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줄었는데 예산은 2배”···정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검토, 논의 첫발 떼기부터
‘의무지출 구조조정’ 나선 정부
박홍근 “악역” 자처
교육계 반발 우려…당정청 합의 우선

정부가 ‘해묵은 난제’로 꼽혀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도 교부금이 내국세에 연동돼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올해 ‘의무지출 10% 감축’이라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내세우면서 개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교육계 반발이 커질 수 있어 당·정·청의 원칙부터 제시하면서 논의의 첫발을 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예산처는 27일 의무지출을 10% 줄여 국정과제에 필요한 재원 50조원을 마련하는 방안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 21일 “학령인구는 많이 감소했는데 내국세는 더 올라가면서 지방교육재정 형편이 지방 정부·중앙정부보다 매우 나아졌다”며 “국민적 공론화를 통해 대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고교 교육의 핵심 재원으로,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법정 배분된다. 올해 세법 개정에서 내국세 연동 방식을 바꾼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제정된 1971년 이후 55년 만의 첫 구조 개편이 된다.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가 깔려 있다.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 규모는 매년 자동으로 확대되지만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은 빠르게 늘어 지난해 1371만원으로 2016년(716만원)의 두 배 수준이다. 최근 10년간(2016~2025년) 교부금이 연평균 5.6% 증가하는 동안,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연평균 7.5% 증가했다. 반면 학령인구는 2070년에 2020년의 41.5%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개편 논의가 주목되는 이유는 정부가 ‘의무지출 10% 삭감’ 목표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의무지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꼽히는 부분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고, 다수 여당이 밀어주는 상황이라면 법 개정 가능성이 이전보다 큰 셈이다. 과거 정부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하고자 했지만정치권과 교육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박 장관이 직접 “악역”을 거론한 점도 정부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 장관은 ‘의무지출 10% 삭감’ 목표와 관련해 “악역이라 할지라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국민을 믿고 나라를 생각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거론되는 개편안은 크게 세 가지이다. 정부는 특정 방식을 선호하기보다 일단 논의의 첫발을 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선, 교부금 산정 방식을 내국세 연동에서 벗어나 학령 인구나 학급 수, 물가, 소득 등 요인을 반영하는 식으로 바꾸는 방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2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논의 동향’ 보고서에서 이 방식을 도입하면 2021~2060년까지 최대 1144조6000억원의 재정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교육재정과 일반 지방재정 간 ‘칸막이’를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재원을 조성해 교육사업에 투입하는 ‘공동사업비’ 또는 ‘교육지원특별회계’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장기적으로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일본·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국이 채택한 방식이다.
교육세 배분 구조 개편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술·담배·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교육세를 대학과 유아교육에 전액 투입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금융·보험업에서 새로 걷은 교육세 수입을 대학에 우선 투입하고, 나머지를 영유아 교육과 초·중·고교에 나눠 배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일부 손질한 바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교육청은 교원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아 재정이 늘어도 서비스를 확대하기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재정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이 구조를 고려하면 지방교육재정과 일반 지방재정을 통합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논의는 교육계의 반발이 크기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의 강한 추진 의지가 없으면 제도 개편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시·도교육감들은 정부의 교부금 축소 움직임에 반발하며 공동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계는 학생 수가 줄더라도 유보통합, 늘봄학교, 인공지능(AI) 교육, 고교학점제, 과밀학급 해소 등 새로운 교육 재정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반론을 펼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독일, 핀란드는 학령인구 감소에도 교육 재정을 오히려 늘렸다”며 “준비되지 않은 고강도 감축은 교육의 토대를 흔들고 학생과 학부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승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저출생·고령화로 앞으로 점점 세수는 줄고 지출은 늘어서 결국 지출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며 “당·정·청이 교육교부금 개편을 포함한 지출 구조조정을 강한 원칙과 의지를 가지고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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