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네 돌봄에 자녀 맡기라더니… 센터 60%가 “자리 없어요”

경기 화성시에 사는 맞벌이 부부 A(40)씨는 초등학교 4학년 딸을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넘게까지 수학, 영어, 논술 등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딸을 맡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딸의 학교는 전교생이 1200명에 달하지만 돌봄 교실 수용 인원은 60명 안팎에 그친다. 이마저도 1~2학년을 우선 배정해 3학년 이상은 이용이 어렵다. 이 때문에 학교 근처 ‘다함께돌봄센터(돌봄센터)’에 딸을 보내려 했지만, 이 역시도 대기자가 수십 명이었다. A씨는 “애를 하교 후 4시간 넘게 혼자 둘 순 없어서 결국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돌봄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해주겠다’고 하는 뉴스를 몇 년째 봤는데 정작 저희는 정부 돌봄 사업을 이용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초등학생 돌봄센터 10곳 중 6곳 이상이 수용 인원보다 신청 인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돌봐주는 지난 정부의 ‘늘봄학교’ 사업을 변경해 올해부터 돌봄센터 등 학교 밖 시설 이용을 확대하는 ‘온동네 초등돌봄·교육’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밖 돌봄센터에 수천명의 대기자가 발생하면서 “정책을 바꿔 놓고, 제대로 준비는 안 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로부터 전국 돌봄 센터의 3월 신청 현황을 받아 분석한 결과, 전체 1106곳 중 688곳(62.2%)에 수용 가능 인원보다 신청자가 많아 대기자가 있었다. 서울은 278곳 중 203곳(73%), 경기는 106곳 중 85곳(80.2%)에 대기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돌봄센터 신청 인원은 2만8892명인데, 이 중 7123명(24.7%)이 대기 상태였다.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에 대기자도 많았다. 예컨대, 경기 성남시 위례동의 한 돌봄센터는 수용 가능 인원이 40명인데 신청 인원은 122명에 달했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방과 후 초등학생들의 ‘돌봄 공백’을 메워주기 위해 2017년 도입됐다. 학교 내 ‘돌봄 교실’(선택형 돌봄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학부모 등이 주로 신청한다.
현재 학교 돌봄 교실은 1~2학년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3학년 이상은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기자가 84명인 경기 화성시의 한 돌봄센터 관계자는 “학교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3~6학년이 많이 신청하지만, 46명밖에 수용할 수 없어서 다 못 받아주고 있다”면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간을 구하기 어려워 시설 확장이 어렵고, 돌봄 교사 처우도 최저임금 수준이라 인력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함께 돌봄센터’는 정부의 돌봄 정책 방향이 바뀌면서 더 중요해졌다. 지난 정부 교육부는 학교가 중심이 돼 초등학생의 돌봄을 책임지는 ‘늘봄학교’ 사업을 시작했다. 2024년엔 1학년, 2025년엔 2학년까지 원하는 모든 학생을 학교에서 돌봐주고, 올해는 전체 학년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온동네 초등돌봄·교육’ 정책을 발표하면서, 돌봄교실은 1~2학년 중심으로 운영하되, 3학년에게는 학교 방과후 프로그램 바우처(50만원)를 주기로 했다. 그러나 50만원으로는 일주일에 1~2회밖에 수업을 못 듣기 때문에 돌봄이 필요한 3학년들은 외부 시설을 이용하거나 학원에 가야 된다.
정부는 3학년 이상도 돌봄을 원하면 학교 밖 다양한 돌봄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대표적인 시설이 ‘다함께 돌봄센터’다. 그런데 이곳 역시 대기자가 많아 ‘학원 뺑뺑이’를 할 수밖에 없는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돌봄교실과 돌봄센터 모두 이용이 불가해 초3 딸을 학원에 보내는 서울 종로구 직장인 유모씨는 “돌봄 대책이 정권에 따라 수시로 바뀌면 부모들은 어떻게 대응하라는 것이냐”며 “정부가 사교육을 받으라 부추기는 꼴”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센터 대기자가 많아 학부모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고 있다”며 “돌봄센터 대기 해소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 상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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