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장비는 손수레 하나뿐, 트럭은 사비로···환경미화원들 “아프거나 다치는 게 일상”
장비 여건상 한참 이른 시각부터 일 시작해야
노동 안전 문제 직결···산재 적용도 어려워
지자체는 “작업 방식은 용역업체 소관” 뒷짐

지난 26일 오후 8시 인천 부평구의 한 골목. 환경미화원 A씨가 손수레(리어카)를 힘껏 밀었다. 손수레에 실린 쓰레기 양은 A씨 키보다도 높게 쌓여 있었다. 언덕길에 들어서자 안간힘을 쓰던 A씨 몸이 바닥에 닿을 듯 기울어졌다. 덜컹대는 손수레 위에서 쓰레기 더미가 쓰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일부 지자체에서 쓰레기 처리 위탁업체 소속 환경미화원들이 손수레 등의 열악한 장비에 의존해 쓰레기를 수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탁업체들이 비용 및 지자체와 맺은 계약 내용 등을 이유로 장비 개선에 나서고 있지않은 탓이다. 환경미화원들이 사비로 트럭을 구매해 쓰레기 수거에 나서는 등 장비 부담 비용을 떠안는 사례도 확인됐다.

2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 부평구청과 위탁 계약을 한 B업체는 골목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에게 손수레만 지급하고 있다. 손수레를 쓰다보니 환경미화원들은 근로계약서상 업무 시작 시간인 오전 4시보다 7~8시간 이른 전날 오후 8~9시부터 일을 시작해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 A씨는 “손수레로 물량을 다 처리하려면 일찍 나올 수밖에 없다”며 “야간 수당은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에서는 환경미화원들이 자비로 트럭을 마련해 쓰레기를 수거 중이다. 손수레만으로는 제 시간에 쓰레기 수거 업무를 마치기 어려워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차량을 마련한 것이다. 이 업체에서 3년간 일한 C씨는 “회사에서 직접 구매를 요구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모두가 차량을 마련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열악한 장비 문제는 환경미화원들의 노동 안전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폐기물관리법에서는 미화원들이 사용하는 운송 차량에 대해 일정한 안전 기준을 규정해놓고 있다. 손수레나 개인 차량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이날 쓰레기를 가득 담은 A씨의 손수레 무게는 봉투 용량과 규모 등을 고려하면 800㎏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일하다 보면 손목터널증후군은 기본이고 팔꿈치 통증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도 많다”며 “밤에 일하다 보니 넘어지거나 부딪치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C씨는 “트럭 뒤에서 혼자 쓰레기를 내리다 보면 떨어지거나 미끄러질 때가 있다”며 “개인 차량이다 보니 산재보험 적용도 어렵다”고 말했다.
위탁업체들은 쓰레기 수거 장비 개선에 소극적이다. 지자체와 맺은 위탁계약 및 원가를 기준으로 인력 고용, 장비 지급 등을 하다보니 생긴 결과다. 부평구청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용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좁은 골목길 등 청소차 진입이 어려운 지역은 별도의 운반수단(손수레 등)을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보령시가 위탁업체와 계약할 때 작성한 원가산정서에는 골목 쓰레기 수거 업무에 차량을 투입하는 비용은 반영되어 있지않다.

지자체들은 청소 장비 문제는 위탁업체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부평구청은 “용역업체가 수행하는 업무인 만큼 구체적인 작업 방식은 업체에서 정할 사안”이라며 “근로 조건 역시 업체와 노동자가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부평구청과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B업체는 “손수레 사용은 위탁계약서 명시 사항이고, 일찍 출근하는 것은 구청 지시에 따른 선 작업 차원”이라며 “다만, 현장 근무자 의견을 반영해 차량 추가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령시청과 위탁계약 중인 D업체는 “업무량이 많아 일부 환경미화원이 개인 트럭을 이용하는 것 같다”며 “원가 산정 시 차량 지원을 받도록 시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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