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늦게 주는 보험사들… 지연 이자는 10년째 제자리
최근 맘모톰 수술로 유방 종양을 제거한 30대 직장인 A씨는 메리츠화재에 수술비 240만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수술 적정성 등을 문제 삼아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보험금은 청구 후 약 20일 후에 지급됐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지연에 따라 지급한 이자는 약 4000원으로 연이율로 환산하면 3% 중반 수준이었다.
보험금을 늦게 지급하는 보험사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주요국과 비교해 낮은 지연 이자율이 ‘늑장 지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연 이자 지급 기준은 지난 10년간 그대로다. 소비자들은 “물가 상승이나 금융 비용을 감안할 때 보험금 지연 이자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 韓 지연 이자율 최대 12%… 美 텍사스 18%, 스페인은 20%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질병·상해보험 등 대인보험은 보험금 청구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화재·배상 책임 보험 등 대물보험은 보험금 결정일로부터 7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이를 넘기면 보험계약대출이율(보험 가입자가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적용하는 금리)을 기준으로 지연 이자가 부과된다. 지연 기간이 30일을 넘기면 가산 금리도 붙는다. 31~60일은 4%포인트(P), 61~90일은 6%P, 90일 초과 시 8%P다. 이 기준은 2016년 도입된 이후 10년째 유지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공시한 올해 5월 기준 보험계약대출이율은 4.15%다. 여기에 최대 가산 금리를 적용하면 보험사가 내는 지연 이자는 최대 12%대다. 반면 개인이 대출 상환을 늦추면 연체 이자는 법정 최고 이자인 연 20%까지 오를 수 있다.
해외 주요 국가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지연을 막기 위해 징벌적 수준의 이자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는 보험금 청구 접수 후 3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절 여부를 통보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60일 이상 지급이 늦어지면 연 18%의 이자를 부과한다. 스페인은 보험금 지급이 2년 이상 지연되면 연 20%의 이자를 내야 한다. 대만은 보험금 청구일로부터 15일 안에 지급하지 않으면 연 10%의 지연 이자를 부과한다.
◇ KDB생명·신한라이프 등 보험금 지급 지연 증가
주요국 대비 보험금 지급 지연 이자가 낮은 상황에서 보험사의 지급 지연 사례는 늘고 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중 지급 기한을 넘긴 것은 전체의 9.3%였다. 이 비율은 2020년 6.8%에서 2021년 8.1%, 2022년 8.4%, 2023년 8.3%, 2024년 8.6%로 매년 늘고 있다.
업권별로 지급 지연율이 높은 회사를 보면, 손해보험사는 농협손해보험(27.8%)의 지급 지연율이 가장 높았고, 라이나손해(18.8%), 메리츠화재(18.8%), 롯데손해보험(14.5%), 흥국화재(14.5%) 순이었다. 생명보험사는 KDB생명(52.9%)이 가장 높았고, 신한라이프(52.8%), iM라이프(50%) 등 순이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보험금 지연 이자가 낮다 보니 보험사들이 지급을 늦춰도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 “관행적인 지급 지연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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