐야겠다.

한양대 관광학과 겸임교수

■ 한 스푼 더 - 망고의 여왕 노란망고 vs 망고의 귀족 애플망고

우리가 흔히 보는 망고는 크게 태국과 필리핀 중심의 ‘노란 망고’와 제주도나 중남미에서 주로 생산되는 ‘애플망고’로 나뉜다. 모양이 길쭉하고 끝이 살짝 굽어 있는 일반 망고는 신맛이 거의 없고 압도적으로 단맛이 강하다. 사과처럼 껍질에 붉은빛과 초록빛이 섞여 있어 이름 붙여진 애플망고는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모양이 특징이고 단맛과 함께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애플망고는 찰지고 쫀득한 식감으로 고급 디저트의 재료로 선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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