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으로 시끄러운 세상에 

김기덕 2026. 4. 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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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거야." 지난주 목요일 오후, 인천지방법원 재판을 다녀와서 사무실에서 정 사무국장과 고 변호사를 불러 재판 일정을 협의하려다가 나는 말했다. 다들 '무슨 말인가' 하며 어리둥절해했다. 삼성전자 노동자 수만명이 쏟아져 나와 집회시위를 했다는 뉴스가 인터넷 포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을 읽고서 성질이 나서 한 말이었다. 뭐 회사 망할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으니 그 15%의 성과급을 받겠다고 요구하고 투쟁하는 것을 두고 온통 시끄럽다. 이런 나라가 못마땅한 나는 짜증이 폭발했다. 왜 시끄럽게 하냐고. 

2. 최근 SK하이닉스는 올해 영업이익이 200조원이 넘을 거라고 예측되는데, 성과급으로 6억원 이상을 지급받게 된다. 그런데 성전자 노동자들은 연봉의 50%라는 성과급 한도 제한 규정 때문에 수백조원의 영업이익을 이뤄내더라도 SK하이닉스 노동자들과 같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니, 노조는 한도 제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40조원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한다고, 주주에게는 겨우 10조원을 배당하는데 터무니없이 노동자들은 요구하고 있다고 이 나라는 입에 거품을 문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노동자의 요구에 우려를 표하고 난리다. 뉴스를 통해서 살펴보면, 삼성전자에서 노조가 주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결국 영업이익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는 성과급의 한도를 제한하고 있는 걸 없애라는 것이다. 경쟁업체인 SK하이닉스도 노사합의로 없앴으니 삼성전자에서도 없애 달라는 것이다. 그걸 없애지 않으면 경력을 갖춘 인력이 경쟁업체로 빠져나가고 유능한 인력을 고용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회사의 경쟁력도 떨어져 지금 같은 실적을 내기 어렵게 될 거라고 노조는 말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SK하이닉스가 아니라도, 미국의 마아크론 등도 있다. 중국업체가 반도체 인력 확보에 혈안이라는 뉴스를 읽은 적도 있다. 최근 테슬라의 머스크도 한국 인재들을 모신다고 X(옛 트위터)에 광고하지 않았던가. 

다 떠나서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넘어 400조원까지 이른다고 예측하고 있는데 그런 실적을 이루어 낸 노동자들이 그중 40조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오히려 세계 최고수준의 성과급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서 세계 제일의 회사가 되고자 한다고 회사가 먼저 성과급의 한도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이제 삼성이 노동자를 대우하는 위대한 기업으로 한 발 내디디려는가 보다 할 것이다. 40조원은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하고 있고 올해 거둬들일 순이익으로 확보할 사내유보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성과급을 지급하고 나서도 투자 재원은 넘쳐난다. 투자를 내세워 노동자의 요구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투자하지 않고 쌓아두는 것의 일부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이라서 타당하지 않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쌓아둔 것을 성과급으로 인적자원에 투자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인적자원 확보야 말로 기업 경쟁력의 핵심 아니겠는가.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내세워 비난하기도 하지만, 언제 이 나라가 적게 받는 노동자를 배려해서 경영실적이 우수한 다른 회사에서 지원, 보충해 주는 법이 있었던가. 가만히 생각해 보면 황당한 말로 노동자의 요구를 비난하고 있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과거에는 오늘처럼 엄청난 실적을 올리는 일이 없어서 한도 제한은 커다란 의미가 없었다.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은 당연히 15%를 자신이 받을 성과급 기준으로 여겼다. 그런데 졸지에 15%가 아니라 그 몇분의 1을 받는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이겠는가. 

3. 무노조 삼성전자에서는 회사가 정한 기준으로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받아 왔다. 만약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해서 그 기준을 바꾸고자 하지 않았다면 노동자들이 몇백 조원의 영업이익을 이뤄냈어도 그 기준대로 성과급을 받으면서 노동자들은 그저 SK하이닉스로 이적해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면서 자신들도 그 기회를 노리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늘은 삼성전자에서 자신의 꿈을 꾸겠다고 노조를 통해서 삼성전자 노동자들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건강하고 바람직한가. 이렇게 평가하고 칭찬해 줄 수는 없는가. 무노조경영으로 수십년을 침묵했지만, 마침내 노동자들이 스스로 깨치고 나와 노조를 조직해서 자신들의 요구를 말하고 있다. 얼마나 대단하고 대견한가. 이런 노동자를 대하는 노동법상 사용자로서 모범적으로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겠노라고 세상에 선언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그건 꿈이고 현실은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부딪쳐 나가야 한다. 당당하고 씩씩하게. 그런 노동자가 좋다. 무노조로 주눅 든 노동자들보다 노조로 당당하게 요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겠다고 스스로 일어선 노동자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4. 그런데 이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삼성전자 노조가,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이 기분 좋지 않다. 

23일 삼성전자 노동자 3만9천명이 경기도 평택사업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고, 다음달 21일부터 18일간 파업을 한다고 보도하면서 이 나라 언론은 삼성전자에서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걱정을 잔뜩 담았다. 회사는 너무도 잘나가고 있는데, 노조의 요구가 투쟁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문제라는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18일간의 총파업시 예상되는 반도체 생산 차질 규모는 최대 30조원에 달하고, 하루 손실 추정액은 약 1조원이며, 향후 고객사 이탈 등을 고려하면 헤아릴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회사의 걱정을 기사에 담아서 쓰고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삼성전자를 생각한다면, 노동자의 눈으로  노동자의 요구와 투쟁을 살펴보고 보도해야 한다. 요구에 대한 노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담아서 전달해 주고, 나아가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타당성을 밝혀주는 분석 기사를 낼 수 없는 것인가. 삼성전자에서 무노조경영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해서 활동하면서 극복됐지만 이 나라에서 노조에 대한, 노동자투쟁에 대한 반감은 걱정의 가면을 쓰고, 혹은 그 가면도 벗어던진 채 노골적으로 사용자에 편파적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서 시끄럽게 계속되고 있다. 

5. 따지고 보면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서 거둔 회사 이익의 일부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하는 것이 이렇게 시끄럽게 야단칠 정도로 이 나라에서는 나쁜 것인가. 그렇다면 노사협의회를 통한 노사평화는 뭔 말이고, 사내복지기금법 등에서 우리사주제도를 적극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뭔가. 오늘 이 나라는 이렇게 노동자에게 회사 이익을 나눠주는 것에 몰인정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48년 희망의 나라를 꿈꾸며 제정한 대한민국헌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서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 즉 노동자 이익분점권을 규정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 나라는 그저 사용자 자본이 이익을 독식하는 것을 당연시하지 않고, 노동자에게 자신이 일해서 거둔 회사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을 타당하다고 봤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에 이르러서는 이런 헌법제정권자 대한국민의 꿈은 더는 감히 꿈꿀 수도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그저 일장춘몽으로 취급해야 할까. 거창한 법은 아니라도, 잘나가는 사업장에서라도 먼저 요구해서 실현해 낸다면, 이 나라 노동자들 모두의 꿈이 되고, 요구가 될 수 있다. 그날을 위해서라도 어디선가 노동자는 세상이 시끄럽게 비난해도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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