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늑구…왜 동물원이 샴페인 터뜨리는가 [왜냐면]


김봉균 | 공주대 특수동물학과 교수·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구조본부장
동물원은 본질적으로 제한된 공간에 동물을 가두어 사육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한 행위의 정당성과 필요성 또한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최소한 동물을 가두어 기르기로 한 이상, ‘제대로 가두는 것’은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 가둔다’는 것은 단순한 격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개체가 외부로 유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물론, 종의 특성에 맞는 자연스러운 행동을 표출할 수 있도록 적절한 공간과 환경을 갖추는 것까지 포함한다. 물론 후자의 조건을 충족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상당한 공간과 인력, 자원이 뒷받침해야 하며, 이를 온전히 이행할 수 있는 동물원은 현실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유실을 막는 기본적인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8년 전 대전 오월드에서는 퓨마 ‘뽀롱이’가 탈출 후 사살되었고, 2023년 3월에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얼룩말 ‘세로’가 울타리를 부수고 도심으로 나갔다가 약 3시간 만에 포획됐다. 같은 해 8월에는 경북 고령군의 한 관광농원에서 암사자 ‘사순이’가 탈출해 사살되었다. 이는 일부 알려진 사례에 불과하며, 실제 탈출 사고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동물의 유실은 우리 사회와 해당 개체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가능성은 물론, 가축 피해와 재산 손실, 생태계 교란, 감염병 확산과 같은 생물 보안상 위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동시에 유실된 개체 역시 사고를 당하거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폐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늑구가 돌아오자 많은 이들이 안도와 기쁨을 느끼고 있다. 맹수로 분류되는 동물이 동물원에서 유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보다는 걱정을, 사살보다는 생포를 바라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며, 동시에 놀라운 일이다. 우리 사회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성숙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발생한다. 늑구가 무사히 돌아온 뒤의 반응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동물의 안녕이나 복지와는 사뭇 거리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늑구의 생환과 함께 벌써부터 늑구를 보러 가고 싶다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늑구의 복귀가 관리 부실로 인한 동물 유실과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오월드의 책임에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만약 늑구가 포획 과정에서 사고 등으로 폐사해 돌아오지 못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월드를 찾겠는가.
늑구의 생환 과정에 오월드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적절히 이행하지 않았다. 소방과 경찰, 전국의 야생동물 전문가와 수의사들의 노력 덕분에 늑구의 생환은 가능했다. 유실을 예방하는 단계에서부터 사태를 수습하기까지, 오월드는 적절한 대응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보다 객관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환’이라는 결과가 오월드의 책임을 가볍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는 현실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나아가 이러한 분위기에 기대어 자신의 과오와 책임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한다.
동물원에 대한 관심을 거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동물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제도와 운영을 개선하고, 그 안의 동물들도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지금 우리가 동물원에 가져야 할 태도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비판과 외면이라는 절제된 관심일지 모른다. 이는 비단 오월드만을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약 120여개 동물원 중 오월드보다 부실하고, 나태한 동물원은 차고 넘친다. 그곳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생사의 경계에 놓여 있거나, 복지를 논하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질 만큼 열악한 환경에 처한 동물들이 상당하다.
늑구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동물원의 현실과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 계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를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다만 그 관심은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발전하는 동물원에는 방문과 지지를, 나태하거나 안주하는 동물원에는 비판과 견제를, 개선 의지가 없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유사 동물원에는 퇴출을 요구해야 한다. 늑구가 던진 문제의식을 계기로 한국의 동물원이 스스로 성찰하기는커녕 안도와 자축에 머무르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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