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죽어서 기쁘다”던 트럼프...‘과부 멜라니아’ 농담엔 발끈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4. 28.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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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EPA 연합뉴스

자신을 수사했던 특검의 사망 소식에 노골적으로 기쁨을 표출해 논란을 빚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를 ‘과부’에 빗댄 토크쇼에 격분하며 해당 방송인의 해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27일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는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의 발언을 두고 ABC 방송과 모회사 디즈니 측에 강경한 조치를 요구했다. 지미 키멀은 지난 23일 방송에서 이틀 뒤 열릴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을 미리 패러디하며 “우리의 영부인, 멜라니아가 여기 와 있습니다. 너무 아름답네요. 멜라니아 여사님, 곧 과부가 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네요”라고 말했다.

당시 키멀은 백악관 만찬을 주제로 가상의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진행 중이었고, 평소처럼 트럼프 부부의 나이 차이나 껄끄러운 부부 관계를 소재로 삼아 영부인을 향해 짓궂은 블랙 코미디 성격의 농담을 던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농담은 공교롭게도 이틀 뒤인 25일 워싱턴DC 워싱턴 힐튼 호텔 만찬장 밖에서 31세 남성 콜 토머스 앨런이 무장한 채 돌진하는 실제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거센 후폭풍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한 번의 피격 위기를 넘기게 되면서, 단순한 코미디 의도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폭력을 선동하는 끔찍한 망언이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미 ABC 방송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 /AFP 연합뉴스

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미 키멀의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발언은 우리나라를 분열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며 “내 가족에 대한 그의 독백은 코미디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며 “ABC 경영진은 얼마나 더 우리 공동체를 희생시키면서 키멀의 끔찍한 행동을 방조할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지미 키멀은 디즈니와 ABC에 의해 당장 해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형편없는 시청률만 봐도 전혀 웃기지 않은 키멀이 자신의 쇼에서 정말 충격적 발언을 했다”며 키멀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트럼프 부부의 격앙된 반응을 두고 일각에서는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한 달 전인 지난달 20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했던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이 파킨슨병을 앓다 81세의 나이로 사망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태도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뮬러의 부고 소식이 알려지자 트루스소셜에 “로버트 뮬러가 방금 죽었다. 잘됐다. 그가 죽어서 기쁘다(Good, I’m glad he’s dead)”라며 원색적인 조롱을 쏟아낸 바 있다.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은 베트남전 참전 용사 출신으로 2001년 9·11 테러 직후부터 12년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지내며 초당적 존경을 받아온 국가적 공직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도를 넘은 반응에 대해 미국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공화당 소속 돈 베이컨 하원의원은 “기독교적이지 않은 행동이며, 전혀 필요 없는 잘못된 발언”이라고 일갈했고, 민주당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 역시 “전형적으로 저열하고 예측할 수 있는 언사”라며 타인의 죽음을 조롱하는 트럼프의 태도를 강도 높게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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