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매환자 재산 관리…명확한 기준·절차부터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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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체크카드조차 자식에게 맡기지 않을 만큼 돈 관리에 엄격했지만, 판단력이 서서히 흐려지자 카드 사용을 맡겼고 손씨는 매번 영수증을 챙겨 사용내역을 설명한다.
치매 부모를 돌보는 전모(56)씨는 "재산 보호라는 명분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관리 주체로 나선 만큼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하지만 아직은 운영 투명성 측면에서 믿고 맡기기엔 신뢰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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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재산 위탁받아 관리
자기결정권·보호영역 기준 아직 모호
환자 지출 요구하면 위원회가 심의
독거·무연고 노인 제도 이용 쉽지않아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8/551721-ibwJGih/20260428060027285rsee.jpg)
[충청투데이 오민지 기자] #.86세 치매 어머니를 모시는 손모(64)씨의 하루는 통장관리에서 시작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체크카드조차 자식에게 맡기지 않을 만큼 돈 관리에 엄격했지만, 판단력이 서서히 흐려지자 카드 사용을 맡겼고 손씨는 매번 영수증을 챙겨 사용내역을 설명한다. 기저귀 같은 생필품을 살 때조차 반드시 알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의사표현이 가능한 어머니의 뜻을 존중하지만 상속과 세금, 장기 치료에 대비한 재산 관리 판단은 본인의 몫으로 넘어오고 있다.
#.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는 김건중(70)씨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김씨는 "어머니는 치매가 있어도 스스로를 지켜주는 건 돈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판단이 가능한 시점에 부모의 뜻을 반영해 상속 문제를 미리 정리했지만 형제 간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치매 환자 재산 관리는 더 이상 집안일로만 치부되지 않고 있다. 환자는 재산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반면, 가족은 치료비와 미래 부담을 고려해 개입 필요성을 느끼는 양상이다.
요양시설 입소나 장기 치료가 시작되면 수천만원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사전에 정리되지 않은 재산은 책임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치매 환자의 재산 관리 문제를 둘러싼 파장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치매 안심재산 관리 서비스'를 시행에 들어갔다. 국민연금공단이 치매 환자나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단이 생활비와 의료비 등을 반영한 재정지원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자산을 집행·관리하는 구조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이 월별 집행내역을 점검하고 반기별 1회 이상 대상자를 직접 방문해 상태를 확인해 이상 징후가 발견될 경우 불시 점검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제도 도입 배경은 분명하다. 이미 국내 치매 환자는 100만명에 근접해 대전·충남·충북 등 충청권에만 10만명 넘게 분포한다. 이들이 보유한 이른바 '치매 머니' 규모는 약 154조원,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해 개인 의사와 무관한 자산 소진이나 범죄 악용을 막고 돌봄 비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관리한다'는 발상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치매 환자라 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의사표현이 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아 자기결정권과 보호 영역 기준 자체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환자가 계획에 없던 지출을 요구하거나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공단 산하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신속성을 떨어뜨리거나 환자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치매 부모를 돌보는 전모(56)씨는 "재산 보호라는 명분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국가가 관리 주체로 나선 만큼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해야하지만 아직은 운영 투명성 측면에서 믿고 맡기기엔 신뢰가 부족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독거·무연고 치매 노인 경우에는 제도 접근성 자체가 장벽이다. 스스로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후견에 의존해야 하지만, 후견인 선임을 위한 법원 심판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우리나라에서 후견제도 활용률은 저조하다.
오민지 기자 omj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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