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도 컴컴…국제선 셔터 내린 '양양국제공항' [르포] [국민 위한 하늘길 다시 짜자③]

천상우 기자 2026. 4.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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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률 1%대·이용객 하루 30명
정기편은 제주 노선 하루 2편 뿐
교통·관광 연계 약해 관문 기능 '흔들'
양양국제공항 전경.(천상우 1000tkddn@)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오전 10시 유리문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컴컴했다. 21일 찾은 강원 양양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의 모습이다. 탑승객을 맞이하기 위해 마련된 카운터는 불이 꺼져 있었고 사람의 기척도 느끼기 어려웠다. 창구 앞을 지나는 사람이라고는 화장실을 오가는 이용객 몇 명이 전부였다.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줄도, 캐리어를 끄는 관광객도 볼 수 없었다. 국제선이 다니지 않는 ‘국제공항’은 사실상 멈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공항 밖 풍경도 마찬가지다. 김포·제주·인천공항처럼 택시가 길게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양양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한 택시기사는 “택시가 공항 안으로 들어갈 일이 많지 않다”며 “제주행 비행기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손님 외에는 수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양양공항의 정기 여객편은 제주 노선에 사실상 한정돼 있다. 그 마저도 오전, 오후 각각 1편씩 뿐이다. 공항이 하루 종일 승객이 오가는 교통 거점이라기보다 특정 항공편 시간대에만 잠시 움직이는 공간에 가까운 셈이다.

공항에서 만난 한 승객은 “양양공항은 제주도 갈 때만 가끔씩 온다”며 ”해외 여행은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양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앞 전경. 이용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다.(천상우 1000tkddn@)

양양국제공항은 2002년 문을 연 강원도 유일의 국제공항이다. 속초·강릉공항을 대신하는 영동권 관문 역할을 기대받았고 연간 317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여객터미널과 498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갖췄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런 구상과 거리가 멀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양양공항의 지난해 활용률은 연간 처리능력 3만7000회 대비 1.1%에 그쳤다. 양양공항 전체 이용객은 지난해 1만1738명으로 하루 평균 32명꼴에 불과했다. 연간 수백만 명을 처리할 수 있는 여객터미널을 갖춘 공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박병로 양양공항장 직무대행은 "현 상태가 계속되면 지역민과 지자체, 공항 운영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수도권으로만 수요가 빠져나가는 구조를 그대로 두면 지방공항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운항 횟수가 적다 보니 대중교통 연결도 제한적이다. 공항과 양양종합터미널을 잇는 셔틀버스는 하루 2회, 강릉역행 셔틀버스도 하루 2회 운행된다. 강릉시외버스터미널과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을 오가는 시외버스도 각각 두번만 탈 수 있다. 양양종합터미널 방면 마을버스 역시 하루 3회에 그친다.

비행기에서 내려도 곧바로 시내나 관광지로 이동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자차나 렌터카가 없는 이용객은 항공편 시간뿐 아니라 버스 배차 시간까지 맞춰야 한다. 공항이 강원 동해안 관광의 관문으로 기능하려면 항공 노선뿐 아니라 공항에서 시내·역·관광지로 이어지는 교통망도 함께 뒷받침돼야 하지만 현재 양양공항은 이 연결성이 약한 상태다.

실제 이날 만난 이용객들도 모두 자차를 이용했다고 했다. 제주에서 도착한 한 이용객은 “대중교통으로 오려면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아 결국 자차를 이용했다”며 “항공편도 많지 않은데 버스 시간까지 맞춰야 해서 공항 이용이 번거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양양국제공항 국제선 출국장 카운터. 조명과 전광판이 꺼진 채 운영이 중단된 모습이다.(천상우 1000tkddn@)

이처럼 양양공항 기능이 위축된 직접적인 배경 중 하나는 정기 국제선 단절이다. 2023년 거점 항공사였던 플라이강원이 운항을 중단하면서 국제선이 끊겼고 정기 노선 기반도 급격히 약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항공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도 전에 회사 경영난이 겹치면서 공항 기능은 빠르게 위축됐다.

수도권 접근성 개선도 변수로 작용했다. 도로와 철도망이 확충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노선이 적은 양양공항보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선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양양공항은 공항까지 직접 연결되는 철도망이 없고 대중교통 선택지도 제한적이어서 접근성 측면의 경쟁력이 약하다.

업계에선 양양공항의 문제를 노선 유무만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부 요인인 대중교통, 관광 수요, 배후 도시가 유기적으로 맞물리지 못하면서 공항이 지역 관문으로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항에서 내린 이용객이 시내와 관광지, 숙박시설, 소비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야 항공 수요도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지방공항이 지역 관광 거점으로 기능하려면 항공편 유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공항을 통해 유입된 관광객이 주변 관광도시와 관광지로 확산될 수 있도록 교통망과 관광 콘텐츠를 함께 묶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