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뒤흔든 성과급 논쟁, '성장 최우선' TSMC는 뭐가 다를까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 성과급 분쟁의 출발점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 노조는 2024년 영업이익이 그 당시 역대 최대 수준인 23조4673억원을 거두자 2025년 임금협상 과정에서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한도인 기본급의 최대 '1000%·연봉의 50%'를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모두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이 협상을 통해 보상 규모를 조정하려 했지만 노조는 강경투쟁 노선을 택하며 회사를 압박했다. 결국 지난해 9월 회사는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 전체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결정은 삼성전자 노조에게 영향을 미쳤다. 현재 삼성전자 노조는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선인 연봉의 50% 기준 폐지와 함께 SK하이닉스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45조원을 보상으로 달라는 거다.
이는 삼성전자 지난해 연구개발비(R&D) 37조7000억원을 상회한다. 주주환원 규모인 11조원과 비교해서는 4배가량 많다. 요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노조 측은 "성과급 상한 폐지는 경쟁사도 이뤄냈고 TSMC도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한다"며 "과한 요구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TSMC는 2025년 1조7179억대만달러(80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자 성과급으로 2061억대만달러(8조6800억원)를 책정했다. 이를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평균 264만대만달러(1억1100만원)가 성과급으로 지급된다. 삼성전자 노조가 'TSMC도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한다'고 주장한 배경이다.
TSMC 성과급 체계를 들여다보면 국내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 성과를 기반으로 보상을 지급한다는 '성과주의 원칙'은 같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이 노사 합의로 보상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반면 TSMC는 별도의 산정 공식을 정해두기보다는 매년 이사회에서 당해 회사의 실적을 고려해 총액을 책정한다. 이익을 얼마나 배분할지는 철저히 이사회 판단에 따른다. 애초부터 성과급은 노사의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TSMC는 1987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노조가 설립된 적도 없다.
TSMC는 회사의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놓고 보상 결정 전 R&D와 설비 투자 등 재원을 최우선 편성한 뒤 남은 수익에서 보상을 결정한다. TSMC는 2025년 실적 발표 이후 장기적인 생산능력 확충과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금으로 449억6200만달러(66조원)을 책정했다. 직원 보상규모의 7배를 넘어서는 재원을 미래를 위한 재투자 예산으로 배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이유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세대 공정에 재투자하기 때문"이라며 "회사의 미래 재투자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배분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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