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기소 국정조사’ 부른 쌍방울 대북 송금, 무슨 사건이길래?

이은기 기자 2026. 4. 2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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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은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이다. 민주당은 “조작 수사” 탓에 법원의 결론이 틀렸다고 본다. 특검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4월14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열렸다. 타깃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이었다. 이날 청문회장에는 서로 다른 피켓이 내걸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의 조작기소. 국민의힘 사죄하라’고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이재명 죄 지우기 특위 반대’라고 응수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국정조사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 취소용’이라고 의심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대법원 확정판결을 뒤집어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를 취소하려는 조작 특위”라고 주장했다.

4월14일 국회에서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열렸다. ⓒ시사IN 이명익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은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이다. 2025년 6월 대법원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사건에서, 1·2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2019년 쌍방울의 대북 송금은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와 이재명 대통령의 방북 비용 명목’이라고 판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이던 2024년 6월12일 이 사건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현재는 헌법 제84조(대통령 불소추특권)에 따라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법원의 결론이 틀렸다고 본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윤석열 정권 차원에서 기획”됐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철저한 조작 수사”가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주도로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가 1차 청문회에 부른 증인은 크게 두 부류다. 먼저 2019년 북한에 돈을 보냈거나, 그 목적을 알고 있는 쌍방울그룹·경기도 관계자들이다. 핵심 인물인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진행 중인 재판 등을 이유로 이날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북 송금에 관여해 유죄판결을 받은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은 출석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등 사건에 연루된 경기도 관계자들도 청문회에 나왔다.

청문회 증인 명단에 오른 다른 한 부류는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했던 수원지검 관계자들이다. 수사 과정에서 관련자 진술을 회유해 사건을 조작했다고 지목당한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검사(현 인천지검 검사)와 박 검사를 지휘했던 김영남 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 등이 있다. 박 검사는 1차 청문회에서 “특검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증인선서를 하겠다”라며 선서를 거부해 퇴장 조치됐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한 주요 근거는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의 일관된 진술이다. “특히 방용철은 당심 법정에서 ‘2019년 5월경 리호남과 방북 비용을 300만 불로 합의했다. 300만 불은 방북의 대가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방북에 소요되는 의전 비용 의미가 다 들어가 있다(···)’라고 진술했다. 김성태·방용철이 허위 진술을 할 뚜렷한 동기를 찾아볼 수 없고,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라면 알기 어려울 정도의 구체적인 진술을 하고 있으며, 이 법정에서의 진술 모습이나 태도에 비추어볼 때 신빙성이 있다.”

리호남은 북한의 대남 공작원이다. 쌍방울그룹은 북한에 보낸 돈 총 800만 달러 중 100만 달러를 2회에 나누어 리호남에게 전달했다. 이번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는 바로 이 ‘리호남의 필리핀 방문 여부’가 검찰의 조작기소 여부를 가려내는 핵심 쟁점이 되었다.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은 앞서 항소심 재판에서 ‘2019년 7월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리호남에게 방북 비용 100만 달러 중 70만 달러를 지급했다는 김성태·방용철의 진술뿐만 아니라 방북 비용 전체에 대한 진술이 모두 거짓이라는 게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의 이야기다.

4월14일 박상용 인천지검 검사가 ‘조작기소 국정조사’ 1차 청문회 증인선서 거부로 퇴장 조치된 후 이동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리호남의 부재는 핵심 쟁점일까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의 ‘리호남 필리핀 부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 국적자가 필리핀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기는 하나 입국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은 사실, 리호남은 북한 공작원으로서 다수의 가명·위장 신분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점까지 고려하여 볼 때, 리호남이 (2019년 7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2회 국제대회 공식 초청자 명단에 없다거나, 위 국제대회 참석자들 중 당시 리호남을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부분 김성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것은 아니다.”

방용철 전 부회장은 4월14일 1차 청문회에서도 기존 진술을 유지했다. “2019년 7월 필리핀에 리호남이 왔나”라는 서영교 조작기소 국정조사특위 위원장의 질문에, “왔다. 돈을 내가 직접 주지는 않았고 (김성태 전) 회장이 전달했고, (내가) 회장이 있는 곳까지 (리호남을) 안내했다”라고 답했다. 돈을 준 이유는 “방북 대가”라고 밝혔다. 방 전 부회장의 이날 증언은 이재명 대통령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검찰 논리와 직결된다. 쌍방울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통령을 위한 뇌물(방북 비용)을 ‘제3자’인 북한에 보냈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방용철 전 부회장 증언은 협잡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리호남이 애초에 필리핀에 없었다는 국가정보원 보고를 근거로 들었다. 4월3일 이종석 국정원장은 국회 기관보고에서 2019년 7월 리호남의 여권 기록과 정보원 진술 등에 따라, “2019년 7월 대남 공작원 리호남이 필리핀에 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라고 밝혔다. 4월14일 1차 청문회에 비공개 증인으로 출석한 국가정보원 관계자도 “제가 2심 법원에서 (리호남이 필리핀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채택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4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조작기소 국정조사’ 1차 청문회에서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오른쪽)이 답변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다만 리호남의 필리핀행이 재판부 판결을 뒤집을 만한 키워드인지는 불명확한 부분이 있다. ‘리호남 70만 달러’는 이미 무죄가 확정된 대목이다. 법원은 쌍방울그룹이 방북 비용 명목으로 북한에 건넨 300만 달러 중, 70만 달러를 포함해 리호남에게 준 100만 달러에 대해서는 무죄로, 나머지 200만 달러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했다. 북한에 돈을 준 게 유죄가 되려면 금융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전달돼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그런데 리호남이 받은 100만 달러는 어디로 흘러갔는지 알 수 없다고 봤다. “조선노동당에 귀속될 것을 예정한 이 사건 200만 달러와 달리, 이 사건 100만 달러의 경우 최종 수수자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4월14일 1차 청문회에서는 검찰의 문제적인 수사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약 1년 동안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 이화영 전 부지사 등에 대해 100~200회에 달하는 소환조사가 이뤄졌지만 대부분 정식 수사 기록을 남기지 않은 점, 박상용 검사의 진술 회유 의혹 등이 거론된다. 당시 수원지검 형사6부장이던 김영남 변호사는 필요한 경우 조서를 남겼다면서 조작기소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사실인 것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얘기하자고 했을 때 회유든 조작이든 되는 건데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함께 청문회장에 있던 이정현 수원고검장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 수사 방식에 대해 “국민들께 속죄의 말씀을 드리는 게 검사의 도리다. 검찰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국민께 ‘환부만 도려내는 절제된 수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이 철저하게 이행되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고 송구스럽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1차 청문회 다음 날인 4월15일 민주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검찰이 자행한 조작기소와 검찰이 덮어준 주가조작을 포함한 범죄행위 역시, 특검 수사를 통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나섰다. 4월13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공소 취소와 관련해 어떠한 검토도 한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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