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받던 韓 뿌리… 이젠 美 수도서 아시아 문화 전파”
워싱턴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헤드

“한국 문화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국보 인왕제색도를 보는 순간 숨이 멎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 ‘이건희 컬렉션’의 성공으로 박물관을 찾는 분들이 더 많은 한국 문화 예술 콘텐츠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 한복판에 있는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공공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니콜 다우드 헤드는 지난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923년 개관해 내셔널 몰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박물관 가운데 하나인 이곳은 아시아 예술을 전문으로 다루는데, 올해 2월까지 진행돼 미술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인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8만명 이상이 방문해 큰 화제가 됐다. 다우드씨는 생후 3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으로, 2023년부터 이 박물관에 일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계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K-열풍(craze)’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영화, 음악, 음식 등 가릴 것 없이 한국 문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우드씨는 “한국은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인 나라이고 워싱턴 DC에는 한국 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강력한 한국계, 지한파(知韓派)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며 “동시에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들여와 많은 구독자에게 이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니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매사추세츠주(州)의 아시아계가 별로 없는 마을에서 미국식으로 자라기는 했지만 내가 한국인도, 백인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자기 뿌리 때문에 한때 조롱을 받았던 2세들 입장에선 한국 문화가 이렇게 인기를 끌게 돼 미국인들이 한국에 더 관심을 많이 갖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했다.
다우드씨의 한국 이름은 ‘김영민’이다. 그는 “당시 입양 서류를 보면 내 이름이 엉망인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며 “여자 이름은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다우드씨는 박물관에 일하게 되면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고 한다. 박물관은 매년 추석을 맞아 차례상 전시, 씨름 체험, 한복 입기, 전통 공연 등 한국의 다양한 명절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추석 패밀리 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다우드씨는 “여러 세대의 방문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 문화를 함께 축하하는 건 놀라운 일이고, 배움의 기회이기도 하다”며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 이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희 컬렉션 파급 효과로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며 “이른 시일 내 한국 갤러리를 확장할 예정이고, 이런 기세를 이어갈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현재 박물관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 지원으로 한국 전문 큐레이터직이 있어 한국 미술 소장품 연구, 전시 기획, 한국 문화 교류 활성화 등을 담당하고 있다.

박물관은 5월 미국 사회에 대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기여를 기념하고 풍부한 유산을 축하하기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태평양 제도 주민(AANPHI) 유산의 달’을 맞아 문학과 영화를 중심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조명하는 ‘일루미나시아(IlluminAsia) 축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축제는 가장 인기 있는 행사 중 하나로 지난해 약 4000명이 참가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아이콘인 브루스 리 영화 특별 상영, 어린이 도서 박람회 등이 예정돼 있다. 올해 건국 250주년을 맞아 아시아계도 미국 사회의 일원이자 주인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려는 기획 의도를 갖고 있다. 체이스 로빈슨 관장은 “새로운 책을 발견하든 박물관 안뜰에서 춤을 추든, 방문객들이 예술 형식의 이면에 담긴 목소리와 소통을 하며 교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우드씨는 “아시아계가 미국 역사 속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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