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AI와 경쟁하지 마라"

2026. 4. 2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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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코딩·번역 등서 사람 앞서
일자리 대체는 미래 아닌 현실
알파고 37번째 수, 창의적이지만
바둑 자체를 만드는 게 진짜 창의
지식 융합·신개념 해법 창출 등
AI가 잘 못하는 일에 집중해야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말은 이제 현실이다. 코딩, 번역, 문서 작성 등에서 AI는 이미 인간을 앞선다.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답이 명확한 문제일수록 AI는 더욱 강력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결국 AI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최근 학생들에게 AI 특강을 했다. “AI가 여러분과 같은 신입 노동력을 가장 먼저 대체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꺼내자, 강의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한 학생이 물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제학자인 나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날 학생의 표정이 잊히지 않아, 이후 나는 AI를 사용하며 고민했다. 그러면서 AI의 특징 하나를 확인했다. AI는 문제를 잘게 쪼개고 조건을 명확히 하면 무섭게 강해진다. 반면 낯선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힘을 잃는다. 즉 AI는 잘 정의된 좁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서로 다른 맥락을 통합해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에는 뚜렷한 한계를 보인다.

알파고의 ‘37번째 수’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인간 기보에 없던 그 수는 AI 창의성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선을 그었다. AI가 진정한 창의성을 가졌다면 바둑만큼 아름다운 게임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AI는 규칙 안에서 최선의 수를 찾을 수 있지만 규칙 자체를 만드는 능력은 아직 없다.

창의는 서로 다른 맥락이 충돌할 때 나온다. 우리가 다양성에 가치를 두는 이유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아직 인간에게 남겨진 영역이기도 하다.

이런 한계는 AI의 학습 방식 때문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학습하고, 가장 그럴듯한 조합을 찾아내는 데 강점을 가진다. 따라서 데이터가 풍부하고 문제의 범위가 명확한 영역에서는 매우 강력한 성과를 보인다. 반면 서로 다른 영역을 종합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은 제한적이다.

이 같은 특성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발표한 ‘2026년 AI 인덱스’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급 고난도 문제를 풀어내지만, 정작 아날로그 시계를 보고 “지금 몇 시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정확도가 50% 수준에 그친다. 보고서는 이런 현상을 ‘들쭉날쭉한 경계(jagged frontier)’라고 부른다. AI는 모든 영역에서 고르게 발전하지 않고, 특정 데이터 집약적 영역에 집중돼 있다. 이 들쭉날쭉한 틈새가 바로 인간이 들어갈 공간이다.

그럼에도 AI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막대하다. 생성형 AI는 불과 3년 만에 인구의 절반 수준으로 확산됐다. 이는 과거 어떤 기술보다도 빠른 속도다. 생산성 향상은 구조화된 업무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충격은 청년층의 채용 과정에서 가장 파괴적이다. 신입 인력은 대개 구조화된 업무를 통해 경험을 쌓고 성장하는데, 바로 그 입구가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답은 냉정하다. AI가 잘하는 일을 더 잘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그 대신 AI가 하지 못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서로 다른 영역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며, 무엇보다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AI는 틀려도 책임지지 않으며, 누군가 피해를 보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최신 모델조차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답을 내는 ‘환각’ 문제를 여전히 보인다. 결과를 감수하며 신뢰를 쌓는 능력은 데이터로 학습되지 않는다.

이미 교육현장에서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AI에 단순히 의지하는 학생은 오히려 퇴화한다. 반면 AI를 도구로 활용해 문제를 재구성하는 학생들은 전혀 다른 수준의 생산성을 보인다.

AI와의 경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진짜 경쟁은 AI를 활용해 더 높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벌어질 것이다.

그날 학생의 질문에 이제는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전공을 단단히 하라. 그러나 전공 안에 갇히지 말라. 이질적인 지식을 결합하라. 서로 다른 세계가 충돌하는 경계에서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적 해법이 나온다. 그리고 그 판단에 책임을 져라. 창의와 책임이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희소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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