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걸리던 기업 분쟁 판정 3개월 내 종결 노력”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중재는 국경을 넘는 사업(cross-border business)을 하는 기업들에게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27일 클라우디아 살로몬(57)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법원장은 국제 중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굵직한 사건만 중재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중재는 소송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며 “한국 기업이 분쟁에 휘말려도 미국이나 중국, 인도의 법정에 설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ICC 국제중재법원은 1923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중재기관이다. 미국 국적인 살로몬 원장은 ICC 중재법원 최초의 여성 수장으로, 2021년 7월 취임해 현재까지 기관을 이끌고 있다. 그는 2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국제 중재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3년 여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5년 만에 바뀌는 ICC 중재 규칙을 한국 기업 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살로몬 원장은 “중재 절차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며 새 규칙의 가장 큰 특징으로 ‘ToR(Terms of Reference)’의 폐지를 꼽았다. ToR은 양 당사자가 쟁점 정리와 관할에 대한 합의 등을 담아 중재판정부에 제출하는 일종의 준비서면으로, 중재 절차를 늘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그는 “이 절차는 100년 넘게 이어진 ICC 중재의 핵심 특징이었지만, 이제 그 기능을 다했다”고 했다.
ICC는 중재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현재도 6개월 안에 사건을 종결하는 ‘신속 절차’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기간을 3개월로 줄이는 ’고도 신속 절차’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살로몬 원장은 “2024년 기준으로 종결된 사건의 평균 소요 기간은 26개월이었다”며 “고도 신속 절차를 밟게 되면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는 심리나 서면 공방 없이 중재판정부가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3개월 안에 끝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거래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기업 간 분쟁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월 한달 간 ICC 중재법원에는 신규 사건 94건이 등록돼 월간 신기록을 세웠다. 살로몬 원장은 “테크 기업의 각종 기술을 둘러싼 분쟁 뿐 아니라, 요즘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국제 분쟁이 발생한다”면서 “예컨대 인수·합병(M&A) 거래 후 시시각각 달라지는 기업 가치 때문에 매각 대금을 조정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했다.
살로몬 원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부분은 ‘중재판정부의 독립성’이다. 소송 당사자 관련 회사는 물론, 소송 과정에 투자한 회사에 자문을 맡았던 사람은 중재판정부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와 달리 중재 신청 기업들은 계열사와 관계사 자료까지 모두 제출해야 한다. 살로몬 원장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위험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기업 관계자들도 강력하게 원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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