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깔리는 노란천막 속엔… 수백억짜리 짝퉁시장
가방·신발 모조품 8000여점 압수
적발땐 벌금 100만~500만원 그쳐
상인들 “하루 매출로 메워” 쉬쉬

“가방 보고 가세요. 내일 오면 없습니다.”
지난 23일 밤 11시 30분 서울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2번 출구 앞. 약 600m에 걸쳐 노란 천막 100여 개가 줄지어 서 있다. 매일 밤 9시부터 열리는 새빛시장이다. ‘노란 천막’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국내 최대 규모의 짝퉁 시장이다.
이날 노란 천막에는 언뜻 봐서는 진품 여부를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해외 명품 브랜드 가방과 신발, 의류 수백 점이 진열돼 있었다. 가뜩이나 좁은 인도 폭의 절반을 노란 천막들이 차지한 데다, 외국인 관광객들까지 몰려 밤늦은 시각에도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려웠다. 정품으로 구매하면 100만원이 넘는 아크테릭스 바람막이를 구매한 김모(62)씨는 “10만원에 명품 바람막이를 샀다”며 “남들이 정품인지 짝퉁인지 쉽게 구별하지 못하고 품질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새빛시장 짝퉁 노점은 10년째 성업 중이다. 서울시와 경찰 등이 합세해 단속에 나섰지만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단속반이 뜨면 상인들은 순식간에 상황을 공유하고 흩어지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설령 단속에 걸리더라도 처벌 수위는 물품 압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시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새빛시장에서 가짜 명품을 대량으로 유통·판매한 의혹을 받는 상인 A씨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인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서울시 특사경은 A씨 등 ‘큰손’들을 통해 전반적인 짝퉁 유통망을 파악한 뒤 새빛시장 등으로 흘러들어가는 짝퉁 상품의 공급선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사경에 따르면, A씨는 수년 전에는 새빛시장에서 소규모로 모조품을 판매했었다고 한다. 그러다 사업 규모를 키워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건물 지하에 대형 창고를 두고 본격적인 가짜 명품 공급에 나섰다. A씨가 창고에 보관하고 있던 가짜 상품의 정품 가액만 100억원대다. 특사경은 A씨에게서 위조품 8000여 점을 압수하고 유통 경로 등을 추적하고 있다.
현행법상 상표법 위반이 인정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서울시와 중구, 지식재산처, 서울중부경찰서로 구성된 ‘새빛시장 위조 상품 수사 협의체’는 지난 2년간 24명을 입건했다. 그러나 이들을 기소하더라도 징역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검찰에 넘겨도 정식 재판 없이 벌금형으로 마무리될 때가 많았다. 벌금도 100만~500만원 안팎에 그친다.

새빛시장 한 상인은 “운 나쁘게 걸리더라도 하루 이틀 치 매출이면 충분히 벌금을 메울 수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나이키 짝퉁 양말 등을 주로 파는 다른 상인은 “여기서 짝퉁 안 팔면 바보”라며 “당연히 단속도 당하지만 그런 것까지 다 감수하고 장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 당국은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사려는 사람이 있는 한 짝퉁은 근절하기 어렵다”며 “판매자뿐 아니라 구매자도 함께 처벌하는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제조 및 판매업자만 처벌하는 한국과 달리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는 구매자에게도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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