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코끝 감도는 달래향…봄 들판이 몸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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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대개 꽃부터 떠올린다.
코끝에 달래 향이 닿으면 그제야 '아, 정말 봄이로구나' 싶어진다.
한국에서 특히 식재료로 달래를 많이 사용하지만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달래와 비슷한 '야생 파속 식물'을 봄의 별미로 여긴다.
달래에는 다른 봄나물처럼 비타민A·B1·B2·C와 칼륨·칼슘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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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파·마늘과 닮은 모양
여리고 알싸한 봄철 대표 채소
북미 ‘램프’ 일본 ‘노비루’ 비슷
입맛 돋우는 기분 좋은 ‘쓴맛’
날것으로 진장 양념에 버무려
도토리묵·손두부와 찰떡궁합

봄이면 대개 꽃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진짜 봄은 밥상에서 온다. 냉이된장국과 봄동비빔밥을 먹어야 비로소 계절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의 들판이 혈관 속으로 타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여기에 달래를 빼놓을 수 없다. 파 같기도 하고 마늘 같기도 하지만 둘과는 결이 다르다. 여리고 알싸하고 푸르다. 코끝에 달래 향이 닿으면 그제야 ‘아, 정말 봄이로구나’ 싶어진다.
달래(Allium monanthum)는 한반도와 일본, 중국 동북부, 러시아 극동에 분포하는 식물이다. 한국에서 특히 식재료로 달래를 많이 사용하지만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달래와 비슷한 ‘야생 파속 식물’을 봄의 별미로 여긴다. 북미에서는 ‘램프(Ramps)’, 유럽에서는 ‘와일드 갈릭(Wild Garlic)’ 같은 야생 파속 식물을 채취해 버터에 섞거나 페스토로 만든다. 일본에서는 달래의 친척뻘인 ‘노비루(のびる)’를 데쳐서 식초를 섞은 된장에 버무려 먹는다.
왜 이 계절에 달래와 같은 맛이 더 반가울까. 생물학이 약간의 실마리를 준다. 인간의 쓴맛 수용체 ‘TAS2R’은 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에도 분포한다. 달래에 있는 쓴맛 화합물이 장의 쓴맛 수용체를 자극해 소화효소와 GLP-1 같은 장 호르몬 분비를 촉진한다. 오랫동안 단조로운 식단을 이어온 몸이 봄나물의 쓴맛을 만나 소화계를 깨웠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다소 무리한 설명 같기도 하다.
달래에는 다른 봄나물처럼 비타민A·B1·B2·C와 칼륨·칼슘도 들어 있다. 그렇다면 겨우내 부족했던 비타민을 보충하려고 봄철 달래 같은 채소를 찾게 되는 것일까. 하지만 인간에게 그런 식으로 특정 영양소 부족을 감지해 그 성분이 든 요리를 찾는 현상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빈약하다. 보통 한번에 달래를 먹는 양도 그리 많지 않아 영양 섭취 면에서 큰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봄철 달래장을 먹으면 얼마나 많이 먹겠는가. 그보다는 아마 먹거리만큼 오감을 한꺼번에 흔드는 것이 드물고 음식은 결국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면에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어서일 거다.
1920년대 발간한 조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도 달래 조리법이 나온다. ‘달래장아찌’라는 요리인데 요즘의 달래장과는 조리방식이 사뭇 다르다. 달래의 뿌리와 꼭지를 따서 손질하되 둥근 곳에 순을 조금 남기고 다듬는다. 씻어서 물기를 말린 달래를 기름에 볶는다. 기름이 달래에 배어들어 윤기가 돌면 설탕·진장·깨소금·고춧가루를 치고 버무려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맛도 좋고 물러서 먹기에도 좋단다. 조리법에선 보통 달래를 날것으로 진장에 넣고 양념해 먹는다고도 설명한다. 진장은 오래 숙성시켜 빛이 짙어진 간장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또또’에서는 한국 술과 함께 먹기 좋은 제철 요리를 낸다. 오랫동안 요식업에 몸담았지만 사정상 일을 쉬게 된 부모와 어린 시절부터 ‘또또’라고 불리던 막내딸이 힘을 합쳐 연 곳이다. 마음에 드는 한국 술 한잔에 도토리묵, 손두부, 달래장을 안주로 먹으면 봄의 훈훈한 기운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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