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던 車 팔고 신차 사려고 했더니…" 견적서 받고 '당혹'
WSJ, 중고차 보상 판매 미국 소비자 분석
약 30%가 차량 가치보다 대출 잔액이 커
신차 할부 납부액 줄이려 더 긴 대출 선택
1분기 신차 평균 대출 기간은 70개월로 늘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차량 가격 거품'이 최근 중고차를 처분하고 신차를 사려는 미국 소비자의 대출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가격 하락과 고금리, 장기 대출이 맞물리며 자동차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존 차량을 보상판매하고 새 차를 사려는 미국 소비자의 약 30%가 차량 가치보다 대출 잔액이 더 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구매 정보업체 에드먼즈는 "고객이 새 대출을 받기 전 기존 차에서 평균 약 7200달러의 부족분을 안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는 5년 전보다 42% 늘어난 수준이다.
미국 오하이오주 북동부에서 메르세데스-벤츠 딜러십을 운영하는 더그 호너는 "이런 사례가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 F-150 라이트닝을 메르세데스 GLE 쿠페로 바꾸려고 한 한 고객은 픽업트럭 대출 잔액이 약 8만7000달러에 달했다. 호너가 추산한 차량 가치는 약 4만7000달러였다. 이 경우 소비자는 약 4만달러를 차량 가치보다 더 빚진 상태다.
대출 잔액이 차 값보다 많은 건 자동차업계에서 낯선 현상은 아니다. 문제는 금액이다. 팬데믹 기간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재고가 급감하면서 차량 가격이 급등했고, 당시 높은 가격에 차를 산 소비자가 지금 차를 바꾸려고 하면서 손실이 커지고 있다.
팬데믹 시기 일부 소비자는 봉쇄 기간에도 이동 수단이 필요했거나 쓸 수 있는 소득이 있어 높은 가격을 감수했다. 디트로이트 지역 타마로프그룹의 에릭 프레세 사장은 "코로나19 시기 많은 딜러가 권장소비자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받았고, 그때 팔린 차량이 돌아오면서 '음의 자본(잔존 가치보다 대출이 많은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이미 비싼 차량 가격과 높은 금리로 압박받고 있다. 소비자는 월 납입액을 낮추기 위해 더 긴 대출 기간을 선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신차 평균 대출 기간은 70개월이었다. 1000달러를 넘는 월 자동차 할부금도 더 이상 드문 사례가 아니며, 일부 대출은 8년을 넘겨 이어지고 있다. 음의 자본을 다음 차량 대출에 이월하면 소비자는 새 차를 사면서 기존 손실까지 함께 갚아야 해 부채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음의 자본을 안고' 신차를 산 소비자는 평균 약 5만6000달러를 금융으로 조달했다. 일반 신차 구매자보다 약 1만2000달러 많은 금액이다. 이들의 월평균 납입액은 932달러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1년 4월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이 약 4만1000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팬데믹 이후 높아진 차량 가격과 대출 이월 부담이 신차 구매 비용을 크게 밀어 올린 것이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이 2024년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기존 차량 대출의 음의 자본을 새 대출로 이월한 소비자는, 보상판매에서 현금을 남긴 소비자보다 2년 안에 차량을 압류당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자동차 전문 리서치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3월 자동차 대출 채무불이행률은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자동차 대출 부실이 소비자 금융 전반의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업계에는 다른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이란 전쟁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다만 경영진은 충돌이 수개월간 이어지지 않는 한 판매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시장에 대해 중고차 가격, 신차 금융 금리, 장기 대출 비중을 함께 살펴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WSJ는 "팬데믹 기간 형성된 고가 차량 대출이 만기를 맞기 전에 소비자가 차를 바꾸는 흐름이 계속되면, 음의 자본은 신차 수요와 금융 리스크를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분석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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