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의 민족 [월간살로몬]

윤성중 2026. 4. 2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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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의 70%, 어느 집이나 뒷산을 가진 나라

본 기사는 글로벌 마운틴 스포츠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살로몬Salomon과 월간<山>(이하 월간산)의 특별 협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작성됐다. 향후 월간산 아카이브(옛 자료)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살로몬 공식 채널 및 월간산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브랜드 살로몬에서 연락이 왔다. 그들의 요청은 명확했지만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는 불명확했다. 요구는 이랬다. "월간산의 오래된 표지들을 봤어요. 그 강렬한 아카이브에 반했습니다." 그들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축적된 한국의 등산 문화, 그 열기의 정체를 더 깊이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의아했다. 매달 마감을 하며 마주하는 한국 등산 문화가 외국 브랜드 담당자의 눈에 그토록 특별한 것일까? 오랫동안 한국의 여러 산언저리에서 보고 듣는 게 일상인 나에게 그들이 가리키는 '멋진' 장면은 '공기' 같은 것이었다. 살로몬 담당자의 설명을 더 듣고 나서야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한국만의 독특한 산에 대한 '접근성'과 그 속에 녹아든 '생활 밀착형 등산 문화'였다.

잠깐, 살로몬은 어떤 브랜드인가. 1947년 프랑스 안시Annecy의 작은 공방에서 시작된 그들은 현대 스키 바인딩의 시초를 닦은 혁신의 아이콘이다. 1990년대부터 하이킹 부츠를, 현재는 전 세계 트레일러닝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력의 정점에 서 있다. 언젠가 타 브랜드 관계자에게 최고의 등산화가 무엇이냐 물었을 때, 그는 주저 없이 '살로몬'을 꼽았다. 이토록 제작에 진심인 브랜드가 최근 한국의 2030 하이커와 트레일러너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프랑스보다 좁은 국토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아웃도어 용품 소비가 폭발적이라는 점은 외국 브랜드에게는 '불가사의'한 일일 것이다. 살로몬 담당자들은 특히 서울의 풍경에 경탄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 15분만 걸으면 거대한 암벽과 숲이 나와요. 도시 한복판에서 대자연으로 곧장 연결되는 이런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도쿄나 유럽의 대도시에서 트레일러닝을 하려면 최소 두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산은 문자 그대로 '집 뒷마당'인 셈이다.

나는 그들이 반한 지금의 한국 등산 문화가 비롯된 곳을 추적했다. 월간산의 옛날 자료들을 뒤졌다. 1970년대, 1980년대 책들이 쌓여있는 창고를 들락날락했다. 얼마 안 가 우리나라 사람은 '뒷산의 민족'이라는 걸 깨달았다. '뒷산'이라는 표현 역시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유일한 단어이지 않을까 싶었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으로 뒤덮인 땅이다. 어느 집이나 문을 나서면 산이 있고 여기에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가 새겨져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관악산역, 도봉산역… 산 이름 전철역 15개

서울은 세계적으로 드물게 지하철역에서 내려 곧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도시다.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수락산 등 산 이름을 한 지하철역이 서울에만 15개가 넘는다. 열차 문이 열림과 동시에 도심은 대자연으로 연결된다. 산의 이름이 그대로 역의 이름이 된 현상은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대중교통에서 내리자마자 등산 스틱을 편다. 배낭을 고쳐 매고 산으로 들어간다. 이는 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지극히 한국적인 풍경이다.

누구나 공짜로 마시는 깨끗한 물

일요일 아침, 우리는 어렸을 때 누구나 아빠를 따라 동네 뒷산에 갔다. 뒷산에서 졸졸 흐르는 약수물을 받아 마셨다. 파란색 혹은 빨간색 바가지가 공용 컵이었다. 어떤 사람은 물통을 수십 개 가져와 물을 받아 집으로 가져갔다. 산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은 화강암 지형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이다. 덕분에 우리나라 사람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등산을 경험했다. 모두가 하이커였다.

후끈한 야외 체육관

약수터와 가까운 곳엔 완벽한 야외 체육관이 있었다. 그곳엔 아무나 들어 올릴 수 없게 생긴, 시멘트 역기가 있었고, 그 옆엔 흰머리 덥수룩한 할아버지가 턱걸이 수십 개를 연달아 했다. 훌루후프 고수도 수두룩했다. 또 그 옆엔 배드민턴장에선 고함을 치며 복식팀이 고함을 치며 셔틀콕을 넘겼다. 새벽부터 후끈대는 이곳 풍경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한국인이 아닐 수 있다.

산의 정기 받고 자란 민족

이 지독한 하이커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계속 산을 접했다. 학교 교가는 어김없이 '산의 정기'를 언급했고, 교가를 부를 때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정기를 이어 받았다. 다른 나라 사람과 비교되는 한국 사람만의 기질이 있다면 여기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도 된다.

사생대회, 수학여행 대상지도 산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가 자주 보는 멋진 것의 배경엔 늘 산이 있었고 우리는 자주 고개를 젖혀 산꼭대기를 바라봤다.

화려한 장비 없이 산 탔다

화려한 고어텍스 재킷이나 비브람창 등산화가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무리 없이 산을 탔다. 시장에서 산 5천 원짜리 운동화 한 켤레, 심지어는 하얀 고무신을 신고도 험한 바윗 길을 오르내렸다.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산을 오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모두 뒷산을 통해 단련했기 때문이다.

자연 친화적인 삶

마지막으로 두부김치에 막걸리를 곁들인 하산 후 회식은 그날 등산을 마무리하는 한편 완성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이것은 알게 모르게 우리 안에 스민 자연 친화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고, 건강한 일상의 한 부분이다.

이렇듯 '뒷산 문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한국만의 고유한 정서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우리에게 산은 험난한 벽, 도전해야 할 코스, 감히 갈 수 없는 대상지이기 전에 이웃과 친구와 친해지며 가족과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쉼터였다. 또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단련시키는 체육관인 동시에 웰니스적인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우리나라만이 가진 등산문화가 과연 저것뿐일까? 월간<산> 옛 자료 안에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미지들이 가득했다.

*살로몬과 월간산이 발굴하는 한국 고유의 등산문화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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