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픽’ 앵커가 여론조사 1위...민주당 텃밭 캘리포니아에 무슨 일이[김창영의 실리콘밸리Look]
보수 폭스 뉴스 진행자로 트럼프와 인연
트럼프 “총체적 지지...나도 그를 도울 것”
검사 출신 낙마, 후보 난립에 민주당 분열
민주당, 예비선거 앞두고 여론조사에 불안

올해 11월 치러질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텃밭’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을 받고 공화당원들의 지지세를 얻은 스티브 힐튼이다. 이민자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이민자가 많고 대선을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캘리포니아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집계한 2026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힐튼은 이달 진행된 7번의 여론조사 가운데 5차례 1위를 기록했다. IVC미디어(4월 14일~20일)와 서베이USA(4월 8일~10일) 여론조사에서는 2위를 기록했지만 1위에 불과 3%포인트만 뒤졌다.

미국은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35개 주에서 상원의원, 36개 주에서 주지사, 모든 주에서 하원의원을 선출한다. 캘리포니아는 오는 6월 2일 결선 진출 후보를 뽑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른다. 현직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3선 연임을 제한한 주 규정 때문에 이번 선거에 나갈 수 없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정치에서 민주당 텃밭으로 불린다. 뉴섬 주지사와 전임 제리 브라운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2011년부터 16년째 민주당이 캘리포니아를 장악해왔다. 라틴계 이민자들이 대거 이주하면서 1992년 이후로는 대선 때마다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다. 등록 당원 숫자도 민주당이 공화당의 2배다. 이 같은 구도에서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힐튼은 영국 출신의 이민자로 영국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의 고문으로 일했다. 미국 대표 보수 성향 방송인 폭스 뉴스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다. NYT 소개에 따르면 그는 2012년 아내가 구글에 입사하면서 실리콘밸리로 이주하며 캘리포니아에 정착했다. 힐튼이 폭스 뉴스 진행자로 있으면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하면서 친분을 쌓았고, 규제 완화와 강력한 범죄 단속 등 전통적인 공화당 정책 메시지를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힐튼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나선 스티브 힐튼은 수년간 알고 존경해왔다. 괜찮은 사람이며 이 위대한 주가 지옥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나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민주당 대선 주자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를 겨냥하며 힐튼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민주당은 완전 끔찍한 짓을 했다. 사람들은 떠나고, 범죄는 늘고, 세금은 미국 내 모든 주 가운데 가장 높다.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높을지도 모른다”며 “스티브는 이를 너무 늦기 전에 되돌릴 수 있으며 대통령인 나도 그를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트럼프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당적을 단 힐튼이 여론조사 선두그룹을 달릴 수 있는 이유는 민주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분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뉴섬 주지사,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등 정치 거물들을 배출했지만 이들이 다음 대선을 준비하거나 정계에서 은퇴하면서 캘리포니아를 상징하는 정치인들을 찾기 어려워졌다.
거물들이 대거 사라지자 민주당에서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공화당에서는 힐튼과 리버사이드 카운티 보안관 출신 채드 비앙코만 후보로 나선 반면 민주당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하비에르 베세라, 맷 마한 산호세 시장, 케이티 포터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로스쿨 교수, 헤지펀드로 부를 축적한 억만장자 톰 스테이어, 토니 서먼즈 캘리포니아주 교육감, 안토니오 빌라라이고사 전 로스앤젤레스(LA) 시장 등이 뛰고 있다.
예비선거 투표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민주당에서는 압도적인 후보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세력을 확대한 정치 조직의 장악력이 약해지면서 유권자들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 후보 중 선두였던 검사 출신의 에릭 스왈웰 전 하원의원이 성폭행 및 강간 혐의로 기소돼 사퇴하면서 경선은 더 혼란에 빠졌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랜 세월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됐지만 80대 중반 나이 때문에 이번 중간선거에 불출마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샌프란시스코 지방 검사,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대선 후보까지 올랐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선거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후보 난립으로 공화당 후보들이 본선에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캘리포니아는 2011년부터 예비선거 1·2위 득표자가 본선에 진출하는 제도(Top Two Candidates Open Primary Act)를 시행 중이다. 정당에 상관없이 유권자들이 선호하는 지도자를 뽑겠다는 취지다. 지금 같은 여론조사 구도라면 힐튼을 비롯한 공화당 후보 2명이 본선에 진출할 수 있는 셈이다. 에비타루스(4월 15~17일) 여론조사에서 힐튼이 16%, 비앙코가 14%로 1·2위를 기록했다. 에머슨대학(4월 14~15일) 여론조사에서도 힐튼과 비앙코가 각각 17%, 14%를 기록하며 1·2위를 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힐튼에 힘을 실어준 것도 이러한 구도를 고려해 공화당 표를 집중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에서 트럼프 지지세가 점점 오르고 있는 것도 이변이 나올 수 있다고 보는 배경 중 하나다. 대선 때 캘리포니아의 트럼프 지지율은 2016년 31.6%, 2020년 34.3%, 2024년 38.3%로 조금씩 상승했다. 2024년 대선 때 해리스 득표율은 58.5%, 트럼프 득표율은 38.3%로 2008년 이후 양당 후보 득표율 차이에서 가장 작은 수치(20.2%포인트)를 기록했다. NYT는 “민주당 후보 어느 누구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며 “예비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주지사 선거 결과가 이렇게 불확실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이 나오지 않고 있고, 최근 고유가 등 경제 상황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공화당 후보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본선 진출자를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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