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오작동은 재난”… 실패한 줄 알았던 메타버스, 피지컬 AI 무기로

챗GPT 같은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의 다음 단계로 ‘피지컬(Physical) AI’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율주행, 무인 드론, 스마트 물류 등 적용 분야는 다양하지만,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 바로 로봇이다. 화려한 하드웨어와 범용 AI 두뇌를 앞세운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SK그룹 내 피지컬 AI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SK텔레콤은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트윈’과 ‘로봇 트레이닝’ 두 가지 플랫폼 영역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최근 만난 조익환 SK텔레콤 피지컬AI 본부장은 “우리 사업의 출발점은 제조 혁신에 AI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거대언어모델(LLM)의 환각 현상과 달리 제조 현장에서 AI 오류는 천문학적 비용 손실과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며 “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해법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고 했다. 현실 공장을 가상 공간에 그대로 옮겨 무수히 시험해 볼 수 있게 하고, 이를 다시 로봇 훈련으로 연결해 현장 노하우를 로봇 지능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특히 한때 거품 논란 속에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메타버스’ 기술이 이 생태계의 뼈대가 되고 있다.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했던 조 본부장은 “가상 검증의 성패는 복잡한 현실 공장을 얼마나 빠르게 3D 모델로 옮겨오느냐에 달려 있다”며 “메타버스 사업에서 축적한 3D 가상화 노하우 덕분에 데이터 자산화에 드는 시간이 며칠에서 몇 시간으로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했다. 메타버스 기술이 속도 경쟁력의 원천이 된 셈이다.
지난 3월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핵심 파트너사 중 한 곳으로 SK텔레콤을 호명했다. SK텔레콤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 로봇 트레이닝 플랫폼은 엔비디아 코스모스(Cosmos)와 아이작·그루트(Isaac·GR00T)를 기반으로 한다. 범용 코어 기술을 엔비디아가 제공하면 SK텔레콤이 현장 맞춤 기술을 얹어, 고객사가 바로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패키징하는 구조다.
피지컬 AI 사업을 통신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조 본부장은 “통신사의 역할도 AI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며 “과거처럼 통신망 파이프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막대한 연산이 필요한 피지컬 AI를 위해 AI 데이터센터(AIDC)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 AI 모델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AI 인프라 설계자’가 되는 것이 진화된 통신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수요가 몰리는 곳은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공정이 복잡하고 생산 중단 리스크가 큰 업종이다. SK텔레콤은 SK그룹 제조 멤버사들을 거대한 테스트베드 삼아 시범 도입 단계를 거친 뒤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고, 외부 제조 고객과도 시범 적용이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기능별 모듈을 골라 쓰는 산업용 소프트웨어 구독(SaaS) 모델로 수익성을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조 본부장은 “디지털 트윈을 통한 심투리얼(Sim2Real·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AI를 실제 현실에 적용하는 기술) 기술의 발전 속도는 최근 3~5년 새 과거 수십 년을 뛰어넘을 만큼 가파르다”며 “한국의 튼튼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공 사례를 축적해, 궁극적으로는 일본·대만·미국 시장까지 진출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산업용 소프트웨어 강자, 이른바 ‘한국판 지멘스’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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