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 하위법령이 흔든 노동자 참여 ① 위험성평가

최명선 2026. 4. 28.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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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올해 1월 위험성평가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제도에 노동자의 참여를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올해 6월과 8월 각각 시행되는데, 3월18일 입법예고된 하위법령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 개정 취지가 반영되지 않거나, 핵심적 내용이 빠졌다는 것이다. 네 차례에 걸쳐 주장을 싣는다.<편집자>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10년 넘게 시행 중인 위험성평가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첫째, 위험성평가를 '유해위험의 발굴, 허용 위험의 결정, 개선 대책 수립, 이행' 전 과정에 명확히 규정했다. 둘째, 위험성 평가의 전 과정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했다. 셋째, 위험성평가 미실시뿐 아니라 노동자·노동조합의 참여 미보장, 위험성평가 관련 사항에 대한 공유 위반, 기록 의무 위반도 처벌 대상이 됐다. 아울러 '고시'로 돼 있던 위험성평가의 주요 내용을 '시행규칙'에 명시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달 18일 입법예고된 시행령, 시행규칙은 법 개정 취지가 유실될 정도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노동자·근로자대표의 참여가 명시됐으나, 시행규칙에는 근로자대표의 참여 내용이 아예 없다. 이러면 일선 현장에서 근로자대표 참여는 위축되거나, 혼란스럽게 된다.

특히 시행규칙에는 위험성평가의 전 과정에 걸쳐 근로자대표의 참여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 의결권을 명시해야 한다. 위험성평가를 통해 개선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산재예방 계획의 핵심 대책이다. 당연히 위험성평가 관련 사항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심의·의결 사안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현장에서 회사가 개선계획을 일방적으로 시행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2024년 조사에서는 위험성평가 이후 형식적으로 개선했다거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이 65.8%였다. 공정안전보고서나 안전보건 개선계획 등과 같이 위험성평가 하위규정에서 산업안전보건위 심의·의결이 명시돼야 노동자, 노동자대표의 참여에 기반한 위험성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행 고시에는 위험성평가의 노동자 참여를 '유해위험 판단기준 마련' '유해위험요인 파악' '허용 위험 여부 결정' '감소 대책 수립 결정' '감소 대책 실행 여부 확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규칙 입법예고안에는 이 규정이 아예 없고, 노동자 참여의 방법으로 '순회 점검, 설문조사, 인터뷰, 기타 의견수렴'만 명시돼 있다. 그동안 현장에서는 현행 고시에 위험성평가 노동자 참여 규정이 있어도, 유해위험요인 파악 때만 노동자를 형식적으로 참여시키고, 감소 대책이나 이행 여부는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진행해 위험성평가 무용론이 반복돼 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했으나 하위법령에 '위험성 평가의 전 과정에 노동자, 노동자 대표의 참여 보장'이라는 법 개정 취지가 또다시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노동자 의견수렴을 위험성평가 실시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사후에 하는 방안도 열어놓았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하거나 대행기관을 통해 서류를 만들어 놓고 나중에 서명만 강요하는 식으로 악용해도 거부할 도리가 없게 된다.

셋째, 노동자·노동조합이 위험성 평가에 참여하는 활동 시간을 유급으로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물량을 맞추기 위해, 판매나 서비스 실적을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위험을 찾고, 개선 대책을 논의하고, 대책이 시행되는지 점검하는 위험성평가를 위한 별도 시간은 아예 보장되지 않고 있다. 노동조합이 공정별, 라인별로 위험성 평가 실행위원을 뽑아서 하려 해도 노동조합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안에서 사용하라고 하고 있다. 노조간부가 아닌 위험성 평가 실행위원들도 위험성평가를 업무가 끝난 뒤에 남아서 하거나, 휴가를 내서 하는 것이 실정이다. 이에 대한 명시적인 노동부 규정이나 질의회시도 없고, 사안에 따라 혼선이 거듭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노동자, 근로자대표의 참여권이 현장에서 실현되려면 타임오프와 별도의 유급 활동시간 보장방안을 시행규칙에 명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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