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전 세계 경제 비명...미국만 평온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4.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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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07.71로 전날보다 0.34원 상승했으며 경유 가격도 0.11원 상승한 2001.65원으로 집계됐다. /뉴스1

미국이 촉발한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가운데, 정작 전쟁 당사국인 미국은 경제적 타격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두 달째 접어든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곳곳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미국 경제만은 탄탄한 성장세와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전쟁의 파장은 아시아와 유럽 실물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섬유 공장들은 줄도산 위기에 처했고, 유럽에서는 항공유 가격이 두 배로 폭등하면서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올여름 2만 편의 운항을 취소했다. 세계 20대 항공사 모두가 운항을 축소한 상태다.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은 치솟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배급제까지 거론할 정도로 에너지 수급에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저소득 국가와 서민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식량 불안이 크게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백만 명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공급망 역시 마비 상태다. 전 세계 석유와 가스의 핵심 물류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멈춰 서면서 나프타, 알루미늄, 헬륨 같은 핵심 원자재는 물론 마이크로칩과 피임 기구 등 일상 소비재까지 도미노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심지어 2조달러(약 2950조원) 이상의 막대한 국부펀드를 굴리는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조차 가스전 파괴와 물류 중단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미국에 금융 구제를 요청했을 정도로 사태는 심각하다.

반면, 전쟁의 진원지인 미국 본토의 경제 지표는 이질적일 만큼 평온하다. 개전 이후 기존 가격의 약 30%인 갤런당 1달러 이상 오른 휘발유 가격이 저소득층에 부담을 주고 월가 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긴 했지만, 다른 국가들이 겪는 혼란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까지 치솟아야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배경에는 막강한 에너지 자립도가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 생산국인 미국은 자국 소비량보다 생산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글로벌 에너지 쇼크를 자체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게다가 에너지 소비가 막대한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추고 있어 고유가의 타격을 비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의 ‘나 홀로 평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당장 미국이 덜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이를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며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일방적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동맹국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떠안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결국 미국의 글로벌 패권과 외교적 신뢰에 치명적인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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