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포클랜드 제도
英 파병 거부에 '보복성'으로 포클랜드 영유권 슬쩍 건드린 美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남대서양에 외롭게 떠 있는 포클랜드 제도는 아르헨티나 남부 파타고니아 대륙붕에 있는 군도다. 아르헨티나는 이를 말비나스로 칭한다. 총면적은 약 1만2천㎢로 전라남도 크기인데, 대부분 면적을 차지한 큰 섬 2개와 작은 섬 776개로 이뤄졌다. 아르헨티나 동쪽 약 480km 거리에 있지만, 무려 1만3천km나 떨어진 영국이 19세기 초반부터 실효 지배 중이다. 중년 이상에겐 꽤 이름이 익숙하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놓고 전쟁을 벌인 역사가 있어서다.
![포클랜드(말비나스) 제도의 수도 스탠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yonhap/20260428084910229tnbt.jpg)
아르헨티나의 기습 점령으로 시작된 전쟁은 74일간 사투 끝에 항공모함 2척과 원자력 잠수함까지 동원한 영국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당시 미국은 겉으론 중립을 취했으나, 뒤로는 동맹 영국을 지원했다. 이 결과는 세계사를 새로 썼다. 지지율 하락으로 낙마 위기였던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는 재선에 성공했고, 아르헨티나 군사 정권은 패전 직후 붕괴해 민주화를 앞당겼다. 군사적으로도 항모와 핵잠수함의 유용성, 원거리 보급의 중요성 등을 각인시킨 전쟁이다. 영국은 전쟁 후 이곳에 공군기지 등을 확장 건설하고 전투기와 군함, 지상군을 상시 배치해 강력한 억지력을 유지하고 있다.
포클랜드는 대부분 산악과 황무지여서 펭귄 떼나 서식하던 곳이고, 지금도 여전히 인구 밀도가 극도로 낮은 지역이다. 그런데 별 쓸모없어 보이는 땅을 두고 왜 전면전을 벌였을까. 우선 영국으로선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시절을 상징하는 마지막 자존심 중 하나를 지켜야 했다. 당시 양국 정권 모두 경제난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내부 불만을 외부의 적에 돌려야 할 필요가 절실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포클랜드의 전략적 가치는 전후에 더 커졌다. 과거엔 어업권이 중시됐지만, 지금은 에너지와 군사 패권이 핵심이다. 인근 해역에 최대 31억 배럴에 달하는 가채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돼서다. 남극 영유권과 자원 경쟁에서도 포클랜드의 위치는 중요하다. 영국은 포클랜드를 남대서양과 남극해 항로를 감시하는 전초기지로 활용한다.
![포클랜드(말비나스) 제도의 영국군 전사자 묘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yonhap/20260428084910417mifk.jpg)
그랬던 포클랜드가 전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국에게 이렇게 민감한 포클랜드 영유권을 두고 미국의 외교적 입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영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對)이란 전쟁을 비롯한 미국의 글로벌 작전을 돕지 않는 나라들을 지원할 근거를 재검토하라고 안보 부처에 지시하면서, 영국이 제 역할을 안 하면 남대서양에서 아르헨티나 입장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남대서양은 포클랜드 제도를 뜻하는 것이니, 영국 정부가 발칵 뒤집혔다. 총리까지 직접 나서 강력히 반발할 정도다.
더 흥미로운 건 미국의 반응이다. 동맹국이 격앙된 공식 항의를 전할 경우 통상 보도 내용에 대해 원칙적으로라도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긋는 게 관례다. 그런데 백악관은 양국 문제엔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문건 내용에 대해선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 입장을 취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사실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란 전쟁 개입을 거부한 영국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트럼프 행정부가 포클랜드에 대한 외교적 입장 변화 등을 고려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영토 분쟁은 단순히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실효 지배국에 타격을 준다. 아르헨티나는 기다렸다는 듯 "양자 협상하자"고 나섰다. 영유권 논쟁이 수면 위로 올라온 형국이니, 미국은 배신감을 느끼게 한 동맹국을 이미 골탕 먹인 모양새다.
다시 말해 트럼프 행정부가 포클랜드 문제까지 건드린 건 실질적 변화를 구현하겠다는 의도보단 거래용 카드이자, 동맹국들에 대한 경고장으로 받아들여진다. 최강 기밀 동맹 '파이브 아이즈' 일원인 영국의 파병 거부를 속칭 '시범 케이스'로 부각해 보복함으로써 영국을 전선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다른 동맹국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전략적 행동이란 의미다. 새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 패권 강화를 선언한 미국으로선 남미의 대국이면서 반미에서 친미로 돌아선 아르헨티나와 거래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남는 장사다. 아르헨티나가 매년 유엔과 미주기구(OAS)에 내는 '말비나스 영유권 대화 결의안'을 만에 하나 미국이 옹호할 경우 영국은 외교적 치명타를 입게 된다. 서아시아에서 일어난 미국과 이란 전쟁이 지구 반대편 외딴섬의 지정학적 이해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당국자들도 국제 정세의 전체적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포클랜드(말비나스) 제도 [구글맵 캡처]](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yonhap/20260428084910633htmy.jpg)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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