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타코, 해방촌 와인...길바닥이 제일 맛있다

김호정 기자 2026. 4.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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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과 야경이 안주가 되는 계절이 돌아왔다. 지금 가장 핫한 다이닝 씬이 된 서울의 길거리.
@oldiestaco

[우먼센스] 청계천에 앉아 타코를 먹는다. 별것 아닌 듯한 이 장면 하나가 X(구 트위터)에서 조회수 80만 회, 리트윗 수 4천 회를 기록하며 트렌드의 반열에 올라섰다. 화려한 파인다이닝에서도, 줄을 서서 사먹는 팝업스토어에서도 아닌, 청계천 돌 바닥에 앉아서 먹는 음식이었다. 사람들은 왜 길바닥에서 즐기는 타코에 빠졌을까? 궁금한 건 직접 해 봐야 하는 에디터는 퇴근 후 청계천으로 향했다.

노을과 함께, 청계천 '길 타코'

사진 김호정

소문난 줄서기 맛집 답게, 타코 가게 앞은 이미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빈티지한 네온 사인과 신나는 음악이 가득 찬 골목에서 20분을 기다려 타코가 담긴 노란 봉투를 받았다. 청계천으로 걷는 길에 같은 색 봉투를 든 사람들을 여럿 마주쳤다. 모두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청계천이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 앉으니 서서히 노을이 지고 따뜻한 바람이 불었다. 아빠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 어린이, 가벼운 발걸음의 러닝 크루, 가위바위보를 하며 돌다리를 하나씩 건너는 연인, 스냅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청계천을 활기차게 채우고 있었다. 타코 소스가 손을 타고 흘러도 웃음이 새어나왔다. 청계천에 앉아 먹는 타코는 그 자체로 추억이 됐다.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청계천은 언제나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와도 되는 곳'이다. 일에 지친 직장인들이 머리를 식히러 향하는 곳,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천에 발을 담그는 곳이 청계천이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이곳에서 목적과 속도가 제각각인 사람들이 모여 다채로운 풍경을 만든다. 노란 봉투를 든 사람들이 청계천으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야경을 안주 삼아, 해방촌 '길 와인'

@lara_bsmnn

청계천 '길 타코'에 이어 떠오른 두 번째 길거리 푸드는 해방촌 '길 와인'이다. 을지로와 함께 힙한 성지로 꼽히는 해방촌은 좁은 골목길과 비탈진 언덕을 자랑하는 동네다. 구불구불한 골목 덕에 작은 마을 버스를 타면 멀미는 피하기 어렵다. 숨이 찰 만큼 가파른 언덕을 걷는 건 더 고된 선택지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독립 서점과 소규모 갤러리, 개성 넘치는 식당들이 골목마다 들어선 해방촌은 서울에 몇 안 되는 '진짜' 로컬 문화 동네다. 서울이 바쁘게 새 단장을 거듭하는 동안 해방촌은 제 속도로 버티며 이색적인 문화를 만들어 왔다. 해방 이후 귀환민과 실향민들이 남산 자락에 모여들며 붙은 이름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동네의 결을 설명하는 단어로 남아 있다. 이태원과 경리단길의 높아진 임대료를 피해 독창적인 예술가와 상인들이 모여들었고, 골목마다 오래된 노포와 신상 와인 바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에 최근 이곳에 새로운 모습이 더해졌다. 테라스에 앉아 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와인 한 병을 손에 들고 골목을 거니는 사람들. 이른바 '길 와인'이다. 비싼 안주도, 드레스코드도 필요 없다. 마음에 드는 와인 한 잔을 들고 남산 야경을 안주 삼아 마시면 그만이다. 골목 사이로 부는 봄바람을 맞으며 좋아하는 사람과 잔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충분하다.

@lara_bsmnn

바야흐로 '배경 맛집'의 시대다. 예쁜 플레이팅보다 예쁜 배경이 주목 받는 지금, 노을 지는 청계천과 야경이 깔린 해방촌 골목은 어떤 인테리어보다 좋은 포토 스폿이 됐다. 다 먹으면 자리를 비워야 하는 레스토랑과 달리 길거리에서는 그 순간을 원하는 만큼 붙잡아 둘 수도 있다. 한 끼 2만원을 웃도는 고물가 시대에 이보다 낭만적인 대안이 또 있을까. 예약과 대기가 당연해진 외식 문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계획 없이 손에 들고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 푸드는 완벽한 해방구가 된다.

타코 소스가 손에 묻어도, 와인 잔을 들고 비탈길에 앉아도 괜찮다. 미슐랭 가이드가 주목할 리 없는 청계천 돌바닥과 해방촌 골목은 근사한 세팅 없이도 그 자체로 파인다이닝이 된다. 

Editor's Pick! 스트리트 푸드 맛집

@oldiestaco

'이 구역 타코 대장' 올디스 타코
'힙지로' 유명 타코 맛집. 도보 1분 거리에 2호점을 냈을 만큼 인기가 좋다. 매콤하고 자극적인 음식이 땡긴다면 '비리아 타코'를, 손에 묻는 게 귀찮다면 숟가락으로 떠먹는 '타코 라이스'를 추천한다.

대표 메뉴 비리아 타코 6천9백원, 타코 라이스 8천9백원
주소 서울 중구 충무로4길 3 1층 (한신빌딩)
영업 시간 매일 11:30-21:00

@taco__mex

'을지로 타코의 기준' 타코 멕스
고기와 채소를 볶아 또띠아에 싸 먹는 멕시코식 요리 '파히타'가 시그니처 메뉴인 곳. 3층에 있는데도 금방 자리가 찰 만큼 인증된 맛을 자랑한다. 매콤한 살사 소스와 육즙 가득한 고기의 조합은 한 입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된다.

대표 메뉴 풀드포크 타코, 트리파 타코 각 5천8백원 (*2피스부터 주문 가능)
주소 서울 중구 을지로14길 27
영업 시간 매일 11:00-22:00

@aglassof.kr

'센스 있는 한 잔' 어글라스오브
해방촌 대표 와인&아이스크림 바. 후추와 올리브 오일을 뿌린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이곳의 시그니처다. 낯설지만 설득력 있는 풍미가 해방촌의 정서와 꼭 닮았다. 야외 2인석은 금방 차니 명당 선점은 필수다.

대표 메뉴 글라스 와인 1만원대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11길 63 1층 101호
영업 시간 매일 12:00-22:00

@theoldvic.seoul

'시장 골목의 이국적인 밤' 올드빅
길 와인이 부담스럽다면 신흥시장 안에 자리한 '올드빅'도 좋은 선택이다. 1층 야외 테라스에서는 시장 활기를 안주 삼아, 2ㆍ3층 실내에서는 남산 뷰를 배경으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비행기 표 없이 이국적인 밤을 보내는 가장 빠른 방법.

대표 메뉴 구운 양배추 1만8천원, 와인 1병 6만9천원~ (*보틀 주문 필수)
주소 서울 용산구 신흥로 95-13
영업 시간 일-목 12:00-23:00, 금-토 12:00-24:00

김호정 기자 hjwow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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